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후 재도전 뭐가 달라질까?”
2024년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의 두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실패 과정도 좋지 않았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지난 10월 16일 진행된 이번 IPO에서 케이뱅크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상단이 1만 2000원, 하단이 9500원이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가 저조하게 나오자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희망 공모가 범위의 하단 아래인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결국 10월 18일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며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이번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상장이 무산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 1차례 상장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IPO 시장이 침체하자 케이뱅크는 지난해 2월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에는 시장 침체 등의 외부적인 요인이 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고평가 논란과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 의존도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다.
먼저 케이뱅크가 최소 5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라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케이뱅크는 기업 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회사로 카카오뱅크와 미국·일본의 인터넷 은행을 선정한 뒤, 비교회사 3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했다. 10월 22일 기준 KB금융,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은 1을 넘지 않고, 카카오뱅크도 1.7배 수준이다. 일본·미국 등 해외 인터넷은 행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가장 유사한 비교군인 카카오뱅크에 비해 50% 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잡은 셈이다.
케이뱅크가 원화 입출금 계좌를 담당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에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이 적절히 공시됐는지 검토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총 예금 중업비트 예금 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17% 수준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업비트 없이 케이뱅크가 독자 생존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이번 실패가 상장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상장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측은 “지난 8월에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은 것이 6개월간의 효력이 내년 2월까지 유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올바른 기업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떨어진 신뢰도와 함께 상장 선배인 카카오뱅크의 부진으로 인해 업계의 반응은 달갑지 않은 눈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6개월 만에 바꿀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주지한 뒤 “부진했던 실적을 상장 후 플랫폼 사업을 통해 뒤집겠다고 밝힌 비전도 임팩트가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6개월 안에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IPO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는 꼬리표가 케이뱅크를 따라다닐 전망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0호 (2024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