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Manner]서대원 대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특강…손님의 파트너가 레즈비언이라면?
입력 : 2013.02.04 14:29:05
수정 : 2013.02.26 09:45:10
지난해 11월 모 신문이 비즈니스면 톱기사에 오보를 냈다. 그것도 한 두 곳이 아니고 제목과 기사 여러 부분이 틀렸다. 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아직까지 정정을 하지 않은 걸 보면 그 회사의 누구도 오보를 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거기엔 이런 제목이 달렸다. “제주도에 최대 투자… 말레이시아 버자야랜드 다또 대표”
또 기사엔 “다또 대표는 제주에 투자한 이유로 ‘세제 혜택’을 꼽았다”거나 “다또 대표는 제주의 지리적 여건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이것이 왜 오보일까. 오보라기보다 무지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기사가 잘못된 것은 ‘다토’라는 단어에 있다. 얼핏 보면 성 같지만 ‘다토(Dato)’는 성이 아니다. 동남아권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귀족에 대한 경칭이다. 영어의 ‘써(Sir)’와 같은 의미다. 경칭을 성처럼 썼으니 그 나라 사람들이 알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한국은 이미 무역 1조달러 시대에 들어섰을 뿐 아니라 UN 총회 의장과 UN 사무총장까지 낼 정도의 글로벌 국가로 성장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날 때 하는 대화 수준이나 그들을 대하는 자세는 아프리카 후진국보다도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비하가 너무 심한 게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묻겠다. 외국인과 부부동반 모임에 나가서 자기 부인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집사람’ ‘마누라’ ‘와이프’…. 그 수준이라면 여전히 아프리카 후진국에 가서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UN통으로 UN 외교가의 매너 그 자체라는 평을 듣는 서대원 대사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해 몇 해 전 <글로벌 파워 매너>란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 글로벌 시대에 맞는 에티켓과 비즈니스 매너 등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고품격 국제 매너는 물론이고 대화의 기술과 비즈니스 규범 등을 담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글로벌 교류를 할 때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는 사람 이름에 대해서도 여러 페이지를 할애했다. 그가 강조하는 글로벌 매너는 어떤 것일까.
서 대사는 “글로벌 시대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실력을 발휘할 노하우가 있어야 하며 정보수집 능력도 갖춰야 한다. 글로벌 시대는 브랜드 시대이기도 하다. 국가 브랜드뿐 아니라 개인의 브랜드도 필요하다. 브랜드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국가 브랜드가 뒤졌기 때문에 기업들이 국가를 내세우지 않고 영업을 했다”며 “그래서 한국의 간판기업들이 일본 기업인지 유럽의 어느 기업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 브랜드는 어느 정도 올라왔으나 개인의 브랜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는 서 대사는 글로벌 매너의 3요소로 ‘예의범절’과 ‘화제’ ‘기본영어 구사력’을 꼽았다.
예의범절의 글로벌 스탠더드
그는 예의범절에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은 레이디 퍼스트고 좌석 배치이며 RSVP(repondez s’il vous plait ; please reply)이다.”
이것만 알고 레이디 퍼스트만 찾으면 ‘ㄱ’자를 알았다고 경제를 알았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조건 레이디가 먼저는 아니란 얘기다.
“공식적인 회동에선 상사가 먼저다. 좌석 배치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
초청장을 받았을 때 반드시 답신을 해주는 것도 글로벌 매너의 기본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초청장을 보내면 답변을 하지 않는데 답변을 해서 상대가 준비하도록 하는 것도 국제화 시대 예의범절의 기본이다.”
서 대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사람을 소개할 때 원칙은 윗사람 먼저다. 레이디 퍼스트가 아니다. 식탁에 앉아선(양식의 경우) ‘좌빵우물’을 준수하라. 내 자리를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빵을 먹고 우측에 있는 물을 마시라는 뜻이다.”
대화를 할 때 언어의 능숙함과 미숙함을 넘어 사용해선 안 되는 단어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정치적 정확함(Political Correctness)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종 차별을 부르는 단어는 절대로 안 된다. 미국에선 검둥이(Black) 노랑이(Yellow)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American)이나 아시안-아메리칸(Asian-American)이 표준이다.”
외국인과 교제하다 보면 부부동반 모임을 갖는 게 다반사다. 초청이 왔을 때는 그렇다고 치고 초청할 때는 어떻게 할까. 초청장에 ‘부인동반’이라고 써서 보낼까. 절대 안 된다. “옛날엔 당연했지만 지금은 부인 없는 사람도 많고 동성애자도 있다. 그러니 부인동반은 또 다른 차별이다. ‘배우자(Spouse) 동반’이라고 해야 한다. 요즘은 배우자 없는 사람도 많아 더 나아가서 ‘파트너 동반’이라고도 한다. 이런 모임에 게이나 레즈비언 파트너를 동반해도 놀라지 말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화제는 평소에 연습하라
대화를 하려면 공통으로 아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상대가 말문을 열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꺼냈는데 전혀 모르는 이야기면 아예 다음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서 대사는 “화제는 필수교양을 비롯해 음식과 와인, 고전음악, 스포츠, 헤드라인 뉴스, 건강관리, 베스트셀러 등이 된다. 필수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콘텐츠의 기본은 음식이라면서 음식이나 술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대화는 음식으로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대화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음식과 함께 나오는 술이나 음악과 헤드라인 뉴스가 대화거리다. 이게 없으면 (한국식으로) 폭탄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와인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도 이야기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좋은 방편이다.
“배려는 가장 중요한 매너”라는 서 대사는 모임에서 주인으로서 할 것과 손님으로서 할 것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모임에선 주인과 객의 역할이 필요하다. 주인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해야 하고 객은 객으로서 주인을 존중해야 한다. 이때 양쪽 모두 칭찬은 기본이다. 주인이 와준 것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객은 주인이 준비를 잘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한다.”
특히 주인이 건배(Toast) 제의를 할 경우에 대비해 간단한 정도의 건배사는 준비해 두라고 했다.
기본 영어는 알아야 한다
글로벌 모임에서 통역을 쓰면 어떨까. 서 대사는 그렇더라도 가장 기초적인 영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역을 쓰더라도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 정도도 모르면 어떻게 될까. 아마 유머의 대상으로 오르내릴 것이다. 실제로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 대통령을 대상으로 삼은 유머들이 많이 오르내렸다. 그중 한 유머는 이렇게 흘러간다.
‘영어를 모르는 대통령이 미국을 가게 됐다. 비서실에서 짧은 시간에 대통령을 위한 영어 특강을 했다. “대통령님 영어를 모르니 처음 만나면 무조건 “How are You?”라고 하세요. 그러면 저쪽에서 “I’m fine, And you”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면 “Me, too”라고 하면 됩니다.”
대통령은 ‘그 정도쯤이야’라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런데 클린턴을 만난 대통령은 갑자기 생각이 막혔다. 당황한 대통령은 “Who are you?”라고 했다. 당황한 것은 상대방. 그런데 외교 관례에 정통한 그는 침착하게 웃으며 “I’m Hillary’s husband”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Me, too”라고 답했다고 했던가.’
또 이런 유머도 전해진다.
‘어느 대통령이 “기본 인사는 알아야 합니라”라고 비서실에서 얘기하자 “그 정도는 나도 아니 걱정마라”며 배우지를 않았다. 그런데 상대가 갑자기 “Long time No see”라고 하니 ‘아하 내가 노씨라고 이렇게 부르는구나’라고 생각해 너는 부씨(부시)니 “Long time Bu See”라고 했단다.’ 우스갯소리지만 이 정도는 실수 없이 넘어가야 그 다음 대화가 이어진다.
서대원 대사의 글로벌 매너를 위한 다섯 가지 팁1. 이름을 불러라
상대를 부를 때는 가급적 첫 번째 이름(1st name)을 불러라. 그래야 친해지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러니 Mr.는 버려라. 다만 Sir나 Dato 등 귀족 작위는 함께 불러야 한다.
그런데 복잡한 외국인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여기에도 방법이 있다. 규칙을 알면 된다.
성경 이름들과 그 사촌들(변용)
·John, Johan, Hans, Juan, Jean, Ivan, Ionescu, Jonesco -요한
·Johnson, Peterson, Davidson - 아들들
스페인 전통의 이름들
·Rafael Antonin Solazar-Galvez(성)
·Pablo Luibi Picasso
- 이름 아버지성 어머니성
아랍 전통의 이름들
·O Sama Bin Laden 여기서 Bin은 ‘아들’
·Abdullah bin Abdul Aziz
·Dato Haji Ramulan bin Ibrahim Dato는 귀족, Haji는 순례를 마친 사람.
Ramulan이 이름이고 bin은 아들을 뜻하며 Ibrahim이 성이다.
노르만 전통의 이름들
·Andersen
·Carlesson
·Gustafsson 아들이란 뜻이 이름 뒤에 붙음.
유태인 전통의 이름들
귀금속 장인의 집안이 많다
·Goldman
·Silverman
·Diamond
·Safire
·Issac Pearlman
·Felix Mendelssohn sohn은 아들을 뜻한다.
슬라브 전통의 이름들
·Vnukov/Vnukava va는 여성 이름이다.
Navratilova
·Milosevich vich는 아들을 뜻한다.
·Hajimohametovich 이 이름은 순례를 마친 모하메트의 아들을 뜻한다.
이름을 불러줘야 진정한 관계가 형성된다.
2. Body Language를 적절히 활용하라
영어가 막힐 때 보디랭귀지가 통할 때가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하는 서구의 보디랭귀지는 익혀야 한다. 어깨를 으쓱하거나 눈짓을 하는 등이 있다.
3. 드레스 코드(Dress code)
외국에선 모임에서 드레스 코드를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쉬운 단어인데 때로는 어려운 게 드레스 코드이기도 하다. Formal, Informal, Casual로 나오는 드레스 코드를 어떻게 이해할까. 이에 대해 서 대사는 잘 모르면 조금 윗 수준으로 하라고 한다. 포말한 드레스가 어떤 모임에선 인포말한 수준일 수도 있다는 것.
·Formal : Black Tie & 턱시도 가장 기본
Lounge Suit
National Dress : 무조건 Formal
·Underdressed vs. Overdressed Overdressed는 약간 더 Formal한 느낌을 말함.
4. Speech 준비
·주인(Host) : 환영, 감사, 모임의 의의를 담아 건배를 제의한다.
·주빈(Guest of Honor) : 주인에 대한 감사와 칭찬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이때 유머를 섞어서 쓰면 금상첨화다. 가벼운 유머는 모임의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그러나 모임의 주제는 명확히 말해야 한다.
스피치를 할 때의 원칙이 있다. 바로 ‘No Text but No Impromptu’이다. 안철수 씨가 대선 토론에서 하듯 원고를 들고 읽으면 무조건 실격이다. 그렇다고 준비를 전혀 안하면 그건 더욱 곤란하다. 철저히 준비를 하되 준비를 하지 않은 듯 말해야 한다.
“갑자기 이런 부탁이 들어와서 준비가 안됐는데…”라고 빼는 듯 하면서도 자신 있고 재미있게 하는 스피치가 으뜸이다.
사람이 많은 모임에 나가면 알 듯 모를 듯한 사람이 꼭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할까.
“Have we met? Looking familiar!”
그러면 상대가 맞장구를 친다. 밑져야 본전이다.
5. 무조건 질문하라
·모르는 것, 불확실한 것을 두고 돌아오지 마라.
외국에선 모르는 게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럴 때 당당하게 물어라. 상대는 호의를 갖고 답을 한다.
서대원 대사
최규하 전 대통령의 사위로 국정원 해외담당 제1차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 국제협력 분과위원장과 한식세계화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외무고시 7회로 외교부 재직 시 유엔과 업무를 시작으로 유엔공사 유엔국장 유엔차석대사 등을 역임한 유엔통. 오랜 세월 유엔을 무대로 세계 외교관들과 교류해 매너 하나만큼은 깔끔 그 자체다. 헝가리 대사를 끝으로 외교부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