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부터 담보대출의 상식이 바뀌었다. ‘동산·채권 등 담보에 관한 법률(동산담보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실상 부동산 담보가 있어야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기계나 소와 같은 동산(動産)으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동산담보법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운데 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9% 수준이다. 동산담보대출이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과거에도 매출채권이나 대형 공작기계 등을 중심으로 담보대출이 이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 비중은 전체 기업대출의 0.01%에 머물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동산담보법의 시행으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동산담보대출도 부동산 담보대출처럼 은행권 대출의 한축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면서 2009년에는 취급규모가 4800억달러(약 560조원)로 급증했다. 일본도 시행 초기인 2006년에는 530억엔에서 2010년 2982억엔(약 4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물론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법적 기반은 이제 막 갖춰졌지만 아직 다른 제반 여건들이 완비되지 않은 탓이다.
우선 관련 상품 출시부터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은행권은 당초 법 시행시점에 맞춰 6월부터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동산 등기예규 마련 등의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준비 절차가 미뤄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이르면 오는 8월부터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담보로 인정되는 동산도 초기에는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출을 위해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동산의 범위가 축소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