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바셋 아코르호텔그룹 아시아지역 총괄운영책임자 | 한국은 가장 트렌디한 시장, 스토리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승부
안재형 기자
입력 : 2016.08.05 17:50:55
지난 7월 1일, 서울 동대문과 부산 해운대에서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이 동시에 개관식을 가졌다. 프랑스 호텔체인인 아코르 호텔(AccorHotels)과 한국 앰배서더 호텔 그룹이 2006년 합작 설립한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의 호텔 네트워크는 이로써 전국 6개 도시, 19개 호텔, 4831실로 세를 불렸다(이비스 패밀리 호텔만 총 10개다). 국내 최대 규모다. 자연스럽게 유럽과 아시아퍼시픽 지역 최대 호텔 그룹인 아코르의 국내 영토 확장이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아코르 호텔은 5성급 호텔인 소피텔, 4성급인 풀만과 노보텔, 3성급인 이비스 호텔 등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이다. 최근 중국 호텔 체인 진장(錦江)이 지분 인수를 통해 최대 주주에 오르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경계심을 표할 만큼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호텔체인이다. 과연 아코르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관식을 즈음해 한국을 방문한 패트릭 바셋 아시아 지역 총괄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바셋 COO는 1983년 바그다드의 노보텔 알 사디르에 입사한 후 아코르 호텔에서만 30년이 넘는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1993년 방콕 시암스퀘어 노보텔에 합류하면서 아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제주도와 영종도,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해외관광객 외에 국내 관광객의 예약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는 2017년 하반기에 완공이 예정된 용산 호텔단지 건물 3개 동에 ‘노보텔 앰배서더’, ‘스위트 노보텔 앰배서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이비스 스타일스 앰배서더’ 등 4개 브랜드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 호텔의 총 객실 수는 1700여 개로 단일 호텔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도 호텔 성장의 주춧돌
▶서울과 부산에 이비스 앰배서더를 개관했습니다. 두 지역 외에도 눈여겨보는 지역이 있다면.
아코르호텔이 갖고 있는 소피텔과 풀만 등 럭셔리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지역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제주도와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한 영종도, 대구, 평창올림픽이 열리게 될 강원도 등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호텔 시장은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개관을 앞둔 비즈니스호텔이 줄지어 섰는데요. 덕분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주요 관광지에 호텔 공급이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희 호텔의 연평균 객실 점유율은 지난해와 비교해 5% 상승했습니다. 내국인들의 호텔 수요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인터내셔널 호텔 브랜드 중 유일하게 한국에 파트너가 있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점, 이비스 호텔 브랜드의 약진, 인바운드 볼륨의 다양화가 주요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호텔전문가로서 한국 시장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모든 시장은 각각 고유의 특성이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 관광객도 늘고 있지만 한국을 찾는 인바운드 관광객도 매년 볼륨이 커지고 있어요. 올 5월까지 한국을 찾은 해외관광객이 전년 대비 22%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호텔을 찾는 이들 중 국내 관광객의 비중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요. 한국 분들의 예약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e커머스에 대한 집중도가 매우 높은데 아코르 호텔의 한국인 예약 현황을 보면, 디지털 예약건수 중 50%가 모바일이에요. 이 수치는 다른 나라의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편입니다. 한국 인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모바일 마케팅에 익숙합니다. 달리 보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단 방증이기도 하죠.(웃음) 저희는 그런 이유로 아코르 호텔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가능하고, 디지털 로열티 카드를 탑재해 이용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용산 호텔은 서울 호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아코르 호텔에서 아시아퍼시픽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입니까?
아코르는 아시아퍼시픽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입니다. 현재 690개 호텔, 13만 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고, 7만5000개의 객실을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갖고 있는 객실의 60%가 추가될 예정이지요. 이 7만5000개 객실은 전 세계에서 아코르 호텔이 개발 중인 객실의 50%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아코르호텔은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태국, 베트남, 미얀마, 싱가포르 등 아시아퍼시픽 지역의 가장 큰 호텔 오퍼레이터입니다.
▶최근 서울과 부산에 이비스 호텔을 개관했는데, 여타 다른 국가의 이비스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이코노미 호텔인 이비스 패밀리는 세 가지 브랜드로 구성됩니다. 16㎡의 객실에 간단한 F&B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비스 버젯’, ‘이비스(레드)’는 트래디셔널 이비스 호텔인데 18~19㎡에 풀서비스를 제공하고, 레스토랑과 지역에 따라 사우나·피트니스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시설이지요. ‘이비스 스타일’은 18~22㎡ 크기로 보다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트렌디한 디자인의 호텔입니다. 이비스 버젯, 이비스, 이비스 스타일을 등급 순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비스와 이비스 스타일은 등급보다는 콘셉트의 차이예요. 최근 개관한 호텔은 이비스 버젯인데,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내부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메인 고객군도 각각 다르겠군요.
동대문은 중국과 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관광객의 비중이 높습니다. 쇼핑시설이 밀집돼 있기 때문인데,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많이 달라요. 한국 내 아코르 앰배서더 계열 호텔을 살펴보면 부산지역 객실은 이용객 중 30%가 내국인입니다. 그만큼 국내 관광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에요. 여름이면 이 수치가 70%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내년 하반기에 용산 호텔단지에 대규모 호텔을 개관할 예정인데,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내년 4분기에 개관이 예정돼 있습니다.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가 운영하게 될 이 호텔은 개관과 함께 서울 호텔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게 될 겁니다. 럭셔리 브랜드인 그랜드 머큐어가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되고, 아파트먼트 형식의 노보텔 스위트도 첫 선을 보입니다. 노보텔, 이비스 스타일까지 총 4개 브랜드가 하나의 사이트에 위치한 세 개의 빌딩에 들어가는데, 레스토랑·스카이바 등 F&B 시설이 다채로운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탄생할 예정입니다. 현재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고 있고, 팀을 구성하는 단계예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일각에선 서울의 호텔 시장은 이미 객실 공급 과잉이란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응할 전략이라면.
많은 호텔이 생기고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이와 더불어 호텔 개발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요. 부동산적인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전엔 집, 콘도 등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호텔로 옮겨왔습니다. 한국 기반의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호텔 개발을 통한 한국 내 부동산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게 하나의 이유이고, 객단가가 낮아지는 점이 약간 우려스럽지만 객실점유율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영업실적은 괜찮은 편이죠. 제 경험으로 호텔산업은 7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갑니다.
▶그럼 지금은 호황입니까, 불황입니까.
지금은 높은 객단가에서 낮은 객단가로 가는 시점이에요. 3년 전(2013년) 객단가가 정점을 찍었고, 2019년에 최저 객단가를 찍으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할 겁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해외관광객은 1300만 명이 넘었어요. 기관 등에선 2018년까지 18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 2020년엔 2000만 명이 될 거라고 봅니다. 과학적인 예측은 아니지만 전 아시아에서만 22년 간 호텔산업에 종사했습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아지면 호텔 객단가가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호텔 개발에 투자합니다. 그러다 보면 점유율은 올라가지만 경쟁이 치열해져 객단가가 낮아지고 수익률 측면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이 그 분야에 투자를 중단하게 되죠. 그러다보면 호텔 개발이 잠잠해지고 객단가는 다시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최근 국내 여행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한류의 세계화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한류가 한국의 인바운드 시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많은 외국인 팬들이 콘텐츠와 연예인에 대한 관심으로 내한하고 있거든요. 이들의 단발성 방문을 잘 이용해 재방문할 수 있도록 관심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의 개발, 방문객들의 편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가이드 서비스의 확대 등 관광 기반 시설 정비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