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렌드맵 마지막 파트에서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글로벌 AI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이 장에서 소개할 스타트업은 노코드 AI 업무 자동화 플랫폼 ‘메이크(Make)’를 개발한 인테그로마트(Integromat)이다.
인테그로마트는 2012년 체코 프라하에서 드르제 가즈다(Ondřej Gazda)와 파트리크 시메크(Patrik Šimek) 두 공동 창업자에 의해 설립됐다. 반복되는 API 연결 작업에 지친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내부용 도구를 만들었고, 이를 발전시켜 2016년 ‘개발자를 위한 자동화 툴’을 정식 출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테그로마트이 단 한 푼의 외부 투자 없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약 1000만달러 매출과 25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며 부트스트래핑 성공 신화를 썼다.
이후 프로세스 마이닝 세계 1위 기업 셀로니스(Celonis)가 인테그로마트를 약 1억달러에 인수하고 2022년 메이크로 리브랜딩했다. 셀로니스는 2011년 뮌헨공대 출신 창업자들이 설립한 독일 기업으로, 기업 내 업무 프로세스를 데이터로 분석해 비효율을 찾아내는 ‘프로세스 마이닝’ 분야의 선두주자다. 당시 셀로니스가 인테그로마트를 인수한 이유는 명확했다.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자동화’로 해결하는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때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 인프라로 전환하고, 단순 통합 도구를 넘어 시각화된 개발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리브랜딩 이후 메이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310만 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2023년 9월 30일, 인테그로마트 플랫폼은 공식 종료되며 1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든 사용자는 메이크로 완전히 이전됐고, 현재 메이크는 셀로니스 내 독립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메이크는 AI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1000개 이상의 AI 앱 통합을 지원하며, GDPR 및 SOC 2 Type II 인증으로 기업 보안 요구사항도 충족하고 있다.
또한 메이크 그리드(MAKE grid)와 같은 새로운 AI기반 자동화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는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 점점 복잡해지는 AI및 자동화 환경 전반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화된 맵이다.
메이크의 핵심은 갈래가 나뉘는 워크플로다. 경쟁사 재피어(Zapier)가 “A→B”라는 식의 단순한 업무를 지정한다면, 메이크는 조건 분기, 에러 처리, 반복 시도 등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캔버스 위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재피어가 연결 가능한 앱 수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메이크는 각 앱의 더 많은 엔드포인트(기능)를 지원해 정교한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메일 처리를 자동화한다고 하자. 재피어는 “메일이 오면 노션에 기록한다”는 단일 작업에 적합하다. 반면 메이크는 “제목에 ‘환불’이 있으면 긴급 처리, ‘견적’이면 영업팀으로, 나머지는 일반 문의로 분류하고, 중간에 오류가 나면 3번 재시도한 뒤 관리자에게 알린다”는 식의 복합 시나리오를 하나의 캔버스에 그릴 수 있다. 실제로 소규모 비즈니스들은 메이크를 활용해 재고 관리, 주문 처리, 소셜 미디어 관리 등을 자동화하고 있다. 한 마케팅 에이전시는 메이크로 여러 소셜 미디어 채널의 포스팅을 자동화해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유지하면서 참여율을 높였고, 소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파일 업로드와 분류를 자동화해 팀 협업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또한 공식 지원 앱 외에도 웹으로 작동하는 서비스라면 대부분 연결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최근 공개된 ‘메이크 AI 에이전트’는 규칙 기반 자동화에 AI 인지 능력을 결합했다. 기존 자동화가 “이런 조건이면 이렇게 하라”는 규칙을 따랐다면, AI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목표를 이해하고 워크플로를 동적으로 조정한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두뇌라면, 메이크는 그 두뇌가 실제 앱들을 조작하는 손과 발인 셈이다.
현재 대부분의 AI 활용은 “질문-답변”의 일회성 상호작용에 머물러 있다. 챗GPT에 물어보고, 결과를 복사해서 노션에 붙이고, 다시 슬랙으로 공유하는 등 과정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면 다양한 도구의 통합과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야 한다. 이때 메이크가 도구를 통합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개발자도 화면에서 아이콘을 끌어와 시각적인 워크플로를 만들고, 한번 만들면 AI 에이전트가 판단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됐다.
메이크의 경쟁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엔에잇엔(n8n)은 자체 서버 호스팅이 가능해 보안에 민감한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유아이패스(UiPath)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 같은 대형 로봇자동화(RPA)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크는 시각적 직관성과 복잡한 분기 처리 능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시장에서 강점을 보인다. AI 도입의 성패는 단일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 워크플로에 가깝게 연결하는 것에 있으며, 메이크는 바로 그 ‘연결’의 가치를 증명하며 성장하고 있다.
[박수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