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공원이 새벽과 저녁마다 러너들로 차오른다. 주말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고, 기업 사내 러닝크루와 지역 커뮤니티가 기초 체력반·입문반을 꾸린다. 지난 한 해 전국에서 254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고 총 참가 인원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효율을 중시하는 직장인 중심의 생활 방식 속에서 “짧고 확실한 효과”를 추구하는 관심이 러닝 열풍과 맞물린 셈이다. 이제 관심사는 유행의 소진이 아니라, ‘건강 지키는 러닝 습관’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설계하느냐로 확장하고 있다.
그 설계의 첫 축은 총량이다. 미국심장협회(AHA)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속도계로 활동량을 측정한 9만 3000여 명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주당 150분의 중·고강도 신체 활동을 채우기만 하면 그 활동이 주중에 분산돼 있든, 주말 1~2회에 몰려 있든 사망 위험 감소의 크기가 유사했다. 같은 내용의 원논문(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도 ‘주말 전사(weekend warrior)’와 ‘매일 형’이 전(全)원인·심혈관·암 사망 위험 측면에서 비슷한 보호 효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매일 못 뛰어도 괜찮다—주말 150분의 총량을 지킨다면 준수한 건강관리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육아·교대근무 등으로 평일 루틴이 불규칙한 사람에게, 토·일 각각 75분을 확보하는 방식은 합리적인 출발선이 된다.
둘째 축은 부상 예방이다. 과도한 기록 욕심과 거리 확장은 독이 될 수 있다. BJSM(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5년 논문에 의하면, 최근 30일 동안의 ‘최장 거리’ 대비 단 한 번의 러닝이라도 그 거리를 10% 이상 초과하면 과사용 손상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다.
이 연구가 던지는 핵심은 위험의 단위가 ‘주간 누적 거리’보다 ‘단일 세션의 과도함’에 가깝다는 점이다. 초보 러너라면 자신의 달력에 ‘지난 30일 최장거리’를 적고, 그 선을 +10% 이내로만 조금씩 올리는 상한선 관리가 필요하다. 예컨대 최근 한 달 최장거리가 8㎞라면 이번 주 가장 긴 주행은 8.8㎞를 넘기지 않는 식이다. 거리·속도·지형(오르내림)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을 올리지 않는다. 평지에서 언덕 코스로 바꿨다면 거리는 줄여야 하고, 페이스를 올리려 한다면 코스 난도는 낮춰야 한다.
통증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다음 주행 시작 10분 내 재현되면, 거리와 페이스를 각각 20% 수준으로 즉시 감액해 회복 창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셋째 축은 시간표다. 시드니대학교 보도자료에 따르면, 비만 인구 약 3만 명을 8년 가까이 추적한 결과 하루 활동의 하이라이트가 저녁(18~24시)에 자리한 집단이 조기 사망과 심혈관 사건 위험이 가장 낮았다. 같은 주제를 다룬 Diabetes Care 논문도 저녁 시간대의 중·고강도 활동(MVPA)이 건강 지표와 더 유리한 연관을 보였다고 결론 짓는다. 물론 관찰연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무작위 교차시험(RCT)에서도 제2형 당뇨 환자에게 오후·저녁 운동이 오전 운동보다 24시간 혈당 지표 개선에 유리하다는 결과가 확보돼 있다. 초보 러너 주의사항은 결국 세 문장으로 정리된다. 첫째, 총량이 우선이다. 둘째, 한 번의 과속을 피하라. 셋째, 저녁 러닝을 현명하게 활용하되 개인의 수면·복약 스케줄과 함께 설계하라. ‘효율’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러너에게 이 세 줄은, 유행을 습관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 할 만하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