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과 데스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의 가상공간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매경DB]
지금까지 눈앞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급부상 하고 있다.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 혼합현실(MR)이 현실 속에 비춰진 모습을 보여줘 전 세계인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제 사람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수준을 넘어 현실과 가상세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Q.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디지털 콘텐츠의 탄생은.
A: VR·AR는 지금으로부터 54년 전 탄생했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아버지로 불리며 스케치패드와 컴퓨터 그래픽스를 개발한 아이번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 덕분이다. 그는 하버드대 전기공학과 교수 재직시절 VR·AR 전용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HMD)를 개발했다. VR·AR는 코로나19로 인해 비교적 가정 내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변화는 사람들을 보다 실감나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유입시켰다.
그동안 이러한 기술들은 전시회나 테마파크 한복판에 체험 공간을 운영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오늘날 콘텐츠 기술은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더 실감나게 구현하는 도구로 사용 중이다.
Q. 디지털콘텐츠의 역사는.
A: 과거 20년 전 디지털 콘텐츠 기술의 핵심은 주로 '게임'이었다. 게임 분야처럼 콘텐츠 기술은 다양한 테마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후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왔다. 연구원들은 크리처(Creature·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가상의 생명체를 실제처럼 구현한 3D 캐릭터) 기술을 통해 사물에 적용했고, 실제 배우 같은 가짜 배우도 만들었다. 바로 '디지털 액터' 기술이다. 2013년부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혼합현실(Mixed Reality·MR)까지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구글 글라스 이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도 저가형 VR 헤드셋 '오큘러스 고'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증강현실의 경우 교육이나 훈련 등 분야에 우선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시장 확대가 쉬워지고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Q. AR·VR·MR를 뒤이을 홀로그램이란.
A: 코로나19가 디지털콘텐츠기술의 확산을 빠르게 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이 앞장서 VR·AR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여행업체는 사람들의 수요에 맞춰 미리 가보는 여행지를 VR·AR로 제작해 여행 잠재적 수요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혼합현실 또한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혼합현실은 가상현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감 나는 느낌을 들게 하며, 스마트 안경 밖의 상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해결할 과제도 있다.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가 쓰고 벗는 데, 그리고 사용하는 데 머리가 헝클어지고, 화장이 지워지고, 멀미 증상 등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올 또 다른 현실은 무엇일까? 여러 기술을 들 수 있겠지만 지금 시점으로는 '홀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홀로그램을 만들고 실제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옆에 떠 있는 AI 개인비서 홀로그램과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듯이 말이다.
Q. 콘텐츠 기술은 사람의 오감을 만족하도록 진화?
A: ETRI 연구진은 그동안 초다시점(super multi-view)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홀로그램에 주목해왔다. 향후 홀로그램의 연구는 소재·부품 기술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콘텐츠, 자연어처리,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다양한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완벽한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개인비서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듣는 것보다 모니터 앞에 영상으로 띄워진다면 더욱 실감 나고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콘텐츠 기술의 진화는 사람이 느끼는 오감을 만족하는 기술로 정의되곤 한다. 기존 연구가 약간의 촉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는 후각에 관한 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HMD를 쓰고 바닷가 소나무밭을 걷는다면, 바람이 살살 불고 바닷가 갯벌의 향과 소나무 향이 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해외 연구진은 이미 미각 연구를 수행 중이다.
Q. 메타버스의 앞날은.
A: 이 기술의 개념이 나온 지는 20여 년이 되었다. 가상과 초월(Meta)의 의미와 우주(Universe)를 뜻하는 합성어이다. 3차원 가상세계나 증강세계를 뜻한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메타버스를 "지각되는 가상의 세계와 연결된 영구적인 3차원 가상 공간들로 구성된 진보된 인터넷"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오고 가며 가상의 화폐로 아바타를 통해 물건을 사고 가상의 사무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도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가능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유명한 네이버 자회사 '제페토'에는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하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ETRI 연구진도 디자인한 옷을 가상에서 바로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AI가 제작한 의상을 아바타에 입혀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