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이 실제로 영업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은 근무시간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이 본연의 업무에 주력할 수 있도록 세일즈 운영을 재편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결코 낯설지만은 않을 풍경을 소개한다. 한 글로벌 회사의 내근직 영업사원은 텔레마케팅을 위해 수화기를 몇 번 들어보지도 못한 채 근무시간의 75%를 지연된 딜을 처리하고 고객 문의사항에 답변하기 위해 황급히 정보를 검색하거나 극히 단순한 요청 건에 대해서조차 일회성 품의서를 작성하는 데 보내야 했다. 일선 현장의 고액 영업사원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근무시간의 45%가 내부 영업지원 및 딜의 경과를 확인하는 데 소요되곤 했다. 표준적 제안서 하나를 작성하는 데에는 무려 7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회의들이 소집됐으며, 현장 직원들이 특가 관련 품의서 한 건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최대 3주에 달하는 끈질긴 노력이 기본이었다. 이러한 비효율적 영업모델은 주먹구구식으로 신상품이 출시되면서 결국 그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초기 주문 확보를 위한 품의서가 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은 비효율적 영업운영에 대한 경종을 울렸으며 결국 이 회사는 2년에 걸친 글로벌 세일즈 운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영업지원 인력(역할을 명확히 정의)과 딜 코디네이터(영업사원들을 대신해 시스템 상에서 매출 기록 관리를 담당)들로 구성된 ‘세일즈 팩토리(Sales Factories)’를 신설했다. 또한 내부 프로세스의 표준화 및 단순화와 함께 포괄적인 성과관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어려운 작업으로,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대대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효과를 고려한다면 이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국가 별로 이행한 결과 단 4개월 만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난 지역도 있었다. 즉 영업사원들에게는 영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평균 15% 더 늘어났으며 실판매 전환율은 5% 상승하고, 내부 영업 프로세스 사이클은 20% 단축됐다.
이는 많은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에 해당하나, 막상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그 결과 세일즈 조직은 언제까지나 막대한 비용발생 부서(Cost Center)를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 및 차별화의 동력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잠재력 역시 사장되고 만다.
영업조직 재편을 통한 성장 점화
모든 영업조직 재편에 있어서 그 기본 원칙은 영업활동 및 고객관계 구축을 위한 시간을 최대화하는 것에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효율화를 추진하는 과정에는 복잡성 심화를 야기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기에 이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원칙이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 운영의 범위와 규모를 제대로 이해해 영업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성을 증진하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하라.
문제점 및 기회 파악
많은 기업들은 영업의 정의를 딜 구조 수립, 견적 도출 및 신용 확인과 같은 거래차원의 활동으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다 폭 넓은 포괄적 시각(end-to-end)에서 본다면 영업 지원이란 독립적 기능에 해당한다. 영업활동은 거래 지원(딜 및 딜 프로세싱에 핵심적인 활동)업무들로 시작되지만, 그 과정에는 영업과의 직접적 관련에도 불구하고 거래 수행과는 무관한 부서들도 관여하기 마련이다. 헬프 데스크, 재무, IT 지원 및 인사와 같은 부서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프로젝트들 역시 비단 영업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략 및 보고(판매 장려금, 커버리지 분석 및 테리토리 플래닝 등을 포함) 등 많은 부문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곤 한다. 따라서 이 모든 업무들에는 직접적 관련자들의 시간은 물론 (효과적 효율적으로 실행되지 않을 경우)영업사원들의 시간까지도 잠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숨어 있다. 실제로 영업운영에 소요되는 실질적 비용을 산출해 볼 경우, 상당수의 고위 경영진들 예상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에 충격을 받곤 한다. 예를 들어 한 IT 기업의 경우 영업운영에 연 500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어 무려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한 기업들조차 영업운영은 산발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 예산상에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실질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매우 많다.
따라서 영업사원들이 중복적 업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실제적 판매활동에 주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영업운영 실태에 대한 포괄적 시각을 통해 이러한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주문이 처리되는 전 과정을 최초 시점부터 완료 시점까지, 혹은 더 나아가 잠재적 고객 발굴 단계에 이르기까지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차질이 발생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파악해 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업운영 경로에 대한 매핑작업이 완료됐다면, 한 영역에 대한 조치가 다른 영역에 어떠한 여파를 미칠 것인지를 주의 깊게 고려하면서 해결책을 수립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세일즈 운영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드러내기에 다소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 실적 반등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던 한 물류회사는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영업사원들이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결제 시스템 업데이트, 소방훈련, 내부 커뮤니케이션 등 영업 외 업무에 보내고 있다. 실질적으로 영업에 할애하는 시간은 불과 3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전체 영업 프로세스의 최적화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유통의 신개념을 제시한 홈플러스 선릉역 가상 스토어
영업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기회들을 도출해 냈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괄적인 솔루션을 이행하는 것이다. 한 기업의 경우 수년간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영업 프로세스의 각 단계를 개선하는 데에 집중한 결과, 각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은 성공적으로 단축했지만 전체 사이클 타임은 오히려 훨씬 더 늘어나, 업체를 교체하겠다는 고객들이 속출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각 단계별 최적화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전체 프로세스 상의 조율과 최적화를 간과한 것이 그 이유였다. 즉 단계 별 소요시간 단축을 위해 개인별 업무소요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하자, 각자 이를 단축하기 위해 정보가 마비된 업무들을 타 부서 및 담당자에게 넘기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재작업 및 업무 지연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말았다. 그 결과 각 단계의 처리속도는 훨씬 빨라졌지만 전체 사이클 타임은 오히려 두 배나 길어지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리온 마켓오레스토랑과 공동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이 회사는 주요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후선업무에 대한 대대적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프로세스 재설계를 위한 자문단에 해당 담당자들 중 일부를 참여시키고, 샘플 주문이 처리되는 과정을 각 단계 별로 면밀히 고찰해 어디에서 지연이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매출 기여도가 약 20%에 불과한 딜들이 영업업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주문 금액 및 복잡성을 기준으로 딜을 세분화해 단순, 중간, 고난이도의 3개 트랙으로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 후 각 트랙 별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단계를 제거하는 최적화 작업을 수행했다. 예를 들어 사소한 가격 변경이 발생하더라도 프로세스 상 첫 단계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했다. 딜 단순화를 통해 추가로 확보된 리소스는 보다 폭넓은 맞춤식 수정작업 및 세밀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고도로 복잡한 대형 딜에 투입됐으며, 자문단은 각 단계 별 피드백을 제공했다. 새로운 모델이 도입됨에 따라 고객들 역시 내부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했지만, 그 효과가 확연히 드러나자 이들 역시 주저 없이 신속히 자신의 프로세스를 수정했다.
그 결과 딜 완료에 소요되는 기간이 단순 딜의 경우 수개월 단축됐다. 다소 복잡한 딜의 경우 수주일, 그리고 매우 복잡한 딜의 경우 수일 단축됐고 그와 동시에 일관되게 높은 품질의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불필요한 단계를 해소할 경우 15%의 영업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며,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서비스업체 관계 전담 리소스를 25% 축소하는 데 성공한 고객사도 있다.
성공을 위한 실행전략
미국 시카고에 있는 게토레이 마케팅 본부
영업조직 운영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은 영업과 관련된 부분에 관해서는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을 꺼려하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영업을 재편할 경우 매출에 위협이 될 수 있으리라는 두려움을 고위 경영진들 먼저 극복해야 한다. 둘째, 영업 및 영업지원 부문의 임원은 물론 재무 등의 타 부서들도 함께 협력해 이러한 기회를 모색 및 발굴해야 한다. 셋째, 성공적 재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위급의 꾸준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사적으로 경영진들이 함께 모여 데이터를 공유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설득하며 구심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맡게 되는 최고위급 리더는 사내정치나 과거의 관행과 상관없이 폭 넓은 전사적 시각에서 최적의 해법이 무엇인지를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새로운 역량 및 인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영업운영을 성공적으로 재편하는 과정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상의 근본적 변화는 물론 고객, 고객대면 부서 및 후선부서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 그룹 간 상호작용 방식에도 막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한 소비재기업은 남미의 영업조직을 재설계하면서 이전까지 국가 별 영업 지원부서에서 수행하던 많은 업무(신용확인, 서비스 주문 등)들을 중앙화 및 효율화했다. 그 결과 지원인력은 가격책정 전략 및 프로모션 사후 분석 등 보다 고부가가치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으며, 세일즈팀 역시 추가적으로 확보된 시간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기아차 캘리포니아주 카슨 판매점
마지막으로 영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방심은 금물이다. B2B 및 B2C 영업채널의 성장 및 확산으로 인해 영업직 사원의 업무에는 영업 외 업무들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오랜 습관에 의해 귀중한 영업시간이 어느새 잠식되는 경우도 있다. 보다 신속하고 선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대식 영업지원 체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영업사원들은 고객들이 신속한 답변을 요구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하던 모든 일들을 중지하고 반사적으로 이를 먼저 처리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리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새로운 시스템 체계를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며 “본연의 영업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해당 시간을 더 잘 활용하는 것”임을 모든 영업사원들이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고 한 하이테크 기업의 최고 세일즈 담당 임원은 설명한다.
이와 같은 습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개인별 목표를 설정(신규 고객과의 미팅 건수와 같은 주 단위 지표들에 대해)하는 접근법을 취한 기업도 있다. 행동방식을 전격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목표를 영업사원들에게 책정함으로써 새로운 프로세스를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지원업무에서 벗어날수록 실적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성공적 효과들이 점차 확산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프로세스 역시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다.
전사적 시각으로 영업 운영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전체 영업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를 실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세일즈 운영이 효율화되고 중복적 후선 업무들이 해소되면 될수록, 딜 성사 및 문제 해결 속도는 빨라지며 이는 더 높은 고객만족도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기업들의 경우라면 이를 통한 매출 상승 및 원가 절감효과는 수억 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그 당위성이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을 효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