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년째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내수 진작에 초점을 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다.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네이쥐안(소모적 과당경쟁)’ 등의 문제를 줄여 경제 성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정은 지난 12월 10~11일 베이징에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과 주요 과제를 확정하기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매년 12월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최고위급 회의다.
2026년도 주요 과제로는 ▲내수 주도 강력한 시장 건설 ▲부동산·지방정부 부채 등 리스크 해소 ▲혁신 기반 신동력 육성 ▲고품질 발전 동력 확대 △대외개방 유지 및 다분야 협력 발전 ▲도농 융합 및 지역 간 연동 촉진 ▲탄소중립 및 전면적 녹색 전환 ▲민생 개선 등 8가지를 꼽았다.
이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내수 진작이다. 2025년 회의에서도 첫 과제로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 확대’를 제시했는데, 올해에는 ‘내수 우선 원칙에 기반한 강력한 국내 시장 구축’을 언급하며 수위를 더 높였다. 이를 위해 중국 당정은 보조금 지급 등 소비 활성화 특별행동 추진과 도농 주민 소득 증대 계획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과거 중국은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공공 자원을 투자와 발전에 집중 배분했고 민생과 소비 부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 자원을 공급 확대에서 소비 증가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2025년과 마찬가지로 새해에도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간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의는 “필요한 재정 적자와 채무 총규모, 지출 총량을 유지하고 재정의 과학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재정 지출 구조를 최적화하고 세수 혜택과 재정 보조금 정책을 규범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안정적 경제 성장과 물가의 합리적 회복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아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정책 도구를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이로써 내수 확대와 과학·기술 혁신, 중소기업 등 중점 영역에 대해 금융기관이 더 힘있게 지원할 수 있게 인도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 12월 16일 발행한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를 통해 ‘내수 확대는 전략적 조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서 시 주석은 내수 확대가 경제 안정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다며 임시방편이 아닌 전략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 부문의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해 내수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2.8%)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증가율(2.9%)의 절반도 안되는 수치로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특히 지난 11월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 기간인 ‘솽스이(광군제)’가 포함됐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셈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론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헝다(에버그란데)·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에 이어 대형 부동산업체인 완커(Vanke)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탓이다. 완커는 20억위안(약 4100억원) 규모 채권의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채권단과 협의하고 있다. 니훙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자본의 신속한 확장 때문에 ‘고(高)부채·고레버리지·고회전’ 모델이 형성됐다”며 “이에 따른 폐단이 날로 뚜렷해져 지속하
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러고는 “공급 구조와 경영방식, 감독 방식 개혁을 강화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동산 개발 회사 제도를 실질화해 프로젝트 업체가 법에 따라 독립적인 법인 권리를 행사하고 본사는 투자자 책임을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완공 후 투자자가 규칙을 위반해 프로젝트 업체 판매·융자 등 자금을 유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수년간 대형 부동산업체들이 줄줄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장기 침체에 빠진 상태다.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업체인 헝다와 비구이위안은 수백조원에 이르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헝다는 지난해 1월 청산 명령을 받았고 비구이위안은 내년 1월 청산 심리를 앞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가 올해 들어 발행한 채권 규모는 지난해 12월 2일 기준 약 10조 1000억위안(약 2097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원라이청 중앙재경대학 교수는 제일재경에 “최근 몇 년 새 지방정부 채권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부채 잔액은 이미 50조위안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채 위험은 통제 가능하나 부채의 과도한 증가가 중장기 지방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는 주의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지방정부 채권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하고 자금 사용 효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방정부의 부채 잔액은 53조7000억위안(약 1경 1172조원)이다.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한 것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연관이 깊다. 지방정부 핵심 재원인 토지 매각이 부진하면서 채권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정책 추진에 맞춰 지방정부들이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송광섭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