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정 모 씨(39)는 올 여름 휴가 때 동남아시아로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원래 자동차로 국내 여행을 준비했지만 최근 원화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여행을 가기로 계획을 바꿨다. 정씨는 “환율 하락으로 여행지 숙소는 물론이고 다른 비용 모두 부담이 덜해졌다”며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이번 여름 외국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정씨 사례처럼 올 6월을 시작으로 7~8월 휴가철에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대형항공사들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이 같은 수요증가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증편 등을 통해 항공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여름 주요 해외 여행지 항공권 예약률은 대부분 70~80%를 넘어섰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LCC를 제외하면 대형항공업체들은 올 초까지 영업부진을 겪었지만 올 2분기부터 서서히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힘든 지난 한 해, 만만찮은 올 1분기를 보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하반기부터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LCC들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에도 2분기 실적 나쁘지 않아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지난해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인한 여행객 감소, 화물 분야 부진 등의 악재로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올해 초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실적 반등을 예상했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지만 기대한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 대한항공과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단체 여행 취소가 잇따르며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환율 하락으로 해외 여행수요가 증가했고 화물수요가 회복되면서 예상보다는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분기 실적은 아직 집계 중이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하거나 늘 것으로 예상된다. 15개 증권사들이 내놓은 대한항공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2조8700억원, 영업이익 397억원 선이다.
매출액은 1분기 2조8969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1분기(212억원)보다 영업이익이 180억원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50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508억원 적자)보다 실적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준으로 2분기 1조3898억원 매출에 188억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분기 매출(1조4148억원)보다 1.77%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1분기에는 21억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9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는 예상되는 개선 폭이 더 크다.
저비용항공사들의 2분기 성적표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아직 2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상반기 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한 약 8만5000명을 수송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5월에 배분된 중국 운수권 중 스자좡과 자무스 등 인천과 부산 기점 3개 노선을 확보해 보다 안정적인 중국시장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일본 노선은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일본 6개 노선에서 지난해보다 약 7만명 많은 20만6000명을 수송했다. 국내선은 증편과 대구~제주 신규 취항 등 시장 확대 기반을 마련해 제주 기점 노선 점유율은 16%를 기록했다.
진에어는 지난 5월까지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1429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 취항 이래 1~5월 기간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다.
에어부산은 상반기 매출액 1650억원, 영업이익 50억원 선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초 제시한 목표치는 넘어선 것으로 평가한다. 하반기에도 전망이 밝은 편이라 올 초 세웠던 올해 목표치 매출액 3450억원과 영업이익 97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는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화강세에 따른 해외여행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하락은 해외 발권 금액 매출 감소와 원화환산 Yield(수송단가)의 하락 등 부정적 영향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출국 수요 증가와 유류비 등 각종 비용절감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유가 역시 최근 안정세를 보이며 실적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2분기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가 발생해 4~5월에는 단체 여행객 예약 취소 등이 잇따르며 항공사들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5월 황금연휴 효과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들어서부터 환율하락으로 인한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탄력휴가제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6월에 여름휴가를 앞당겨 사용하는 직장인이 늘어난 것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도 실적 호조 이어갈 것 기대
3분기에는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휴가철 성수기가 겹치면서 예년 성수기에 비해서 여행수요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9월엔 인천 아시안게임도 개최된다. 전체적으로 하반기 영업실적인 한층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 등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여행지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화물 수요 회복세도 하반기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발 유럽·미주행 중심으로 항공화물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시장 성장세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의 공급이 증가해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 등 수요가 부진한 일본노선의 공급은 줄이고, 성장세인 중국노선에 공급을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중동지역 정정불안 등 유가 상승요소가 상존하고 있지만 최근 유가가 안정화됨에 따라 하반기 유류비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화 강세에 따라 한국지역 판매 비중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특히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외화 비용부담이 경감돼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 국내선 수요가 회복되고, 중국 및 구주노선 여객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7~8월 최성수기 및 추석 연휴 등으로 전년에 비해 여객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한국발 항공화물 수요가 지속적으로 회복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및 미주행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거리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 측엔 화물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저가항공사들의 경쟁 심화로 시장 진입이 조금 둔화되고, 저환율로 성수기 해외여행수요가 큰 폭 신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광노선 비중이 큰 아시아나는 빠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유류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한-중 노선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저가항공사 육성 차원에서 한-중노선 개방을 확대할 경우 한중노선 1위 업체인 아시아나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수권을 통해 확보한 중국노선 경쟁력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올해 A380 2대를 미주노선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9월 중 사이판 노선 1주일 운항 정지 처분이 예정돼 있고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토부에서 이에 대한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손실이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사이판 노선 1주일 운항 정지만으로도 아시아나는 30억~40억원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노선에는 최장 90일 운항정지 처분이 가능해 이로 인한 손실은 수백억 원대에 달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미지를 고려해 운항정지를 과징금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중장거리 노선 새롭게 공략
저비용항공사들은 올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환율 수혜를 계속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한 승객은 2009년 16만3975명에서 작년 490만9641명으로 30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시장점유율은 0.5%에서 9.6%로 상승했다. 올해는 지난 4월 국내선 LCC점유율이 50%를 돌파했고 국제선도 10%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와 같은 큰 폭의 신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선은 포화, 중단거리 국제선 역시 경쟁이 과열돼 점차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선은 여전히 성장 여지가 있지만 일본 동남아 중국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해외 LCC들도 한국 노선에 잇따라 들어오면서 경쟁이 더해지고 있다. 다만 한-중 항공회담 후속으로 운수권 배분에서 국내 LCC들도 일부 노선을 배정받으면서 사업 확장 기회가 열린 것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 등 일부 저비용항공사들은 중대형기를 도입해 중장거리를 신규취항하거나 새 노선을 뚫는 등 나름의 생존플랜을 짜고 있다. 현재 중대형기 도입, 중장거리 노선 취항 검토 입장을 밝힌 항공사는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3곳이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노선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중심 정기·부정기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며, 특히 동남아시아와 일본 신규노선 개설을 추진 중이다.
진에어는 하반기 치열해진 경쟁 돌파를 위해 국내 LCC 최초로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모색 중이다. 진에어는 지난 6월 중대형기 3대를 포함한 모두 9대 규모의 항공기를 내년까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대형기종인 B777-200ER(393석) 항공기 한 대를 오는 12월 초 도입하고 내년 같은 기종 2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B737-800도 6대 추가로 들여와 내년 말까지 보유 항공기수를 20대로 늘린다.
이중 B777은 유럽과 미주까지 운항할 수 있는 기종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대형기를 도입해 중단거리 노선에서 장거리 노선까지 시장을 넓히는 것이라는 게 진에어 측의 설명이다. 진에어는 하반기 4개 국제선에 신규 취항한다.
마원 진에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미주나 유럽, 호주 노선 등을 취항하는 것도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