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패스트푸드 체인을 운영하고 있었다. A사는 햄버거 조리과정(Process)의 효율화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업에 성공했으며, 주요 고객층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패스트푸드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특히 A사에 대한 지속적인 불매운동까지 겹쳐 사업성과가 악화됐다.
이에 대해 A사 CEO는 해결책을 마련했다. ‘기존고객’ 대신 패스트푸드 시장 밖에서 같은 시기에 급성장하고 있던 스타벅스 주도의 에스프레소 카페 시장을 주목했다. 그는 대도시 핵심 상권에 위치한 매장을 시작으로 고급 인테리어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춘 카페를 SIS(Shop in Shop) 형태로 개시했으며, 광범위한 매장 네트워크를 통한 뛰어난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사업 반등에 성공했다.
바로 이 A사가 맥도날드이고 카페 신사업은 맥카페다. 맥도날드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원하는 직장인 및 학생을 자사의 고객으로 재정의하고,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사의 역량으로 재정의해 단숨에 전 세계 3만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보유한 카페 체인으로 거듭났다.
맥도날드는 맥카페를 미국에 본격적으로 전개한 이후 2년 만에 매출 60% 신장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 CEO였던 랄프 알바레즈(Ralph Alvarez)는 “우리는 우리가 사업을 영위하는 공간을 재정의했다”며 “단순한 패스트푸드 체인 운영자가 아닌,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리테일 마인드를 가져야만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사례에서 보듯 Future Potential, 즉 미래 시장이라는 것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경영자는 현재의 시장점유율에 심취해 고객 재정의를 통해 전체 파이를 늘리는 데 소극적인 편이다. 전체 시장을 확대하면 할수록 자사의 점유율은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사 점유율의 감소를 역으로 보면 미래에 달성 가능한 잠재적인(Potential) 규모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장성이 정체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성숙·하향산업에 속한 기업, 달성 가능한 점유율을 충분히 달성한 선도기업, 경쟁사 대비 뚜렷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 모두 고객 재정의를 통한 시장 개념 확대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고객 재정의를 통해 시장만 확대한다고 해서 미래시장을 바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고객·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사가 존재하며 새로운 역량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새로운 경쟁자는 스타벅스였고 스타벅스에 대항할 자사의 핵심 경쟁력은 매장 네트워크를 활용한 뛰어난 접근성이었다. T-Plus는 고객과 경쟁관점에서 Future Potential을 확보할 수 있는 제언을 제공하고자 한다.
Future Potential Capture전략 6대 제언 1. 고객축을 입체적으로 전환하라.
고객 재정의를 위해서는 우선 B2B와 B2C로 고객축을 전환하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시도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역량의 활용 가능성이 높고 추가로 투입되는 투자규모 대비 효과도 큰 편이므로 최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먼저 B2B 기업의 경우 기존 고객의 고객, 즉 최종소비자를 직접적인 타깃으로 마케팅 활동을 실시해 판로 개척과 구매 가능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판매를 실시했을 때 중간 공급자인 기존고객의 집단 반발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도, 최종 소비자의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중간 공급자에게 제품을 요구하도록 유도하는 Pull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Eli Lilly and Company)는 1987년 출시한 항우울제 프로작(Prozac)의 초기성과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구매하던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해 그들이 능동적으로 제품을 찾게 유도했고 그 결과, 프로작(Prozac)은 현재 매일 7만여 건 이상이 처방되는 연매출 4조원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B2C 기업의 경우에는 자사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된 산업군을 잠재적 B2B 고객으로 선정하고, B2C 판매를 통해 축적한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고객확대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아동이 주요 고객인 기업은 유치원을 공략하고, 노인이 주요 고객인 기업은 양로원 또는 병원을 공략하는 식이다.
애플은 그래픽 기능이 뛰어난 매킨토시(Macintosh) 컴퓨터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용으로 판매해 B2B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신규 매출원을 확보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매킨토시(Macintosh)를 접하며 자란 학생들이 이후 자연스럽게 애플의 충성고객이 되는 부가효과까지 누렸다.
2. 비구매 요인 파악을 통해 非고객을 공략하라.
두 번째로 Full Potential을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현재 고객이 아닌 비고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비고객의 비구매 요인을 파악해 개선하고자 할 때 비고객은 비로소 잠재고객이 된다.
첫걸음은 기존고객의 분석이다. 매출 기여도와 수익 기여도 등 자사에 적합한 사업 성과지표를 활용해 핵심고객을 정의하고, 핵심고객을 제외한 모든 비고객을 잠재고객으로 정의한다.
비고객이 도출됐으면, 그들의 구매장애 요인을 도출한다. 이 단계에서 유의할 점은 고객의 실제 구매상황을 개입 없이 관찰하는 조사를 실시해 고객의 무의식적 비구매 요인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직접적 경쟁제품과의 비교뿐만 아니라 대체재까지도 폭넓게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제품을 수정하거나 보완해야 비고객을 공략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기존 핵심고객의 주요 구매요인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그 외의 요인에 초점을 맞춰 비고객 공략을 기존 전략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닌텐도(Nintendo)는 2000년대 들어 경쟁사에 뒤쳐지면서 시장점유율 하락하고 있었다. 당시 핵심고객층의 주요 게임기 구매요인인 그래픽과 하드웨어 성능에서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쳐지기 때문이었다.
이에 닌텐도는 부모·직장인 등 비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어려운 조작방법, 복잡한 초기설정 과정 및 과도하게 긴 게임시간이 비고객의 비구매 요인임을 파악하고 컨트롤러의 움직임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닌텐도 Wii를 출시했다. 닌텐도 Wii는 2006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콘솔게임 시장지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3. 자사 핵심제품의 속성을 재정의하라.
기존제품의 속성 및 TPO(Time, Place, Occasion)의 재발견을 통해서도 새로운 고객 발굴이 가능하다. 듀폰은 타이어업체를 타깃으로 기존 소재에 비해 강하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소재인 케블라(Kevlar)를 개발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매출규모는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듀폰은 케블라(Kevlar)의 ‘강함’ ‘탄성’ ‘가벼움’ 등 다양한 특성의 활용 가능성을 고민했고, 그 결과 방탄복과 고가의 오디오장비 등 다양한 신규 활용영역을 발견했다.
2011년 기준 Dupont Kevlar 섬유의 연간 매출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위의 사례는 이미 보유한 제품의 특성 및 용도를 재정의하는 것으로도 새로운 고객층 발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외부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활동이 요구되는데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한 토론장이 적합하다. 또한 소비자 사용행태 연구를 통한 의외의 용도 경진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내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발견한 제품의 의외적인 사용 용도를 회사에 제출하고, 월별 최다·최우수 보고자 및 아이디어의 실행자에게 소정의 포상을 수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은 제품 개발단계부터 제품의 다양한 활용방식을 고민하는 ‘Out of the box’ 사고를 익히게 될 것이다.
4. 경쟁구도를 재정의하라.
자사의 경쟁력에 대한 재정의도 뒤따라야 한다. 전통적인 경쟁구도가 고객의 니즈를 위한 동종 제품·서비스 경쟁이었다면, 잠재 기업과의 경쟁구도는 고객의 한정된 자원을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선점하기 위한 이종 제품·서비스 간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고객의 한정된 자원이란 곧 돈(Money), 시간(Time), 공간(Area)이다.
고객은 한정된 돈을 보다 가치 있게 사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타깃 고객이 어디에 돈을 지불하는지를 파악해 그들이 선호하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특성 및 가치를 기반으로 SOW(Share of Wallet)을 점유하기 위해 타 업종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신규 시장을 발굴할 수 있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보가 가능하다. 일본의 만화 시장이 좋은 예이다. 2000년 이후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일본의 만화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는데, 최대 고객층이었던 일본 고교생들이 휴대폰 관련 시장에 평균 용돈 50%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많은 만화책 출판사들이 e-book 형태의 만화콘텐츠를 개발해 핸드폰 콘텐츠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또한 고객은 자신에게 한정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고민한다. 따라서 타깃 고객이 어떤 활동을 통해 시간을 소비하는지, 그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와 행동성향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보유역량을 재정비해 잠재 경쟁사와의 고객 시간 선점을 둔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컴퓨터와 TV 간 경쟁이 좋은 예로 PC의 대중화로 인해 TV 시청률이 급격히 감소하자 TV 제조사는 PC와 유사한 인터페이스와 인터넷 기능을 갖춘 Smart TV를 출시해 고객 여가시간 재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고객은 또한 한정된 시간 내 좋은 장소를 방문하기 위해 고민한다. 따라서 타깃 고객이 선호하는 장소의 특성을 이해하고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타 업종과 경쟁할 필요가 있다. ‘태양의 서커스’는 타깃인 성인들을 고려해 차별화된 공연 콘텐츠 외에도 오페라 극장이 구비한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고급 편의시설을 구비, 오페라 극장 고객흡수에 성공했다.
5. 잠재 경쟁사의 유형 및 동향을 파악하라
Future Potential을 확실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향후 예상 경쟁사의 유형을 정의해 잠재 경쟁사를 빠짐없이 List-up하고, 주기적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잠재 경쟁사의 시장진입 유형은 크게 6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인접 산업으로 자사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가진 잠재 경쟁사의 ‘포트폴리오 강화형’ 시장 진출이다. 이런 경우 유관역량의 보유 가능성이 높아 시장진입이 용이한 편이다.
두 번째는 현재 자사의 Supplier 역할을 담당하던 업체가 캡티브 마켓 확보를 위해 자사의 영역으로 가치사슬(Value Chain) 확장을 노리는 ‘Upstream VC 통합형’이다.
이 경우 자사의 사업영역에서 요구되는 초기투자비가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고객 기업이 안정적 시장점유율 증대를 위해 자사의 영역으로 확장을 노리는 ‘Downstream VC 통합형’이다. 이 경우 잠재 경쟁사는 대규모 초기투자비가 소요되나 안정적인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한다.
네 번째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이다. 대기업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리 없이 진출 가능하나 영세한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 대기업의 구조적 한계인 인건비 경쟁력 상실 및 영세업체들의 집단 반발 가능성 등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다섯 번째는 국내시장에 대해 매력을 느낀 글로벌 기업의 시장진입이다. 이 경우 한국시장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전략으로 기존 시장 내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하는 신규기업의 시장진입이다. 이상 6가지 유형별로 잠재 경쟁사를 도출하면 각 경쟁사의 시장진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자원이 소요되므로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서만 ‘Yes’ 와 ‘No’ 로 연 1회 Quick Test를 진행해 각 기업의 시장진입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다섯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지속적으로 자사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의지를 표명해 왔는가?”
“자사 사업영역 진출을 위한 충분한 금전적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사업 확장을 위한 충분한 인적자원과 운영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
“자사 대비 우월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있거나 단기간 내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 사업영역을 위협할 만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가?”
6. 상시 모니터링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라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경쟁구도를 재정의한 후, 잠재 경쟁사를 도출하고, 시장진입 가능성을 평가해 진입 전략을 수립하는 일련의 단계를 전담할 별도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옵션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상시 CEO 직보 조직형’이다. 이 경우 상시 조직으로서 다양한 경쟁사들에 대한 신속한 분석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관련 업무를 전담해 타 부문의 업무공백 발생 우려가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능별로 심도 있는 경쟁사 분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두 번째 ‘수시 TFT형’이다. 이 방식은 각 부문별 전문가가 심도 있는 분석이 가능하고, Cross Functional Team 구성을 통한 통합적 관점의 경쟁 분석이 가능하며, 각 TFT 멤버가 출신부문 내에서 대응전략 전파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부문별 전문가를 일시적으로나마 차출하게 되므로 해당 부서 내 업무공백이 발생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각 기업은 자사의 조직구조· 사업모델 및 경쟁현황에 맞춰 각 옵션의 선택 또는 조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Future Potential을 찾기 위한 T-Plus의 고객과 경쟁 관점의 6가지 제언을 소개했다. 끝맺음에 앞서 서두에 소개한 맥카페의 케이스를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대성공에 고무돼 2009년 국내에서도 동일한 컨셉으로 맥카페(McCafe)를 도입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커피의 품질보다는 고급스런 매장에서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행위로 만족을 느끼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또한 도입 당시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활용한 광고는 실험 참가자들을 ‘무지한 된장녀’ 취급한다는 항의가 발생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한번의 시도 또는 성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급변하는 현재의 시장에서 Future Potential을 찾기 위해선 일회성이 아닌 변화를 향한 지속적 노력이 요구된다.
※ 20호에서 계속...
[최소영 T-Plus 대표, 이 일 T-Plus 컨설턴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0호(2012년 0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