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설립된 ‘링글’은 아이비리그 출신 원어민 튜터와 1대1 화상으로 영어 회화 학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일상 회화부터 직무 영역의 비즈니스까지 수준 높은 대화가 가능해 직장인들의 영어 회화 명가로 유명해졌다. 활동 중인 원어민 튜터만 2000명 이상. 이들 대부분이 미국과 영국의 상위권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이들이다. 10년 전 스탠퍼드 경영전문대학원(MBA) 동기인 이승훈 대표와 함께 창업에 나선 이성파 공동대표는 “유학가기 바로 전까지 영어 문제가 심각해 그 문제를 풀려고 창업하게 됐다”며 “어쩌면 링글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링글은 B2C를 넘어 B2B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채용, 해외 파견, 승진 전 직원들의 영어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되는 ‘AI 스피킹 테스트’의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구글, 아마존, 삼성, LG, 토스증권, SK, 야놀자, 두산, KT 등 국내외 기업에서 링글을 도입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Q 매번 반복하는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A 가장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일인데, 첫째는 더 잘 들을 수 있게 관리하는 것과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죠. 둘째는 현재 AI 튜터 분야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스피킹 테스트에요. 이 세 분야를 무한 반복 중입니다.
Q 원어민 튜터 외에 AI 튜터도 진행 중인데.
A 두 가지 큰 축으로 나눠서 달리고 있어요. 하나는 직무에 어울리는 표현을 공부하고 싶은데, 국내외에 그런 플랫폼이 없다는 니즈고, 또 하나는 옷을 사거나 렌터카를 빌리는 등 일상에서의 표현이죠. 최근엔 유저가 은행원이라면 실제 미국에서 은행원이나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분들이 직접 코스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그 표현은 AI를 활용해 익힐 수 있고, 튜터처럼 페르소나를 만들어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Q 링글의 튜터는 직장 경험이 있는 명문대 출신의 원어민이라고 들었습니다.
A 저희의 핵심 서비스는 실제 튜터와의 화상 대화에요. 실제로 그분들은 관련 직무의 인턴을 했거나 직업인, 대부분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예정된 분들이죠. 2000여 명의 튜터가 미국과 영국의 원어민인데, 30~40%가 톱 아이비리그 출신이고 다른 분들도 미국 내 20~30위권 대학에서 공부한 분들이에요. 영국도 옥스퍼드나 캐임브리지에서 공부한 분들이 대부분인데 미국과 영국의 비중이 8대 2 정도 됩니다.
Q 관련 직무에 전문성은 어느 정도인 겁니까.
A 일 경험이 많은 분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데, 직장인의 관심사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관심사가 꼭 직무는 아니거든요. 튜터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직업이나 학업, 관심사가 맞는 분을 선택할 수 있지요.
Q 튜터 분들의 만족도도 있을 것 같은데.
A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일종의 투잡인 분들이 많은 데요. 7~8년간 함께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나갔다 다시 돌아온 분들도 있습니다. 어제는 여행 중에 들렀다고 오신 튜터도 있었어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링글이 그런 인생의 한 부분이 된 것 같다면서.(웃음)
Q 2000여 명의 튜터들이 평가한 링글 유저들의 실력이 궁금해지는데요.
A 3년 전엔 튜터가 직접 평가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평가가 일정하지 않더라고요. 그날 분위기나 유저의 반응에 따라 점수가 들쑥날쑥일 때도 있어서 지금은 AI가 평가합니다. 거의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덕분에 튜터들은 점수보다 의미 있고 즐거운 대화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이어갑니다.
Q AI의 평가라면 평균이 있을텐데.
A 1부터 9밴드가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실력이 좋습니다. 9밴드는 미국 대통령들의 영어 실력쯤 되죠. 절반 이상의 유저들이 5밴드에요. 5~6밴드라고 해서 낮은 건 아닙니다.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이죠. 실제 기업들이 참여하는 B2B 수강생들 중 6~7밴드에 속한 분들은 극히 소수예요. 4밴드부터 이제 드문드문 영어로 말하는 분들인데, 원어민 1대1 영어를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AI튜터를 개발하게 된 이유입니다. 물론 누구라도, 어떠한 레벨이라도 그냥 하면 됩니다. 그게 영어에 대한 제 지론이죠.
Q 그렇더라도 가장 좋은 영어 학습법이라면.
A 제일 좋은 전제는 어디서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 생각하거나 얘기할 기회가 없는 곳이에요. 영어로 대화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심지어 키보드도 한글자판이 없어야 합니다. 그 환경을 1년 정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면 굳이 영어권 국가에 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 지금은 링글로도 미국인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시대에요. “미국 가서 할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는 건 수십 년 전 얘기죠. 그 환경을 만들기 쉽지 않다면 일주일에 한번 튜터와 대화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Q AI와의 대화는?
A AI하고만 대화하면 막상 사람과 마주했을 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AI튜터의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평상시 5~10분은 AI와 대화하고 사람과의 1대1 대화도 병행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건 플러스알파거든요. 영어로 말할 때도 매일 같은 말만 반복하면 늘지 않습니다. 주제를 의도적으로 바꿔보거나 누군가가 했던 말을 인용해서 말하는, 스스로 그런 장치들을 만들어가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Q 링글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연령대는 어떻습니까.
A 30대가 가장 많아요. 그 다음이 40대, 20대 후반, 대부분 직장인인데, 요즘은 대학생들의 비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Q 영어 때문에 조기 유학이란 단어가 생기기도 했는데,
A 10대 유저들도 있습니다.링글은 성인이 이용하는 ‘링글 플러스’와 10세에서 16세 학생들을 위한 ‘링글 틴즈’ 서비스가 따로 운영되고 있어요. 링글 플러스 회원은 현재 약 27만 명이고, 링글 틴즈는 약 1만 8000명입니다. 링글 틴즈는 영어유치원을 졸업했거나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많아요. 입시보다 영어로 대화하고 싶은 거죠.
Q 2015년에 창업했으니 올해 10년차 중견 스타트업인데, 10년 동안 어떤 점이 달라졌습니까.
A 현재 45명의 인원이 함께 하고 있는데, 그중 8명이 개발 인력입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인력 구성이 많아 바뀌었어요. 예전엔 관련된 팀에 “데이터 좀 뽑아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지금은 “데이터 뽑으세요”가 됐지요. 모든 팀에서 AI를 사용해 데이터를 뽑고 활용합니다. 코딩도 마찬가지에요. 밤새 코딩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Q 링글의 AI는 자체 개발한 건가요.
A 진단 AI는 자체 개발했습니다. 유저들과 대화하는 건 다양한 AI를 앙상블로 쓰고 있어요. B2C의 경우는 1대1 화상대화가 많고, B2B는 AI튜터 고객이 많은데, 최근엔 전화영어 요청도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화영어라면 사람과의 1대1 대화를 떠올리는데, AI와의 전화통화죠.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발음을 준비했어요. 유저와의 대화가 누적돼 언제 통화해도 지난 통화와 연결해 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 애초에 대화를 담당하는 AI와 채점을 담당하는 AI가 나뉘어 있어서 다음에 점수가 오르려면 어떤 표현에 집중해야 하는지 AI가 판단하죠.
Q 그러한 기술이 링글의 차별점입니까.
A 약 2년간 카이스트 킥스랩(KixLab)과 개발한 진단 AI의 특징이랄 수 있는데 발음, 문법, 단어, 문장의 구조가 맞는지, 너무 쉬운 건 아닌지, 적절하게 and나 or를 잘 썼는지 등등 모든 걸 채점해서 토플 점수처럼 나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누적 100만 시간의 수업데이터도 쌓였습니다.
Q 해외 진출에 대한 소식도 들리던데요.
A 일본과 대만에서 B2B 고객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진 않아서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는데, 일본의 대기업에서도 링글을 도입했습니다.
Q 매출이 궁금해지는데요.
A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이었어요. 현재 B2C와 B2B의 비중이 6대 4 정도 되는데, B2B가 매년 60%씩 성장하고 있어서 올해는 최소 2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B2B가 높은 게 안정적이어서 직접 기업들과 소통하며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아, 매일경제도 영어 교육하시죠? 제가 대표님을 꼭 봬야….(웃음)
Q 링글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A 창업 이후 두 번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우선 글로벌한 곳에서 투자를 받아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표에요. 그게 된다면 빠른 시간 내에 매출 5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겁니다. IPO에 대한 욕심도 있는데, 국내보단 미국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에듀테크 기업이 IPO로 의미 있는 사이즈가 된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7호 (2025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