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세부 실행 기준을 둘러싼 각계의 논의가 한창이다. 한국에서 비대면 진료가 처음 논의된 건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격의료 개념으로 원격 영상진단 사업이 실시된 이후 무려 37년 만에 법제화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기폭제가 된 건 코로나19로 야기된 팬데믹이었다. 이 시기에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며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2019년에 창업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다. 비대면과 대면 진료를 합해 올 상반기에만 145만 건 이상의 진료를 기록한 닥터나우는 전년 대비 이용 건수가 117%나 증가했다. 그중 비대면 진료 건수는 약 105만 건. 전년 상반기 대비 65% 상승한 수치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아직 DX도 완성되지 않은 의료계는 AI 붐을 맞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그 변화의 시작이고, 닥터나우가 데이터 중심의 의료 OS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닥터나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아플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서비스죠. 비대면 진료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의료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입니다. 건강 정보 검색부터 실시간 AI 상담, 비대면 진료, 처방약 수령까지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어요. 의료계의 OS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Q 투자은행에서 M&A 자문을 하다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면.
A 모건스탠리에서 기업가치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는지 직접 보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현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닥터나우를 처음 만났을 때, 한국 의료 시장이 가진 구조적인 모순을 목격했죠.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진과 인프라를 갖춘 나라인데, 밤 10시를 넘기면 경증 환자조차 갈 곳이 없어 응급실을 전전해야 해요. 이 거대한 비효율을 기술로 해결한다면 파괴적인 사회적 가치와 사업 기회가 동시에 열릴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Q IB 현장과 스타트업 현장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었을 텐데.
A 상상 이상으로 컸어요. 자본시장은 논리와 데이터로 수렴되지만 스타트업 현장은 규제, 법률 등의 이해관계, 또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까지, 날것의 전장이랄까요. 솔직히 좀 민망한 부분도 있습니다. IB에 있을 땐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보고 이 사업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여겼는데, 직접 경영을 해보니 숫자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더군요. 없어서는 안 될 팀원이 갑자기 퇴사하기도 하고, 규제로 인해 사업 자체가 하루아침에 막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여기선 버티는 놈이 이긴다는.(웃음) 그때는 그 말이 너무 뻔하게 들렸는데, 지금은 가장 깊이 새기고 있는 말입니다.
Q 2024년 대표이사에 취임했습니다. 창업자는 아니지만 최대주주라고 들었습니다.
A 지분율이 달라졌다고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웃음) 중요한 건 저희 팀원들이죠. 저희 CMO는 컬리에서 마케팅 본부를 이끌었고, CTO는 쿠팡 초기 멤버예요. 훌륭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닥터나우에 합류한 분들이 많습니다. 주주나 투자자의 요구보다 팀원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제 책임감이자 원동력이에요.
Q 현재 닥터나우의 실적은 어떻습니까.
A 앱 다운로드는 800만 건 이상, 가입자 450만 명, 누적 진료 건수가 400만 건을 넘었습니다. 올 상반기 진료 건수만 145만 건으로 전년 대비 2.2배 성장했어요. 월 평균 24만 건이면 국내 상급 대형병원 톱3와 견줄 수 있는 의료 공급 규모죠. 모바일 비대면 진료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고, 제휴 의원과 약국은 8600곳을 넘어섰어요. 전국 약국의 90% 이상이 저희 처방전을 한 번 이상 수령한 경험이 있습니다.
Q 팬데믹 기간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다 엔데믹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던데.
A 당시 비대면 진료에 약 배송까지 전면 허용되면서 성장한 건 맞습니다. 그 시기에 닥터나우로 비대면 진료를 한 분들에게 무료로 약을 배송했어요. 배송비를 저희가 부담하면서 나름 국가 재난에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데믹 이후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2023년 여름에 재진을 제외하고는 비대면 진료를 받지 못하는 규제가 도입됐습니다. 진료 건수가 폭락했죠. 약 배송도 금지된 상황이라 결국 한 땀 한 땀 다시 쌓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는 약 배송이 되던 팬데믹 기간보다 월 비대면 진료 건수가 훨씬 더 늘었어요.
Q 벤처투자 한파 속에서 최근 투자유치에 성공한 이유처럼 들리는데요.
A 투자자들이 주목한 지점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시장 개척자로서 증명한 이용률입니다. 만성질환 재진율 84%, 급여 경증질환 재진율 76%, 이 숫자는 닥터나우를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지속 관리형 주치의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또 다른 하나는 규제 정상화에 대한 잠재력입니다. OECD 38개국 중 37개국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전면 허용하고 있어요. 한국은 사실상 유일하게 지체된 시장이죠. 37년 만의 법제화와 필연적으로 이어질 규제 완화 국면에서 1위 플랫폼인 닥터나우를 높게 평가한 겁니다.
Q 이번 투자금이 100억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보다 투자 수요가 더 많았다던데.
A 현재 누적 투자금이 약 600억원인데, 팬데믹 당시 무료 약 배송을 진행하며 상당 부분 소진된 상황이에요. 이후 규제 완화를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서운하긴 했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올해 안에 흑자 전환이 목표인데, 손익 개선에 무리한 현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거든요.
Q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됩니까.
A 크게 세 축입니다. 첫째는 앱·웹 광고 매출이에요. 월간 600만 명이 이용하는 의료 특화 미디어로서 제약사, 보험사, 제휴 의원들의 광고를 받고 있습니다. 둘 째는 의약품 도매 사업이에요. 저희가 쌓은 처방·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사들에게 데이터 기반 의약품 구매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셋째는 제휴 의원 광고예요. 의료법상 수수료 형태의 수익은 어렵지만 이 세 축이 안착하면서 돈을 태워 트래픽만 모으는 플랫폼이 아니라 스스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체질로 전환했습니다.
Q IPO에 대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A 상장은 기업 성장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이정표지만 목적이 될 순 없습니다. 제 원칙은 단순한데요. 회사의 본질적인 내재가치와 비즈니스 펀더멘털을 극대화하는 게 먼저예요.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경험을 제공하고, 의사와 약사 모두가 수익을 얻는 탄탄한 생태계를 완성하면 자본시장의 적정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필요하다면 전략적 추가 투자유치도 유연하게 검토할 계획입니다.
Q 올 12월에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시행되는데요.
A 법제화됐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깊어요. 하지만 서비스 완결성 측면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진료는 스마트폰(비대면)으로 받되, 처방된 약을 받으려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거든요. 처방전에 적힌 특정 약이 없어서 대여섯 군데를 헤매는 약국 뺑뺑이 현상도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요 선진국 어디서도 약 배송으로 국민 건강이 훼손됐다는 데이터는 없어요. 한국만 예외로 남아야 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죠. 기본적으로 의료라는 생태계가 대면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어요. 약국도 마찬가지인데, 병원이 많이 들어선 건물의 약국 권리금이 비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약 배송을 허용하는 순간 처방전 흐름이 바뀌고, 그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결국 거스를 수 없을 거예요. 소비자는 똑똑해졌는데,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Q 닥터나우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A 병원 가까이에 비싼 권리금을 주고 운영하던 약국은 비대면 진료로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반면 젊은 약사 입장에선 병원에서 떨어진 아파트 단지의 약국으로 처방전이 들어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죠. 영국에선 전체 진료의 약 35%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문자 메시지로도 진료가 가능합니다. 비대면 진료가 의사·약사의 일감을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려준다는 게 글로벌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어요. 방향은 정해져 있습니다.
Q 닥터나우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수)가 600만 명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앱을 넘어섰더군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24시간 실시간 AI 의료상담과 의료백과·건강매거진이 트래픽을 견인하는 두 축입니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포털 검색을 하면 부정확한 광고성 정보나 공포를 조장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닥터나우는 전문 의료진이 검수한 질환 백과와 60만 건 이상의 실제 의료 상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화된 AI 상담 모델을 구축했어요. 새벽이든 주말이든 환자가 증상을 입력하면 원인과 대처법, 추천 진료과를 즉각 안내합니다.
Q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진료 과목이 있을 텐데.
A 감기, 복통, 비염 같은 경증 질환이 가장 많습니다. 사실 이게 비대면 진료의 본령이에요. 감기에 걸렸을 때 약 받으러 병원에 가서 한 시간씩 기다렸다가 1분 진료받고 오는 경험, 누구나 있잖아요. 그걸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겠죠. 소아과도 저희 인기 과목 중 하나예요. 특히 워킹맘의 경우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비대면 진료로 약을 받는 수요가 많습니다. 만성질환도 마찬가지예요. 혈압, 당뇨 환자들이 매번 병원에 반차 내고 가는 게 아니라, 약만 받으러 가는 경우에는 비대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요. 재진율이 84%인 이유지요.
Q 전국 약국 재고 연동 시스템도 추진 중이라고.
A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병목이 처방약 찾기 문제예요.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을 받으러 가면 주변에 처방전의 특정한 약을 보유한 약국이 없어 여러 곳을 돌아야 합니다. 약이 없는 게 아니라 같은 성분이라도 제약사가 다르고 제품명이 다르다 보니 혼선이 생기는 거예요. 저희가 가진 처방, 조제 데이터와 보건복지부의 약국 구매 데이터를 연계해 환자가 받은 처방전을 기반으로 근처 어느 약국에 그 약이 있는지 지도로 보여주는 서비스죠.
Q 닥터나우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A 저희의 미션은 명확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 친구가 되는 것이죠.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병을 키우거나, 밤새 아픈 아이를 보며 눈물짓는 부모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경영은 올해 흑자 전환이 목표고, 장기적으로는 IPO가 되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한 명 한 명이 닥터나우 덕분에 의료가 너무 편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데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 현재 규제의 벽이 아무리 높아도 국민이 원하는 혁신은 결국 현실이 될 겁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