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해외직구들이 선호하는 해외종목 TOP10에 생소한 종목이 올라왔다. 바로 ‘VanEck Vectors J.P. Morgan EM Local Currency Bond ETF(티커명 EMLC)’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반에크에서 나온 이머징통화 채권으로 6월에만 매수량이 4127만달러였다. 매수량으로만 따지면 블랙록의 아이셰어 회사채, 글로벌X 클라우드 ETF, 마이크로소프트, 중국CSI300 ETF, 아마존에 이어 6위였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그동안 생소했던 신흥국채권까지도 이제 해외직구가 일상화되면서 직접 투자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반에크 이머징통화 채권 ETF의 인기는 해외채권 투자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해외채권 투자라고 하면 개인투자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관투자가들만 자산 다변화 또는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 해외채권을 편입하는 정도였다. 개인투자자가 투자하는 해외채권은 아예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국채나 회사채거나 아니면 불안하지만 세제 혜택이 있는 브라질 채권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신흥국 채권에 대해 분산투자 측면에서 접근해 ETF를 직접 매수할 정도로 신흥국 채권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달러강세 진정되면서 신흥국 채권 부활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 강세가 진정될 때마다 신흥국 채권은 바람을 타곤 한다. 신흥국채권은 쿠폰 수익률은 높지만 그 기대수익률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변수가 로컬통화 가치인데 약달러가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거기에 따라 원화 또는 달러화로 환산한 신흥국 채권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 본부장은 “강남 지역에서 채권 등 금융지식이 풍부한 고객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외채권 펀드나 ETF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에서 나온 이머징통화 채권 ETF(VanEck Vectors J.P. Morgan EM Local Currency Bond ETF)를 보면 신흥국 국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35달러를 넘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 도입에 따라 9월엔 31달러대로 가격이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다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싹트면서 35달러까지 갔다가 2분기 들어서는 미중 무역분쟁 재발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살아나면서 다시 32달러까지 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싹트자 34달러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올해 수익률로 따지면 7.5%지만 지난해 수익률은 -7.6%였다.
하반기 매크로 환경이 신흥국 채권에 우호적인 만큼 당분간 신흥국 채권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로 신흥국 통화 강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나 유럽의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지난해 한 차례 자본유출을 거치며 키워온 맷집도 최근 신흥국 채권 매력을 키우고 있다. 과거 미국 금리 인상시 자본유출을 걱정하며 금리가 상승했던 때와 달리 최근엔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 타기팅 범위 안에 안정된 물가 흐름을 기반으로 경기 둔화 시 금리 인하로 대응할 만한 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채권 직접 매수, 두 번째는 국내 시장에 상장된 해외채권 ETF 매수, 세 번째는 펀드 투자, 마지막으로는 미국에 상장된 해외채권 ETF를 매수하는 것이다. 각 방법마다 세금이나 투자종목에 차이가 있다.
▶원하는 지역과 기업 선택하려면 직접 매수해야
먼저 해외 채권을 직접 매수하는 방식은 자기가 원하는 지역과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해외채권 중개 기능을 하고 있다. 브라질채권과 같은 경우는 한국과의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개별 채권을 직접 매수할 때는 투자 지역을 잘 골라야 한다. 전문가가 운용해주는 펀드와 달리 매수 및 매도 타이밍, 국가 리스크 등을 온전히 개인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해외채권 중 가장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브라질 채권은 연금 개혁 논의가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이며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금 개혁 하원의회 표결은 9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때까지 연금개혁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한 템포 쉬어가는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NH투자증권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물가둔화와 경기 부진을 이유로 연내 최대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브라질 채권 금리는 강세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라 평가했다.
모디 총리 당선 이후 다시 달리고 있는 인도 경제도 주목할 만하다. 모디 총리 재선으로 금리 인하에도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도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채권 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네시아 역시 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장과 재무부 장관이 부진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회하는 인플레이션 등 금리인하가 확보된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도 채권 강세가 전망되는 국가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본격적인 통화 정책 완화 사이클에 진입했다. 정부 역시 하반기부터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를 펼칠 계획이라 경기 개선 여지도 있고 미국 제재 리스크 역시 줄어들었다.
다수의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에 따라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지난 6월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로컬 통화 강세까지 더해지고 정치적 리스크 완화라는 호재도 있었다. 터키는 3~5월 외환시장 변동성이 감소했고 재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감소한 가운데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리라화 가치가 강세 전환됐다. 10월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는 여야 모두 포퓰리즘 정책에 거리를 두면서 통화 가치가 올랐다.
다만 여전히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투자자라면 신흥국 채권보다는 국내 채권이 나을 수 있다. 이정호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대내외 요인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크게 내려가는 경우 쿠폰 수익률과 채권가격 상승분을 환 하락분이 압도할 수 있다”며 “원화가 신흥국 통화에 비해 약세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라면 신흥국 에너지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 최근 신흥국 크레딧의 강세는 에너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유가가 강한 하방 안정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의지나 쿠폰매력도가 높은 멕시코 에너지기업 페멕스(PEMEX)가 국내에서도 채권 중개를 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즈프롬(Gazprom)도 우호적인 세금정책이나 우수한 에너지 믹스 덕을 볼 수 있고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역시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회사채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에너지기업의 채권 투자는 밸류에이션이나 정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하면 매력도가 높다”면서도 “채권의 신용등급 향방은 정부정책과 환경규제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채권 펀드라면 분산투자 이점
만약 개별 국가의 리스크를 시시각각으로 파악하기 힘들고 투자규모도 작은 투자자라면 채권형 펀드를 통한 투자가 괜찮다. 채권형 펀드는 여러 국가와 기업의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채권형 펀드가 훨씬 유리하다. 채권을 직접 구매했다면 되팔 때 채권을 사 줄 상대방이 나타나야 한다. 국채가 아니라 유동성이 부족한 채권의 경우에는 바로 환매해서 현금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시중에는 듀레이션과 신용등급별로 다양한 채권형 펀드가 나와 있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펀드를 고르기 쉽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채권 펀드 중에서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삼성누버거버먼이머징국공채플러스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7월 8일 기준 15.81%), 미래에셋호주달러우량채권(연초 이후 수익률 10.92%), 미래에셋인도채권(연초 이후 수익률 10.92%), 피델리티이머징마켓 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11.84%), 삼성누버거버먼이머징단기채권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8.37%)가 있다. 채권의 만기나 듀레이션을 감안하면 중장기채가 개인투자자가 투자하기에 맞다. 중장기채는 단기채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 장기채에 비해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인 기대수익률하에서 약간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알맞다.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길어지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화가 커져 위험을 감내할 여력이 큰 기관투자가들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 이자 소득세로 과세된다. 이 때문에 2000만원 이상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ETF로 투자하려면 미국상장 ETF 찾아야
해외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상장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해외 상장된 ETF를 찾아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상장된 신흥국 채권 ETF는 종류가 많다. 달러화로 표시된 경우가 많아 환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반엑크의 ELMB를 포함해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도 신흥국 채권 ETF가 나와 있다. 티커명이 EMB인 아이셰어 JP모건 이머징 채권 ETF(iShares J.P. Morgan USD Emerging Markets Bond ETF)다. 이 ETF는 올해 꾸준히 상승했다는 장점이 있다. 연초 102달러였던 가격은 최근 113달러까지 상승했다. 분배율은 5.51% 정도로 높으며 총보수율은 0.39%다. 신흥국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A 이상의 비율이 13% 정도다. 지난 6월 국내에서 2257만달러를 매수했다.
해외채권 ETF가 해외펀드 ETF보다 유리한 점은 과세 측면이다. 해외펀드는 이자를 받으면 이자소득세 15.4%를 내고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만약 근로소득까지 많다면 세율이 최고 46.4%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해외채권 ETF는 해외주식 개별종목 거래와 마찬가지로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22%가 과세되며 여기에 250만원은 기본공제가 된다. 게다가 손실상계가 가능하다. 이익이 난 금액을 손실이 난 금액에 제해서 양도차익이 과세되기 때문에 해외펀드에 비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자소득세 절세하려면
쿠폰금리 낮은 상품 골라야
보유종목 상위 명단에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이 담겨 있다. 쿠폰 이자율이 모두 6%를 넘는 채권들이지만 신용등급 상으로 보면 트리플B 이하가 55%다. EMB ETF 역시 우루과이, 러시아, 페루, 폴란드, 컬럼비아, 쿠웨이트, 우크라이나 등의 채권들이 편입되어 있다.
최근 채권의 인컴 성격이 부각되면서 채권의 자본이득보다는 쿠폰 이자율에 관심이 높은 캐리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의 직접 투자자라면 발행조건상 쿠폰 금리가 낮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절세 방안이다. 투자 수익률과 상관없이 쿠폰이 과세 표준이 되어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가령 투자자가 5년 전 쿠폰금리 10%짜리 채권을 샀다면 현재 시점에서 시중금리가 2%로 내려갔다고 하더라도 세금은 10% 쿠폰금리에 맞춰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자소득세가 2000만원이 넘어 종합소득세의 높은 세율에 적용받는 자산가들은 발행시점의 쿠폰금리가 낮은 채권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