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현장. 현대차 부스 오른쪽 옆에 둥지를 튼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전시장은 유독 3040세대 남성들로 북적였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봉민(41) 씨도 그 중 하나. 출퇴근용 차량으로 제네시스의 ‘GV70’을 타고 있다는 김 씨는 “초등학생 두 아들의 학교와 학원 픽업을 위해 세컨드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주로 아내가 운전하고 집에서 반경 5㎞ 이내 지역을 운행하기 때문에 편하고 가격 부담이 덜한 브랜드를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단 김 씨뿐 아니라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가장 흥미롭게 살핀 부분은 가성비라 불리는 ‘가격 대비 성능’. 첫 차를 찾고 있다는 이영민(31) 씨는 “소재나 마무리가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보조금을 제하고 2000만원 후반대라면 그 정도 아쉬움은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산 자동차가 궁금해 직접 모빌리티쇼를 찾은 이들도 여럿이었다. 서울 성수동에 사는 김옥경(28) 씨는 “유럽산 수입차 못지않게 럭셔리로 승부하는 모델도 있다고 해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순위 1위에 오른 브랜드라고 알려져 국내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계 전기차 업체들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특히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기차(FCEV)가 포함된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량 순위에서 BYD는 전년 대비 43.9% 늘어난 447만 7944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점유율이 27.6%나 된다. 2위는 5.4% 역성장한 미국 테슬라(198만 7541대)가 차지했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로 유명한 중국의 지리(Geely) 홀딩스그룹은 135만 4541대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내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건 상하이자동차, 창안자동차, 둥펑, 디이자동차와 함께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로 알려진 체리자동차다. 총 52만 4717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무려 321.7%나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3.2% 줄어든 49만 대로 10위를 유지했다. KAMA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주요국들의 탄소배출 목표 완화 요구로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시장과 관련해선 “전기동력차를 생산하는 주요국 중 한국은 유일하게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전기차 보조금 유지, 충전 요금 할인 특례 한시적 부활, 통행료 감면 유지 등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만난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이미 승용시장에 진출한 BYD와 올 하반기, 내년에 국내시장 진출이 예고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 공략을 어떻게 방어할지가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라며 “중국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대부분 중국 내수시장이란 사실에 집착한다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6호 (2025년 5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