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호텔 산업이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27년 ‘연 3000만 명’ 시대를 향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서울 호텔 객실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호텔업 호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2025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94만 명으로, 2024년(1637만 명) 대비 15.7% 증가했다. 최근 10년 기준 연간 최대치다.
문제는 숙박 인프라다. 서울 관광호텔 객실 수는 2016~2019년 4만 3271실에서 5만3564실로 연평균 7.3%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19~2025년에는 5만4190실에서 5만6206실로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3.7%로 크게 떨어졌다.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을 앞지르며 객실점유율이 높아지고, 남은 객실의 평균 일일요금도 함께 오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 보고서는 “호텔은 건축허가부터 준공까지 통상 5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설령 신규 허가가 늘더라도 최소 2029년까지 공급 부족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호텔 시장 판도 역시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럭셔리(최상위급) 브랜드의 대거 한국 상륙이다. 과거 “한국 시장은 럭셔리 브랜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진출을 꺼렸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앞다퉈 서울 도심 재개발 지역에 ‘깃발 꽂기’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31년 사이 서울에 둥지를 트는 브랜드 면면은 화려하다. 메종 델라노는 2026년 강남구 옛 라마다서울 호텔 부지에 아시아 최초로 진출한다. 서울역 북부역세권에는 한화 건설부문이 유치한 홍콩계 초고급 브랜드 만다린 오리엔탈이 2029년 문을 연다. 남산 힐튼호텔 부지를 개발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오타 서울’ 내 호텔 운영사로 2031년 리츠칼튼을 다시 불러들인다.
강남 청담동 옛 프리마호텔 부지에는 ‘호텔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아만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 유엔사 부지에는 로즈우드(2027년), 용산 전자랜드 부지에는 쉐라톤(2029년) 등 글로벌 체인들이 줄지어 대기중이다.
이들이 서울로 몰려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서울 등 기존 5성급 호텔 대다수가 지어진 지 40~50년이 지나 노후화된 반면, 구매력이 높은 미국·대만 관광객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업체 컬리어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 5성급 호텔 객실 요금은 해외 주요 도시 대비 여전히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며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노정석 사이먼쿠처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펀드는 최근 한국 호텔을 일본 도쿄나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핵심 코어(Core)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단기차익보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며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노리는 ‘연기금형’ 자금들이 서울의 트로피 에셋을 찾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 보고서는 싱가포르를 서울과 유사한 글로벌 도시의 사례로 들었다. 면적과 인구 구조, 도시 인프라 수준이 비슷하고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비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중저가 호텔 중심으로 객실이 늘었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으로 팬데믹 이전부터 객실점유율과 평균 요금이 급등했다. 특히 공급이 더 제한적인 럭셔리 호텔의 가격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