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 4억, 10년 만에 400억으로 불린 카이스트 김봉수 교수의 투자비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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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2 14:47:44
수정 : 2015.06.16 08:27:48
노벨화학상을 꿈꾸던 대학교수가 대학입학을 앞둔 두 딸의 등록금을 걱정하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모아둔 돈에다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돈은 모두 4억원. 그 돈을 종잣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교수란 직업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대학 강의와 연구에 쏟아부어야 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좋은 종목을 선택해 장기투자한 덕분에 투자금은 해마다 불어났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현재 그의 운용자금은 4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금액을 100배 넘게 불린 ‘미다스의 손’이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박신화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57). 요즘은 그가 투자한 종목이라고 알려지면 연일 상한가 행진을 거듭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카이스트 교수실을 찾아 김 교수에게 대박신화를 일궈낸 비결을 직접 들었다.
투자 종목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확실한 종목이 아니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보통 가치투자라고 하면 PER(주가수익비율) 등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런 숫자보다는 비즈니스를 통째로 산다고 생각을 하고 투자를 한다.
예를 들어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로 유명한 의류주 F&F의 경우 새로운 상품에 평판이 좋다는 것을 듣고 투자를 했다. 아이에스동서는 부산 용호동에 짓는 주상복합 W의 전망이 좋아 주식을 샀다. 아이에스동서는 2011년에 주당 6000원대에 샀는데 3년반 만에 16배인 8만원대가 됐다. 아마 제가 W때문에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일 것이다.
최근 부산방직 지분투자가 화제가 됐다
부산방직은 10년 전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투자한 종목 중 하나다. 합병이슈로 투자했다가 이익을 내고 팔았고 그 이후에도 몇 번 샀었다. 시가총액은 작은데 알찬 회사다. 부산방직이 리홈쿠첸 지분을 갖고 있는데 대전에 있는 큰 백화점에서 2년 전부터 쿠첸밥솥을 진열하고 팔기 시작해 관심을 가졌다. 얼마 전 일본 갔을 때 나고야 공항 면세점에서 보니까 일본 밥솥이 디자인이나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가격이 우리 밥솥의 두 배나 됐다. 그렇다면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매집했다.
현재 F&F, 아이에스동서, 디지털대성, 부산방직, 고려신용정보 등 15개 종목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잘 아는 종목이다. 모르는 종목은 살 수 없다.
목표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고 투자하나
투자를 할 때 5배에서 10배 정도 수익을 낼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한다. 확실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정도 수익을 내게 되더라. 투자종목 중에서 10배 이상 수익을 낸 종목이 70~80% 된다.
수익이 조금 났다고 팔면 또 새로운 종목을 찾아야 하니 어렵다. 좋은 종목을 선택해 3년 정도 기다리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직업이 있으니 장기 투자할 수밖에 없다. 논문 쓰면서 기다린다. 주식시장이 안 좋았던 2008, 2009년에는 논문을 많이 썼다. 이제 투자액이 커졌기 때문에 투자스타일을 바꿔서 지분투자에 주력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발언권을 가지려면 지분투자를 해야 한다. 시가총액은 적으면서 저평가된 알짜 회사가 코스닥에 많은 편이다. 그래서 코스닥 종목에 주로 투자를 많이 한다. 지금까지 크게 손해를 본 종목은 딱 하나다.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사부가 있었다. 그분이 많이 사기에 따라 샀다가 낭패를 봤다. 사부는 얼마 있다 팔아 이익을 챙겼거나 손해를 적게 봤을 텐데, 나는 손절매를 하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다가 큰 손실을 봤다. 그 일 이후 내가 확실히 아는 종목에만 투자해야겠구나 생각하고 하산했다.
사부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인데 국내에서 주식투자를 제일 잘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인 것 같다. 지금도 강남에서 회계사 2명 데리고 1000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강의 사부한테 투자를 배웠으니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좋다고 산 종목도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 매출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전부 밀어내기 허위 매출이었다. 10년 전 얘기다. 증권 기자들이나 증권 전문가들이 주식투자를 하면 대부분 잃는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신기하다. 나는 주식 해서 잃어본 적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는 안 믿는다. 딴 사람을 본 적 없다고 한다.
기업분석은 어떻게 하나
아는 종목만 산다. 생활 속에서 투자종목을 찾는 셈이다. 옷이나 음료 등이 잘 팔린다고 하면 그 종목에 관심을 갖는다. 금융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에 D사가 보험료를 70% 올린다고 해서 전화해서 따졌다. 그런데 전화 끊고 생각해보니 싸울 게 아니더라. 보험주를 사서 수익을 냈다. 지난 2009년에는 차를 사러 갔는데 제네시스를 시승해보니 매우 좋아 바로 구입했다. 그리고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 주식을 800원에 샀는데 그게 1만2000원까지 갔다. 뭔가를 해보고 그 제품이 마음에 들면 그 회사를 산다. 물론 종목을 선택할 때 체크포인트가 있다. 투자를 경험하고 공부를 하면서 그런 걸 글로 다 써놓았다. 모두 3000페이지 정도 되는데 그걸 50페이지로 줄였고 마지막으로 3페이지로 줄였다.
전공이 화학인데 주식투자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10년 전쯤 애들을 대학에 보내야 할 때가 됐는데 아시다시피 교수 월급은 얼마 되지 않고 대학 등록금은 너무 비쌌다. 무슨 수를 내야 한다고 고민하다가 투자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동산을 사기에는 돈이 많지 않아 주식을 선택했다. 주식투자는 4억원 정도로 시작했는데 모아 놓은 돈에다가 퇴직금 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그때가 2005년이니 10년 만에 운용자금이 400억원 플러스알파로 불어났다. 내가 생각해도 그 정도까지 많이 벌 줄 몰랐다.
교수는 공부가 전공이다. 주식 공부도 책으로 했다. 많은 책을 사서 읽고 공부했다. 100, 200권쯤 될 텐데 거의 다 읽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는 큰 도움이 됐다.
화학전공 교수로서 연구성과도 많다
금나노선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신문에 크게 많이 나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그런데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얘기는 조그맣게 나가도 20년 전에 헤어진 사람까지 연락이 오더라. 물리화학 노벨상위원회에서 얼마 전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사실 그것만 해도 영광이다. 그런데 왜 나는 후보가 되지 못하나 생각이 들었다.
주식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이 제일 좋은 때라고 생각된다. 올해는 잘 모르겠지만 3년 이내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뚫을 것 같다. 이자율이 낮으면 당연히 돈이 주식으로 오게 되어 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자율 낮으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다이빙처럼 주식시장에 점프하라”고 했다.
작년에 주가지수가 안 올랐는데 300% 수익률을 냈다. 올해는 주가가 오르고 있어 수익률이 더 좋을 것 같다. 올 들어서만 130억원 정도 운용자금이 늘었다. 사실 주식투자를 제대로 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전에는 카이스트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30년 동안 주말도 없고 밤도 없이 일했다. 지난해 안식년이어서 여유시간의 약 50%를 주식에 투자했다. 올해는 전체 시간의 80%는 강의와 학생 지도 논문에 쓰고 있다. 일반 전문투자자와는 달리 시간이 많지 않아 지분투자에 주력할 생각이다.
펀드나 예금에 든 적 있나
사실 주식투자를 직접 한 게 펀드 때문이다. 귀국해서 1994년부터 10년 정도 펀드에 가입했는데 수익이 하나도 안 나왔다. 예금이자는 연 2%가 안 되는데 수수료로 4%나 떼어가는 펀드가 많다. 펀드 얘기는 더 하고 싶지 않다. 정기예금도 처음엔 가입했는데 그걸로는 도대체 자본증식이 안됐다.
정교수 승진을 앞두고 안 되겠다 싶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정교수 승진할 때 되니 연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가장으로서 재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월급 갖고는 교육시키고 시집보낼 방법이 없었다. 딸들은 현재 30살, 27살인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다른 재테크는 성과가 있었나
돈이 없어 부동산투자는 못했다. 대전에서 아파트를 1997년에 샀는데 1억7000만원에 사서 18년 만에 3억원에 팔았다. 부동산 투자를 잘 모르지만 권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주식의 시대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으면 부동산으로 돈 번 회사나 부동산이 많은 회사 주식에 투자하라. 주식으로 돈을 벌고 난후에도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저한테는 주식이 딱 맞다. 당초 목표는 100억원이었다. 100억원을 벌면 무엇인가 독립해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렇지만 막상 지난해 9월 100억원을 넘어서니까 목표가 사라져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컨디션 좋을 때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주식에 집중 투자할 생각이다. 한 15년 뒤에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면 그때는 국내 주식을 접고 신흥국에 투자할 생각이다.
개인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룰 오브 게임’을 알아야 한다. 너무 불리한 게임이다. 바둑으로 치면 10급짜리가 이창호 9단하고 100판을 맞두면 어떻게 되겠나. 백전백패다.
주식시장이 딱 그렇다. 500만명에 투자하는데 국세청 자료 보니 7%만 플러스 수익을 냈다. 경쟁률로 따지면 14 대 1이다. 스스로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14명 중 1명에 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 없으면 안 하는 게 좋다. 하지만 다른 재테크 방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주변에 투자를 잘하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저도 그런 곳에서 매달 모여서 공부한다. 투자정보도 교환하고 잘하는 사람들의 조언이 도움이 된다. 주식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멘토를 얻는다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콜교수님이라고 부른다던데 무슨 뜻인가
인터넷 필명이 콜럼버스다. 그래서 아는 분들은 콜럼버스 교수님, 또는 콜교수라고 한다. 콜럼버스는 지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사람이다. 이사벨 여왕을 만나 산타마리아호와 선원 30명 얻어 탐험을 시작했다. 따져보면 10억원 정도 될 듯싶다. 그 돈을 투자해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 거기서 가져온 은을 생각하면 수익률은 말로 따질 수 없을 정도다. 투자를 하려면 콜럼버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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