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윤 회장은 제너시스 BBQ를 창업하면서 마음 속으로 맥도널드를 꿈꿨다. 그때 세계 1등 기업이 바로 맥도널드였다. 그는 햄버거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파악했다. 햄버거는 그냥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는 식사 메뉴이지만 맥도널드는 그 자체가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이고 문화다. 맥도널드는 평범한 하나의 햄버거 브랜드가 아니다. 윤 회장은 치킨도 그렇게 생각했다. 치킨은 맥주나 콜라와 함께 먹는 간식이지만 BBQ는 그 자체가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 문화로 키우고 싶었다. 평범한 치킨 이상의 치킨, 그가 꿈꾼 K푸드의 꿈이었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창업 초기에 이런 야심을 드러낸들 누가 믿겠는가. 그는 적당한 시기 한국판 맥도널드의 꿈을 만천하에 공표하고, 전 직원이 그런 담대한 희망을 갖고 회사에 근무하길 원했다. 직원들의 자부심 없이 혼자서 그런 꿈을 실현할 수는 없기에. 2002년 9월 1일, 창립 7주년 기념식. 드디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윤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7’. 광진구 구의동 사무실에서 벗어나 지금의 송파구 문정동에 자체 사옥을 마련한 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에너지가 극대화된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직후였다. 개인적으로도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장으로 재선임하고, 대표이사 사장에서 그룹 회장에 올라 제너시스 경영을 총괄할 때였다. “2020년, 창사 25주년이 되는 해에 제너시스 BBQ는 세계에 가맹점 5만 개를 운영하는 세계 최고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성장할 것을 목표로 한다.”
타도 맥도널드의 꿈이었다. 맥도널드가 점포 1000개를 넘기는 데는 14년 걸렸다. BBQ는 4년. 그리고 이 담대한 선언을 한 2002년엔 1300개 점포. 맥도널드는 설립 22년이 지나 햄버거대학을 세웠다. 음식의 표준화와 연구 개발, 그리고 가맹점 교육을 위한 시스템을 이때 구축했다. BBQ는 5년 만에 치킨대학을 세웠다. 5만이란 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거기에 내포된 여러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5월 한국경영학회로부터 ‘대한민국 중견기업 CEO 대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다시 맥도널드 얘기를 꺼냈다.
“가맹점 5만이 되면 매출은 200조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10년 내로 1000조의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BTS가 K팝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듯, 우리 BBQ가 K푸드의 문화를 세계에 전파한다는 얘깁니다.”
그는 2020년에 5만 개 점포를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매달 500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개설을 요청했지만 지역 상권 보호라는 규제에 막혀 국내 가맹점 확대 계획을 접는다. 그 대신 대망의 세계화 시동을 건 것. 아직은 미미하다. 그래서 가맹점 5만 목표를 10년 뒤인, 2030년으로 늦췄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언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달리 말한다. 주상집 소장은 “윤 회장님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기고, 매사 치밀하게 계산하고 점검하는 현실주의자”라고 평가한다.
BBQ는 올해에만 2400여 개의 해외 점포를 내며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주(북미·중남미)와 중화권(중국·홍콩·대만)에서 연내 각각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하고 유럽과 동남아, 인도 등에서 매장 수 늘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매출 중 해외 비중은 현재 30%. 올해 말이면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올해에만 각각 약 1000개씩 출점을 늘려 해외 매출 성장을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라고 한다. BBQ의 해외 점포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 기준 700여 개였다. 올해 5월 기준 800여 개로 늘어난 데 이어 연말까지 200~300개를 추가로 오픈한다는 게 윤 회장의 계획이다.
2024년 3월 윤 회장은 매일경제 MBN이 주최하는 2030 청년을 위한 멘토링 축제인 ‘Y포럼’에 메인 연설자로 초청받았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 윤 회장은 ‘너를 보여줘, Show me yourself!’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인간 윤홍근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그 성공의 기(氣)를 젊은이들에게도 불어넣는 자리였다. 그는 여기서 본인을 특정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종손’을 말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전남 순천시 풍덕동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습니다. 약 100가구 정도 되는데 그들이 다 저희 친인척이었습니다. 그 마을에선 가장 부유한 지주 집안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우리 집은 종갓집이었고 저는 종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수서 일을 하셨는데 주말에만 집에 오셨고 어머니가 혼자서 시어머니와 시할머니를 모시고 대여섯 명의 머슴을 두고 종가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증조할머니가 머슴들에게 늘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홍근이 어린애 취급 말고 종손 대우하라’고 말이죠. 그게 저에게는 부담이었습니다. 장난을 치고 싶어도 못하고 오히려 저도 그들을 어렵게 대했습니다. 또 제 주위엔 100여 명의 친척 어른들이 있었고요. 종손이란 자리는 부지불식간 제 성격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게 책임감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방종을 하고, 흐트러지고, 또 어떨 때는 포기하고 싶은 때 저를 붙잡아 주는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와 가끔 운동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아침 식사를 하고 오는 것이었다. 티오프 시간 약 30분 정도를 앞두곤 전화가 온다. “먼저 식사하시라. 난 아침 먹고 가니”라고. 그는 매일 아침을 하루도 건너지 않고 노모와 아침을 같이 했다. 그게 유일하게 어머니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가 세 분의 과부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조모님, 그리고 제 모친은 어렸을 적 저를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이면 저희 집안 최고의 어르신인 증조모님을 뵈러 친인척들이 옵니다. 100여 명 식사 대접을 전부 제 모친이 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나중에 크면 다른 건 못해도 어머니와 매일 아침은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걸 평생 실천한 것은 대단한 책임감이 분명하다. 윤 회장이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시절 그 책임감을 몸으로 실천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수에서 해운업을 크게 확장하던 아버지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지고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집안에 휘몰아쳤다. 슬퍼할 겨를 없이 빚 독촉에 시달렸고 집에 있는 온갖 가구에는 빨간색 차압 딱지가 붙었다. 결국 고향에 있는 땅을 모두 날리고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그는 지금도 가끔 그 당시 얘기를 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스마일’이란 별명대로 웃으면서 말을 하긴 한다. 대학을 포기하려고 했던 얘기, 친구가 대신 원서 접수해준 얘기, 그리고 (조선대) 입시 전날 그 친구가 강제로 광주로 끌고가 시험보게 한 얘기, 그리고 합격자 명단 보고 둘이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던 얘기, 장학금 받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린 얘기, 그래서 결국 전체 수석 졸업이란 영광을 안았던 얘기 등등.
Y포럼에서 그는 이 책임감을 기업 경영의 영역으로 끌고 온다.
“저는 24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놓으면 모든 시간을 BBQ만 생각합니다. 그게 저의 미래고, 저의 삶입니다. 책임진다는 건 전부를 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묻죠. 그러면 언제 쉬고, 언제 여가 시간 갖느냐고. 그런데 치킨 생각하는 게 저는 즐거움입니다. 제가 어려웠을 때 깨달은 게 있습니다. 어느 순간 책임감이란 게 제게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저의 즐거움이었던 거지요. 여러분이 게임하듯, 밴드에 열중하듯 저는 기업 경영을 즐기고 있었건 것입니다.”
이천 치킨대학을 들어가는 길에 거대한 닭 석상을 마주하게 된다. 천년기업 제너시스 BBQ 그룹을 상징하는 수호신으로 2013년 무형문화재인 암도(巖道) 이재순 선생에게 제작을 의뢰해 2년 뒤인 창립 10주년에 이곳에 설치했다. 석굴암 무게와 같은 50t. 그리고 본존불과 같은 높이인 3.4m, 거기에 좌대 높이 20cm를 더 보태 2020년 비전을 담았다. 이런 걸 보면 윤 회장은 가끔 주술적 요소가 있는 기업인이란 인상도 받는다. 그의 사무실과 집무실에는 수많은 닭 석상이 있다. 줄잡아 1000여 개. 그의 주변이 온통 닭이다. 모자를 써도 닭 모자, 옷을 입어도 닭 그림 옷, 배지를 달아도 닭 배지. 그야말로 닭에 미친 사람이다. 24시간 닭만 생각하는 윤홍근, 닭이 종교가 된 기업 제너시스 BBQ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세계 경영학의 구루라고 하는 짐 콜린스가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원제: Built to Last)>에서 그런 말을 했다.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사교(邪敎) 같은 문화(Cult-like Culture)가 있는 기업이라고. 우리말로는 사교로 번역했지만 그 맥락은 전 조직원이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것. 그래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몸에 밴 행동이 나오는 조직이다. 윤홍근은 치킨을 ‘추앙’한다. 그에게 닭은 종교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치킨의 맛과 품질을 지키기 위한 행동 철학 세 가지를 요구한다. 1. 즉시 한다. 2. 반드시 한다. 3. 될 때까지 한다.
[손현덕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