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 공동기획]세계의 건축·건축사 | 뉴욕 하이라인 파크…도심을 가르는 1.6km 하늘길
입력 : 2013.10.15 14:28:59
미국 뉴욕의 맨해튼엔 뉴욕의 심장이라 불리는 센트럴파크를 포함하여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그 중에서도 2009년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남서쪽 지구인 첼시에 개장한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는 뉴욕의 새로운 쉼터이자 명소로 지역민 및 관광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흉물로 버려진 고가철도를 리모델링
이 공원은 1934년 개통되어 사용되다가 1980년 이후에는 도시의 흉물로 방치 되던 고가철도를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 전체 3단계 구간 중 갠스부르트가에서 30번가를 연결하는 2단계까지 개통되었고 34번가까지의 마지막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약 1.6 km 길이의 녹색 하늘길이 뉴욕 도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데, 숲으로만 둘러싸인 일반적인 공원이 아닌 고층 빌딩 사이를 누비며 디자인된 공원이라 매우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많은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이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이라인 파크가 매력적인 것은 이곳이 뉴욕 역사의 일부이며 그것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갑자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장소가 아니라, 과거 역사를 새로운 용도로 재창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뉴욕의 과거와 현재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이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는 옛 건축물이 가지는 힘이고 보존해야 할 이유가 아닐까 한다.
1847년 뉴욕시는 웨스트사이드 지역에 지상철도 건설을 승인했다. 단, 철도회사는 안전을 위해 웨스트사이드 카우보이라고 불리는 신호수를 고용하여 말을 타고 기차 앞에서 깃발을 흔들도록 하였다. 그러나 화물열차와 차량 사이에 충돌사고가 계속 발생했고, 철도가 통과하는 10번가는 죽음의 거리로 불리게 되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한 수년간의 논쟁 끝에 1929년 뉴욕시와 뉴욕주 정부는 뉴욕중앙철도와 고가철도인 하이라인(High Line) 건설을 포함한 웨스트사이드 개선 프로젝트에 합의하였다. 여기엔 105개의 지상 철도건널목을 제거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1억5000만 달러 이상이 투입되었는데, 2009년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억 달러에 해당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블룸버그 시장의 전폭지원
원래 하이라인은 화물의 하역이 어려운 고가철도의 단점을 피하기 위하여 도로 위가 아닌 도심 내 블록을 통과하도록 계획되어 1934년에 개통되었다. 기차가 공장이나 창고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철도는 건물 안쪽을 관통하여 건설되었다. 우유, 육류 등 각종 식료품이나 원자재 가공품 등은 덕분에 지상의 교통을 방해하지 않고 운송이나 하역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르러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화물트럭 운송사업이 성장하면서 철도운송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에는 철도 전체 길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최남단 부분이 철거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고가철도 주변의 땅을 소유한 지주들이 뉴욕 시에 철도노선을 철거해 달라고 로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첼시의 주민이면서 기차를 좋아했던 피터 오블레츠라는 사람이 법원에서 철거진행에 맞섰고 철도 서비스의 재개를 위해 노력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철도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보수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각종 야생식물과 관목 등이 자라면서 뉴요커들에게는 흉물로 인식되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를 도시 재개발을 막는 장애물로 파악하였고, 뉴욕 시에 이러한 고가철도를 철거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였다. 결국 1999년 뉴욕 시장인 루디 줄리아니는 철거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1999년에 하이라인 인근 주민인 조수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몬드에 의해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 설립되었다. 이들은 철도를 보존하고 파리의 프로메나드 플랜티(Promenade Plantee)와 유사한 개념을 가진 고공공원 또는 그린 웨이 형태의 공공장소로 재활용하자고 홍보하였다.
‘하이 라인의 친구들’은 줄리아니 시장이 철거를 승인한 하이라인을 구하기 위하여 새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사업가로 유명했지만, 예술애호가이자 미술 컬렉터였으며 뉴욕의 문화, 예술정책을 그 어느 뉴욕 시장보다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었다. 보행자를 위한 하이라인의 공공 재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커지면서, 2004년 뉴욕 시는 제안된 공원조성을 위하여 5천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블룸버그 시장은 중요한 후원자가 되었다. 2006년 블룸버그 시장은 착공식을 거행했고 하이라인은 공식적으로 재활용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철도 기본 골격 유지 개성을 살리다
‘하이 라인의 친구들’은 폐허가 된 고가철도의 일괄적 공원화를 배제하고, 가능한 철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의 건축물 및 허드슨 강변의 전망 등과 어울릴 수 있도록 구역마다 특별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하이라인을 걸으면서 사람들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도시 속의 일상을 다시 여유롭게, 느리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며, 일종의 사유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하이 라인’의 디자인은 공식 공모를 통해 결정되었다. 2004년도 공모를 통해 제임스 코너 오브 필드 오퍼레이션즈(James Corner of Field Operations)와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가 디자인 업체로 선정되었다. 이들은 조경디자이너인 피엣 우돌프(Piet Oudolf)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디자인 공모에는 52개의 팀이 참여해, 심사를 마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되었다.
하이라인 파크 공사는 갠스부르트가에서 34번가까지의 구간을 3단계로 나누어 시행했다. 20번가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구간은 2009년 완성했으며, 20번가부터 30번가까지 이어지는 두 번째 구간은 2011년 완성했고, 34번가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2014년 완성 예정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