“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컨벤션을 아시나요?”
K-POP 공연과 더불어 패션, 식품, IT 등 다양한 한국 기업 제품의 컨벤션이 동시에 열리는 K-Culture 페스티벌 <KCON 2014>가 지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CJ그룹 계열 CJ E&M의 주최로 개막됐다. 이번 행사에서 이틀간 4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다양한 한류 문화와 제품을 체험했다. 한 국가를 주제로 문화 및 서비스, 제품 마켓이 결합된 컨벤션 형태의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KCON이 처음이다.
<KCON 2014(이하 케이콘 2014)>가 재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한류문화 전파를 넘어 한국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케이콘 2014’ 역시 국내 유력 36개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글로벌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기업들은 현장에 각자 부스를 마련하고 화장품, 샴푸, 네일아트, 주얼리, 가방,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자사 제품들을 현지 미국인들에게 선보이는 기회를 가졌다. 행사장을 찾은 약 4만명의 미국인들은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소개하는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들에 시선을 뺏긴 채 직접 체험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中企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 무대
이번 케이콘 2014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뷰티, 리빙, 패션, 스타일 등 분야의 업체이다. 참여업체들은 중소기업청과 동반성장위원회가 한류와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문심사위원단을 구성해 꼼꼼하게 심사하여 선정됐다.
한국의 드라마, K-POP 등을 통해 한국의 뷰티, 패션 스타일은 물론 생활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관람객들은, 기업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제품들을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다.
특히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제품 사용법을 듣고 직접 체험해보고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뷰티업체 ‘라라리즈’는 현장에서 네일 스티커 사용법을 알려주며 미국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물 없이 머리를 감는 샴푸를 판매한 ‘코소아’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이목을 끌었다. 케이콘 2014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제품 판매뿐 아니라,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에 앞서 자신들의 제품이 미국 젊은 소비층에게 얼마나 어필할지를 미리 살필 수 있었다.
눈꽃빙수기 제조업체인 ‘한빛테크’는 제빙기를 전시했으며, 식물성 화장품 제조업체 ‘엘리샤코이’는 피부별 기능성 스킨케어, 비비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해외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미국의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을 앞두고 제품의 시장성을 사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투자 상담회도 참여해보고 바이어도 만나봤지만 비즈니스 문화와 유통구조가 달라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 관람객이 찾는 대형 컨벤션은 비용이나 사전 준비 측면에서 장벽이 높아 참가 자체가 어려웠죠. 그런데 케이콘 2014를 통해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그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과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케이콘 2014에 참가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의 답변이다.
마케팅 비용 줄이고, 매출 늘리는 ‘케이콘 효과’
2012년과 2013년 케이콘에 참여했던 중소기업들 역시 컨벤션 행사 참여 이후 직접적인 마케팅 효과와 매출 증가 등 이른바 ‘케이콘 효과’를 경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케이콘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제품과 마케팅 방향을 수정 보완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과 2013년에 2년 연속 케이콘에 참여했던 이은실 이도발효한차 대표는 “한방 발효차에 서양인들이 관심을 가질까 의문이었는데, 막상 케이콘 현장에서 만난 미국인들이 호감을 보이며 바로 구매해 놀랐다. 한국식 발효차가 미국인들의 ‘웰빙’ 코드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전자우편을 통해 꾸준히 재주문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을 발판으로 현재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대리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케이콘에서 첫 해외 고객들과의 만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제품의 현지 통관, 유통구조 확보, 마케팅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탄탄한 자본력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들조차 해외 진출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내수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케이콘은 이런 고민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현지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중소기업지원센터가 제반 비용으로 제공하는 지원금은 약 5000만 원,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36개 중소기업들이 절감한 직접적인 비용은 총 1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관람객이 4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관람객들로 인한 구전 효과는 약 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케이콘을 찾은 국내외 언론들을 통해 소개된 중소기업들의 홍보효과 역시 약 10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틀간의 행사로 직접적인 비용 절감은 물론, 무려 132억원의 마케팅 효과까지 얻은 셈이다.
차세대 미디어가 될 MCN 육성도
이뿐 아니다. CJ E&M은 차세대 미디어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MCN(Multi-Channel Networks)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MCN은 유튜브 플랫폼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 등 다방면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해외에서는 MCN을 기반으로 성장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미디어그룹으로 인수되거나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는 등 차세대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디즈니가 올해 3월 약 1조원에 인수한 ‘메이커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개인 제작자 4명이 모여 설립한 스튜디오가 콘텐츠 제작 노하우 전수, 홍보와 광고영업 지원 등을 통해 200개의 채널을 만들어 총 4억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는 등 그 영향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CJ E&M은 2013년 6월 국내 최초로 ‘크리에이터 그룹’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MCN을 도입해 마케팅, 저작권 관리, 모바일앱 출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시작 1년여 만에 110팀의 파트너 채널, 파트너 합산 유튜브 구독자가 1032만명을 돌파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CJ E&M은 이들의 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자 이번 KCON에 양띵, 영국남자, 데이브 등 총 7팀의 콘텐츠크리에이터를 초청,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개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고, 워크숍을 통해 직접 팬들과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특히 K뷰티 콘텐츠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뷰티파이미’와 ‘씬님’은 온스타일이 마련한 겟잇뷰티 부스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메이크업을 시연해 현장 관람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CJ E&M 관계자는 “KCON은 한류 콘텐츠를 매개로 소비재, IT, 자동차 등 타산업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한류의 미래형 창조경제 모델”이라며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의 디딤돌이자 기업들의 수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문화에 산업을 더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일조하고 있는 CJ그룹. 새로운 경제모델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기업 활동에 나서자는 정부의 ‘창조경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