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12조원대의 재계 서열 20위(공기업 제외).
‘태양광’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OCI그룹(구 동양제철화학그룹)의 현주소다. 어찌 보면 생소할 수 있는 OCI그룹은 사실 오랜 역사와 한우물경영을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가진 종합화학그룹이다.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던 고 이회림 창업주가 지난 1950년대 후반에 설립해 현재까지 화학외길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과 제철에서부터 유리와 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는 OCI그룹은 높은 경쟁력만큼이나 알짜배기 혼맥을 자랑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인척관계로 곧바로 연결되는가 하면, 재계 혼맥의 허브로 불리는 LG그룹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또 명문가로 꼽히는 봉명그룹과도 사돈을 맺고 있으며, 이를 통해 코오롱그룹과 연결된다.
광복 이후 빈손으로 내려와 재계 서열 20위권의 종합화학그룹을 일궈내고, 두 명의 전직 총리가문과 사돈을 맺은 송암 이회림 창업주. 그가 일궈낸 OCI그룹과 혼맥을 살펴봤다.
3원칙으로 그룹 일궈낸 마지막 개성상인
이회림 창업주는 재계에서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다. 실제로 그가 개성 지역의 송상에서 도제 생활을 거쳐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송방’ 또는 ‘송상’으로 불렸던 개성상인은 황해도 개성의 상업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고려를 창업한 태조 왕건의 주축 세력으로 잘 알려졌으며,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상권세력이었다. 이들은 특히 ‘무차입·신뢰·한우물’이라는 경영 이념과 도제 방식의 독특한 후계 양성 시스템, 그리고 서양보다 200여 년 이상 앞선 복식부기 회계법인 ‘사개송도치부법(四介松都置簿法)’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인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17년 황해도 개성시 만월동에서 태어난 이회림 창업주는 어린 시절 송상에서 일을 배우다 1937년 건복상회 설립을 시작하며 경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1950년 국내 최고의 수출기업인 개풍상사를 운영했으며, 대한탄광을 인수하기도 했다. 1960년 초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출자 은행인 서울은행(현 하나은행)의 설립 과정에 참여해 이사로 활약했다.
무역과 금융에 집중했던 이회림 창업주는 1960년대에 들어서야 화학산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됐던 화학업 육성을 위해 인천시 남구 학익동 앞바다를 매립해 80만평의 공단 부지를 조성했는데, 여기에 1968년 소다회 공장을 준공한 것이다.
이후 40년간 이회림 창업주는 오직 화학업종에만 집중하며 OCI그룹을 대한민국 대표 화학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 결과 OCI그룹은 무기화학과 정밀화학, 석유석탄화학 분야에서 카본블랙, 과산화수소, 과탄산소다, 흄드실리카, TDI 등 40여 종의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6년 3월엔 세계 3위의 카본블랙 생산업체를 인수하며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태양광산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폴리실리콘 상용화에 나서는 등 태양광산업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회림 창업주가 세우고 키워온 OCI그룹은 현재 2세들인 수영·복영·화영 등 3형제가 계열분리를 거쳐 3개 기업군으로 나눠진 상태다. 3형제는 각각 OCI그룹, 삼광글라스, 유니드 등을 맡아 서로 협력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회림 창업주에 대해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내린다. 이회림 창업주가 OCI그룹의 경영에만 집중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에서도 활약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회림 창업주는 전경련 이사, 경총 이사,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체육회 이사, 대한상의 부회장, 무역협회 이사, 중앙노동위원회 위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고문 등 다양하게 재계단체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총리는 물론 범LG家와도 직접 연결
이회림 창업주는 부인인 고 박화실 여사와의 사이에서 3남3녀를 봤다. 이 중 3형제가 OCI그룹을 각자 이끌고 있다. 장남인 이수영 회장은 OCI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2남 이복영 회장은 삼광글라스(구 삼광유리공업)와 이테크건설 등을, 3남인 이화영 회장은 전문소재 화학기업인 유니드를 맡고 있다. 이회림 창업주의 세 딸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대주주로 OCI그룹 각 계열사에 상당한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OCI그룹의 오너 일가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탄탄한 알짜배기 혼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이회림 창업주는 두 명의 총리를 사돈으로 두었으며, 재계 혼맥의 허브로 평가받는 LG그룹과도 사돈을 맺고 있다. 특히 두 명의 총리를 통해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OCI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남 이수영 회장은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과 결혼해 형제를 두고 있다. 이 중 장남인 우현 씨는 김범명 전 국회의원의 장녀인 수연 씨와 결혼했다. 차남인 우정 씨는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잉곳·웨이퍼 제조업체인 넥솔론의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