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기업의 CFO로부터 매우 급한 상담 요청이 왔다. “회장님께서 일주일 전에 유고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컨설팅에 착수해 속을 들여다보니 회장님께서 남겨둔 재산은 기업재산밖에 없었고, 생전에 회장님 슬하의 자녀(6명) 간 재산배분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자녀들 간에 상속재산분쟁이 발생했고 기업재산도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상속세를 피할 수 없었다. 상속세 납부로 A기업은 심각한 자금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지분 분산으로 오너 리더십이 약화돼 가업승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A기업과 유사한 사례는 최근 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70~80년대에 창업한 1세대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나이가 벌써 70~80대에 접어들었고 가업승계를 준비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상속세라는 세금폭탄으로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중소기업 대상 가업승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주목할 만한 내용들이 나왔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가업승계 장애요인 조사에서 상속증여세 조세부담이 가업승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88.4%로서, 가업승계기업들의 상속세 부담 스트레스 정도는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가업승계 세제지원제도 보완도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 창업주들 또한 가업승계에 대한 관심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장수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가업승계지원제도는 현행 세법상 4가지 제도가 있다. 그중 승계기업들에게 혜택이 가장 큰 제도는 가업상속공제이다. 이 제도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되어 왔다. 정부는 장수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시키고자 거의 매해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공제액을 증액하여 제도를 수차례 보완해 왔다. 최근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의 취약한 가업승계 환경을 인식하기 시작하였으며, 가업승계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시키고자 세제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에 실패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질 정도로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가업승계 절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300억원의 가업재산을 소유한 기업이 가업승계에 나섰을 때 가업상속세 공제를 통할 경우 일반상속에 비해 90억원이 넘는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세제지원 이것만은 개선돼야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뽑기의 일환으로 가업승계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발표했으며 그 결과물인 첫 세제개편안이 지난 8월 8일 발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가업상속공제 요건완화(고용유지요건 완화 및 연도별 사후관리 차등추징 등) 및 대상기업 확대(3000억원 이하 기업)를 담고 있어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장수기업들에게 반가운 내용이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의 어려운 가업승계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취지로 내놓은 가업승계 세제지원제도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혜택을 보는 일이 쉽지 않다. 적용요건 자체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로 사전검토 없이 창업주의 상속이 개시된 기업 중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있다. 아래 두 가지 사항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기업 이하의 기업들은 열악한 기업환경으로 가업승계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실제로 중견기업들을 보면 가업승계 준비 정도가 중소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매출액 1000억~3000억원 사이의 중견기업들은 기존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더라도 한도 300억원 적용으로 상속세 부담이 여전히 클 수밖에 없으며 중견기업들의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가업상속공제 한도의 증액은 중견기업의 영속성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인 것이다.
다음으로,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 역시 증액되어야 한다. 가업승계지원제도 중 현재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제도의 활용빈도가 가장 높으며, 지분증여 이후 가업승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가업승계기업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규모가 큰 중견·중소기업들에게 과세특례 한도 30억원은 너무나도 적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최소 한도 자체를 100억원으로 증액하여 규모가 큰 중견·중소기업들에게도 가업승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수십 년간 많은 고난을 헤쳐가며 어렵게 기업을 성장시켰던 중소기업들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문을 닫는 사례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더 이상 부의 대물림이 아닌 창업주 기술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전환과 함께,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창업주들도 가업승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2세대들이 승계기업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