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17일부터 나흘간 상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참석하며 중국의 ‘AI 굴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WAIC에서는 1100개의 기업이 참여해 총 3000여 개의 제품을 선보이며 중국의 남다른 AI 발전 속도를 과시했다. AI 산업의 눈부신 성장 속에 중국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딥시크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 최고경영자(CEO)는 지분 가치 상승으로 AI 모델 개발 기업 창업자 중 최고 부자가 됐다. 이러한 성공 신화는 젊은 인재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WAIC는 중국이 2018년부터 매년 상하이에서 개최하는 대표적인 AI 행사다. 중국 정부는 이를 AI 산업 육성과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해왔다. 올해 행사는 ‘지능형 동반자,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신소재 기업인 스완코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는 개인용 변신 로봇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이 로봇은 바퀴형·이족보행형·사족보행형을 자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실내에서는 바퀴로 이동하다가 계단을 오를 때는 이족 또는 사족보행으로 바꾸는 식으로 상황에 맞춰 이동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인 유비테크는 지난달 사람을 닮은 외모에 사람과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생체모사(바이오닉)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했다.
유비테크는 이 로봇에 세계 최초로 ‘감정 대형언어모델(LLM)’이 탑재돼 있다며 이를 통해 20종 이상의 세밀한 감정을 인식할 수 있고 인식의 정확도 역시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33개 통신 네트워크로 19개 관절을 이어 안면근육을 사람에 가깝게 구현해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국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는 지난 5월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변신 로봇 ‘GD01’을 공개했다. 머리 부분이 없는 형태로 설계된 GD01 로봇은 몸체 중앙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조종석이 있다. 로봇의 높이는 약 3m에 달하며, 탑승자를 포함한 총 중량은 약 500㎏ 수준이다.
중국 지도부도 AI 등 신기술의 대규모 상용화 촉진을 주문하고 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7월 13일 경제·기업인 좌담회를 열고 “첨단 제조업과 현대적인 서비스업의 깊은 융합을 추진하고 AI 등 신기술의 대규모 상업화 응용을 촉진하면서 더 많은 신산업과 새로운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 내 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딥시크의 량원펑 최고경영자(CEO)가 AI 모델 기업 창업자 중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량 CEO의 순자산은 360억 달러(약 53조원)로 집계됐다. 이전 추정치인 167억 달러(약 24조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로 딥시크의 기업가치가 약 두 달 만에 5배가량 커지면서 지분 가치도 덩달아 높아진 영향이다. 이로써 량 CEO의 순자산 규모는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공동창업자(255억 달러)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공동창업자(8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딥시크는 지난 6월 74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약 74조원)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4월 투자 유치에 나설 당시 알려진 기업가치 100억 달러보다 5배 이상 많은 규모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 유치에도 량 CEO의 지분율이 78%라고 추산했다. 이번 순위는 AI 모델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창업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대형 IT 기업이나 반도체 등 AI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의 창업자는 제외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는 1조2000억 위안(약 264조원)을 넘어섰고, 관련 기업 수도 6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치러진 가운데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전기공학이 최고의 인기 전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력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영향이다.
중국 교육 연구기관인 마이커스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중국 대학생 취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유망 전공으로는 △전기공학 및 자동화 △마이크로전자과학 및 공학 △자동화 △차량공학 △신에너지과학 및 공학 등이 꼽혔다. 상위에 오른 전공들은 하나같이 공학 계열이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AI와 피지컬AI, 스마트 제조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핵심 산업들의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기공학 및 자동화’가 유망 전공 1위에 오른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전기와 관련한 학문을 포괄하는 전공으로, 통상 해외 대학에서는 ‘EE(Electrical Engineering)’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리진샹 상하이 교통대 전기공학대학 당위원회 서기는 제일재경에 “현재 AI가 매우 뜨겁지만 AI의 끝은 컴퓨팅 파워이고, 컴퓨팅 파워의 끝은 결국 전력”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이 성장할 수록 전력이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에서는 AI 기술 혁신에서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며 AI 혁신 생태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핑 중국홍콩중문대 공공정책학원 부학장은 “AI가 주도하는 기술 혁명에서 미국과 중국만이 유일한 경쟁자이고 중국은 미국의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도 “현재 중국은 AI 최첨단 기술 혁신 속도에서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AI 모델 간 순수 성능 격차는 사실상 사라졌지만 자율 지능의 새로운 시대에서는 여전히 현격한 격차가 있다”며 “만약 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국력이 쇠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고는 “미국의 고비용 폐쇄형 AI 모델과 시장 지배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오픈소스 AI를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며 “AI 인재 양성과 자금 지원 방식에서 개혁을 시행하고, 기초 연구의 중심을 관료주의적 국립대학에서 선도적인 기술 기업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의 AI 기초 연구와 최상위 인재가 국립대학과 공공 연구기관에 집중돼 있는데, 이들 기관이 경직된 하향식 관료 평가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가 AI 혁신에 필요한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