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최근에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느냐가 핵심이다. 전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자사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을 성공시킨 이래 이 방식은 가장 완벽하게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방법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방식을 모방한 쿠팡은 올해 유료 회원 수를 1000만 명 가까이 모을 것으로 예상되고, 네이버와 SSG닷컴 등도 유료 회원 모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빅3’는 단연 네이버와 쿠팡, SSG닷컴이다. 점유율 기준 네이버와 쿠팡이 양분하던 이커머스 시장에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를 인수한 SSG닷컴까지 가세해 시장은 3파전이 됐다.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은 17%, 신세계(SSG닷컴+G마켓글로벌)가 15%, 쿠팡 13% 순이다.
이커머스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첫 단추는 ‘시장점유율 30%’ 고지다. 이때 유료 멤버십을 통한 충성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고객을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고, 안정적으로 고정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멤버십 가격은 합리적으로 두고, 혜택은 넉넉하게 하는 등 균형을 잘 잡아내야 한다.
▶SSG, G마켓과 통합 멤버십
올해 5월, SSG닷컴은 G마켓(옛 이베이코리아)과 통합 멤버십 작업을 완료하고, 통합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선보였다. 스마일클럽은 당초 옛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가 2017년 4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유료 멤버십 제도였다.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가입비를 올리지 않고 혜택을 더하면서 누적 가입자는 300만 명에 육박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배경에는 300만 명의 유료 멤버십 가입자, 즉 충성고객을 단번에 확보한다는 장점이 고려되기도 했다.
올해 5월부터는 SSG닷컴과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로서, SSG닷컴과 G마켓 각각의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었던 편익을 한 번에 얻게 됐다. 기존 G마켓 회원으로서 최고 등급의 할인 혜택을 누리면서, SSG닷컴의 강점인 쓱배송·새벽배송·장보기 할인 혜택을 동시에 받게 된 것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한 플랫폼에 가입만 하면 SSG닷컴, G마켓, 옥션에서 무료배송, 할인, 적립을 누릴 수 있는 쇼핑에 최적화된 구성인 멤버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회비 3만원을 내고 스마일클럽에 가입하면 웰컴 기프트로 스마일캐시 3만5000원이 제공된다. 지불했던 연회비가 바로 회수되는 셈이다. G마켓과 옥션의 최고 회원 등급에게 주는 12%의 할인쿠폰 4장 등은 그대로 받는다. 여기에 SSG닷컴의 혜택인 쓱배송·새벽배송 등 장보기 상품 구매 시 최대 5% 적립, 장보기 상품 제외한 전 상품 구매 시 10% 할인쿠폰 1장, 5% 할인쿠폰 3장 매월 지급도 있다.
단순 혜택 제공 이외에 주목할 점은 플랫폼 간 포인트 전환 기능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G마켓의 ‘스마일캐시’와 SSG닷컴의 ‘SSG머니’ 간 포인트 전환 기능을 탑재해, 포인트는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채널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스마일클럽 가입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G마켓이 운영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을 통해 연회원으로 가입하거나, SSG닷컴을 통해 월회원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플랫폼 간 통합을 쉽게 받아들이고, 각각의 플랫폼에서 결제를 해도 된다는 범용성이 고려됐다. 인위적으로 개인별 쇼핑 습관을 바꾸지 않고도,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는 의미가 있다. 그 결과 통합 멤버십이 유기적으로 안착하면서 신규 회원도 기존 가입자 수의 10%에 해당하는 30만 명이 늘었다.
한편, G마켓은 지난 8월 쓱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연계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프레시’를 새로 시작했다. 멤버십 통합에 이은 두 번째 시너지 작업이다. G마켓 내의 스마일프레시 전용관에서는 이마트몰 신선식품을 포함해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PL)인 ‘피코크’, ‘노브랜드’와 반려동물용품 전문 브랜드 ‘몰리스’ 상품까지 신세계그룹의 핵심 상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쓱닷컴 관계자는 “G마켓의 강점은 디지털과 패션 등 공산품에 있었다”며 “여기에 이마트와 SSG닷컴의 식품과 생필품 등 카테고리가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G마켓은 그간 오픈마켓 특성상 자체 물류 시스템이 아닌 3자 물류에 의존해왔는데, SSG닷컴의 자체 배송 서비스 시스템 활용으로 배송 역량도 한층 확충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업계 화두가 과연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와 유기적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였다”며 “일단은 통합 작업이 순조로워 보이고, 온·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도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900만 유료 회원 모은 쿠팡 와우멤버십
2019년 도입된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멤버십’은 3년 만인 올해 1분기 9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2020년 600만 명과 대비해 50%나 늘어난 수치다. 900만 명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쇼핑 이용자 수가 3700만 명이니 4명 중 1명이 쿠팡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셈이다. 올해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의 와우멤버십은 기존에는 2900원짜리 멤버십이었다. 이 가격에 로켓배송(건당 3000원), 30일 무료반품(건당 5000원), 로켓직구 무료배송(건당 2500원) 등 배송비가 전면 무료인 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까지 모두 12가지 혜택을 제공해왔다. 편도 기준 택배 단가가 개당 3000원에서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쿠팡에서 물건을 한 번만 주문해도 이득인 셈이다.
와우 회원을 포함한 쿠팡 활성고객의 1인당 구입액도 꾸준히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증가한 283달러(약 34만원)였다. 올해 2분기에도 1달러밖에 줄지 않았다. 이커머스 둔화 상황에서도 쿠팡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구입 수준은 줄지 않았다는 얘기다.
쿠팡은 지난 6월부터는 와우멤버십의 가격을 인상했다.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됐다. 수익성 개선, 즉 적자 폭을 줄이는 게 목표였다. 900만 명의 가격 인상을 통해 한 달에 180억원 수준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연간 추가 이익이 2160억원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인상하면 충성고객이 이탈한다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쿠팡 와우멤버십 이탈 회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되는 ‘로켓배송’과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만의 가치를 고려해도 4000원대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게 충성고객의 공통된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 물류대학원 교수도 “쿠팡은 고객 습관을 바꿨으며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물건을 받는다’는 고객들의 빠른 배송 습관은 앞으로 변함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마켓은 SSG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관 ‘스마일프레시’를 신설했다.
특히 쿠팡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속한 토트넘 홋스퍼를 한국으로 초청해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경기를 직관할 기회를 제공했다. 두 경기 티켓 모두 30분도 안 돼 매진됐다. 토트넘의 1차전이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100명의 관중들이 모였고, 2차전 장소였던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4만3998명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두 경기 티켓 모두 예매 당시 30분도 안 돼 매진됐다. 충성도 높은 유료 멤버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와우멤버십 가입자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OTT 쿠팡플레이는 경쟁 업체와 달리 K리그, 미식축구(NFL) 등 스포츠 생중계를 비롯해 YTN 뉴스와 해커스, 파고다 등의 교육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가 단기간에 자리를 잡은 데는 스포츠 중계, 동영상 강의 등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콘텐츠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연내 1000만 명 돌파할 듯
네이버도 올해 6월 기준 자사 유료 구독 회원 서비스 ‘플러스멤버십’이 누적 이용자 800만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출시 2년 만에 이룬 성과인데, 쿠팡과 마찬가지로 연내 1000만 명 돌파가 예상된다. 네이버는 멤버십이 성장하는 이유로 높은 적립률과 함께 다양한 혜택을 꼽았다.
월 4900원에 ‘쇼핑 적립금(최대 5%)+디지털 콘텐츠 중 1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먼저 멤버십 가입자는 네이버쇼핑·예약·웹툰 등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최대 5%를 적립할 수 있다. 멤버십 사용자의 월평균 추가 적립 포인트는 2만 포인트인데, 가입비 대비 5배 이상의 적립을 누리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 쿠팡이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네이버도 자사의 디지털 콘텐츠를 1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다. 콘텐츠는 다양한데, 매달 바꿔서 경험할 수도 있다. 선택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는 ▲스포티비 나우 스포츠 무제한 이용권 ▲티빙 방송 VOD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온 영화 무제한 이용권 ▲시리즈온 영화 1편 할인 ▲네이버웹툰 및 시리즈 쿠키 49개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등이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자사 멤버십 서비스를 재정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네이버 멤버십 매출이 정체 조짐을 보이자, 회사는 재정비 계획을 내놨다. 올해 2분기 멤버십 누적 가입자는 7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늘었다는 발표와 달리, 멤버십 매출은 238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2억원(0.6%)이 늘어난 정도였기 때문이다. 전체 가입자 수에 비해 매출 규모가 적은 이유는 네이버의 ‘위드 패밀리’ 제도 등 때문이다. 가입자 1명이 최대 3명까지 초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실제로 등록된 회원과 돈을 내는 유료 회원 수 사이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출시 2년이 넘은 멤버십 프로그램의 구조를 다시 한 번 고민하면서, 점진적인 재정비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멤버십의 혜택은 더욱 강화, 최적화하고 포인트 비용은 더욱 효율적으로 집행해 커머스 부문 수익성을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또 8월 들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헤택을 멤버십 가입 고객과 일반 고객에게 나눠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모든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고, 네이버가 특별적립을 진행하는 '네이버 멤버십 데이'에 멤버십 고객으로 한정해 별도 쿠폰을 제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