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는 ‘럭셔리’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이하 디트로이트 모터쇼)’ 제네시스 전용 전시관 무대 위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 취재진과 관람객 8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유창한 영어로 제네시스의 출범을 알린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통해 신세대 럭셔리 고객들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제네시스가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이날 제네시스는 해외무대에선 처음으로 ‘G90(국내명 EQ900)’를 공개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피터 슈라이어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G90의 디자인과 상품성을 소개하며 “제네시스가 세계 최대 럭셔리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제네시스는 G90를 시작으로 벤츠, BMW, 아우디 독일 3사와 렉서스, 인피니티 등이 장악한 북미 고급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존 고객보다 고급차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해 입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우선 올 하반기에 G90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뒤이어 ‘G80’, 내년 이후에 스포츠 세단인 ‘G70’와 럭셔리 SUV도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차는 대형SUV 콘셉트카 ‘KCD-12’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콘셉트카는 미국 디자인센터에서 제작한 기아차의 SUV 비전이다.
BMW ‘뉴M2’
쉐보레 볼트(Bolt) EV 1
▶디트로이트 모터쇼… 고급차 시장 공략
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려는 브랜드는 현대·기아차만이 아니었다. 이른바 ‘럭셔리 세단’이 화두일 만큼 브랜드마다 신차를 발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저유가 상황이 겹치며 고급차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BMW는 고성능 브랜드 M의 쿠페 모델 ‘뉴 M2’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3ℓ 직렬 6기통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 토크 51㎏·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풀체인지된 5세대 ‘E클래스’를 공개했다.
‘S클래스’에 적용되던 자율주행 시스템과 실내 인테리어에 고급 내장재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고급차의 대명사 격인 포드의 ‘링컨’은 플래그십 세단 ‘올 뉴 링컨 콘티넨탈’을 최초 공개했다. 14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볼보는 국내 출시가 예고된 플래그십 세단 ‘S90’를 전시했다. S80의 후속모델로 시속 130㎞ 이하로 주행할 때 작동되는 부분 자율주행 기술 ‘파일럿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사실 올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앞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 주도권을 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최초 공개를 디트로이트 대신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로 결정하며 ‘반쪽흥행’이란 오명을 얻었다. 일례로 GM은 장거리 주행 순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의 양산형 모델을 CES에서 공개하고 디트로이트모터쇼에는 똑같은 모델을 전시했다. ‘아우디’도 ‘아우디 e-트론 콰트로 콘셉트’를 CES에서 공개했다. 메리 바라 GM CEO와 헤르베르트 디이스 폭스바겐 CEO는 아예 ‘CES 2016’의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산업적인 면에선 자동차와 가전, IT의 영역이 무의미해지는 융합과 혁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지만 CES가 폐막하자마자 곧바로 개막한 디트로이트 모터쇼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각 브랜드의 ‘럭셔리 세단’ 출시였다. 고성능차가 전시장 곳곳을 메웠고 미국에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SUV가 대거 출품됐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E-Class’
폭스바겐 티구안 GTE 액티브 콘셉 드라이브 트레인
▶디트로이트에서 선보인 신기술
한 주 앞서 열린 CES 2016에 스마트카가 대거 출시되며 다시 기대감이 줄었지만, 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GM과 포드 등의 완성차 업체가 주목할 만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우선 GM은 CES 2016에서도 함구하던 순수 전기차 ‘볼트EV’의 상세 제원을 최초로 공개했다. 볼트EV는 한 번 충전으로 321㎞ 이상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고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최고 출력이 200마력, 최대 토크가 36.7㎏·m, 단 7초 만에 시속 98㎞에 이른다. 이 차에 적용된 스마트 기능은 주행 패턴, 일기예보, 운행 시점 등을 분석해 주행 가능거리를 계산한다.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60kwh 고용량 배터리팩을 장착했다. 포드는 최초 공개한 신기술 ‘포드패스’로 자동차 소유주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드패스 이용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공유하고 목적지에 주차 공간을 예약할 수 있다. 전자지갑 지불 솔루션인 ‘포드페이’도 사용할 수 있다. 포드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눈길에서 시행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도 선보였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아우디’는 4분 충전으로 600㎞ 주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차 ‘h-트론 콰트로 콘셉트’를 공개했다. 배출가스 제로에 도전하면서도 제로백은 단 7초에 불과하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국내 시장 저성장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해 성적부터 살펴보면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2015년 총판매량은 157만9706대로 집계됐다. 1996년(163만5899대) 이후 19년 만에 최대 판매기록이다. 해외까지 아우르면 2014년 894만5489대보다 0.7% 늘어난 901만1240대를 판매했다. 업체별 (국내외) 판매량은 현대·기아차 801만5745대, 한국GM 62만1872대, 르노삼성 22만9082대, 쌍용차 14만4541대 순이었다. 하지만 2016년 자동차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2.9%, 국내 판매 규모도 지난해보다 3.1%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2016년 자동차시장 전망’을 발표한 현대차그룹 산하의 박재홍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부사장)은 “2016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2015년보다 2.9% 증가한 8850만대 수준이 예상된다”며 “선진시장의 회복세 둔화와 자원수출국의 부진 여파로 저성장 기조가 엿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우디 h-트론 커넥티드 내비게이션 시스템
올 뉴 링컨 컨티넨탈
박 소장은 “2016년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주력 차종에서 이렇다 할 신차가 나오지 않고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아 시장 성장률은 2015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6년 국산차와 수입차의 예상 판매량은 각각 149만대, 26만대로 추산했다. 국산차는 2015년 판매량 157만대보다 8만대 가까이 줄어든 수치고 수입차는 7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상반된 입장에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가격 경쟁을 비롯해 지난해 강세를 보인 SUV는 물론, 친환경차, 세단 등 다양한 세그먼트의 신차 출시가 예고되고 있다.
기아차 콘셉트카 ‘델루라이드’
▶프리미엄 & 친환경… 현대·기아차
올해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모델로 승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첫 주자는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아이오닉’이다. 개발 단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됐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했고,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와 성능을 확보했다.
복합연비는 22.4㎞/ℓ(타이어 15인치 기준), 연료탱크(45ℓ)를 가득 채우면 1008㎞를 달릴 수 있다. 연비주행에 신경을 쓰면 서울~부산을 왕복(760㎞)한 뒤 다시 부산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토요타 프리우스보다 가격은 낮고 성능은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해 북미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는 신형 ‘i30’와 제네시스의 새로운 라인업(G80)도 준비 중이다. 3세대 ‘i30’는 현대차의 유럽 공략을 위한 전략 준중형 해치백모델이다.
기아차는 지난 1월 말, 7년 만에 준대형 세단 ‘K7’의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신형 K7은 독창적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유로6 규제에 대응해 친환경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도 올 상반기에 출시된다. 국내 최고급 대형 SUV다운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중엔 기존 신형 ‘K5’의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된다. ‘쏘나타’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9.8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순수 전기차 모드만으로 약 40㎞ 주행이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SUV로 알려진 ‘니로’도 올 상반기에 출시된다. 카파 1.6 GDi 엔진에 6단 DCT를 적용해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m의 성능을 구현했다.
▶폭넓은 디젤 라인업 구축… 한국지엠
한국지엠은 지난해 하반기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2002년 출범 이래 연간 최대 실적(총 15만8404대)을 기록했다. 올해도 신차 출시로 분위기를 이어간다. 우선 디젤 라인업 강화가 눈에 띈다. ‘캡티바’, ‘크루즈’, ‘말리부’의 디젤 트림이 판매가 재개되면 ‘올란도’와 ‘트랙스’까지 디젤차량의 선택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볼트’로 친환경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뉴욕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9세대 ‘신형 말리부’도 전략 차종 중 하나다. 기존 8세대 모델과 비교해 100㎏ 이상 몸무게를 줄였다.
르노삼성 ‘SM6’, 쌍용차 ‘티볼리’
▶티볼리 롱보디로 승부… 쌍용차
지난해 쌍용차는 12년 만에 내수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올렸다. 소형 SUV ‘티볼리’의 인기가 모든 상황을 견인했다. 지난해 내수 승용차 부문(RV포함)에서 9만9664대가 판매됐다.
전년(6만9036대) 대비 무려 44.4%나 성장한 수치다. 쌍용차는 올해도 SUV시장 공략에 주력한다. 비밀무기는 차체 크기를 늘린 ‘티볼리 롱보디’다. 기존 모델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유지한 채 리어 오버행만 290㎜가량 키웠다. 올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이다.
쌍용차는 롱보디 버전을 포함해 2016년 티볼리의 연간 글로벌 판매 10만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14년 만에 변경된 ‘렉스턴’의 풀체인지 모델 ‘Y400’의 출시가 예고됐다.
▶SM6로 총력전… 르노삼성
지난해 별다른 신차 없이 용케 버텨낸 르노삼성은 내수시장에서 8만17대를 판매했다. 전년(8만3대) 대비 변화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굳이 성장률을 따지자면 0%나 다름없다. 국내 완성차 5사가 달성한 평균 성장률 9.2%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올해는 ‘SM6’를 비롯해 다양한 차종으로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준중형 시장은 ‘SM3 디젤’로 승부한다. 기존 ‘QM3’와 동일한 1.5ℓ 디젤 엔진과 6단 DCT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 110마력, 최대 25.5㎏·m의 성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7.7㎞/ℓ다. 오는 3월 중 출시될 ‘SM6’는 기존 중형차에선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사양을 적용했다. 중형 세그먼트의 기준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하반기에는 2세대 ‘QM5’가 기다리고 있다. 2007년 12월 출시 이후 8년 만의 풀체인지 모델이다. 르노의 ‘콜레오스’와 같은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은 한국의 르노 아시아 디자인센터가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