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승용차는 총 153만8919대다. 이 중 국산 브랜드는 129만4139대, 수입차는 24만4780대다. 국산차는 전년 대비 0.3% 판매가 줄었다. 수입차는 6.1% 물량이 빠졌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완성차 소비가 주는 ‘피크 카(peak car)’가 원인이다. 판매가 줄수록 신차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기아자동차 모하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지만 실제 출시된 차들은 완전변경(풀체인지) 신차나 다름없는 큰 변화를 보였다. 외관 디자인이 확 달라졌을 뿐 아니라 각종 첨단 편의·안전사양이 모두 적용됐다. 국내 대형 완성차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라는 패러다임 전환 와중에 차량 구입이 줄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한층 혁신한 신차를 빨리 빨리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은 분명 기업에게는 피로이자 스트레스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신차를 바라보는 고객은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들은 요즘 대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전기차(EV)까지 앞다퉈 쏟아내며 고객 사로잡기에 나선 상태다.
기아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4세대 모델
▶GV70·쏘렌토·투싼… SUV 전성시대는 계속된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UV를 위주로 전략 신차를 줄줄이 내놓는다. 제네시스는 연초 첫 SUV이자 중대형 모델인 ‘GV80’을 내놓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GV80은 1월 중순 출시한 지 열흘 만에 2만 대 계약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중형 SUV 쏘렌토 완전변경 신차를 내놓는다. 출시 예정 시기는 3월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쏘렌토를 시작으로 중형 이상 SUV에서도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잇따라 출시해 친환경 SUV 차종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5년 만에 완전변경하는 신형 쏘렌토는 디자인,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대대적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GV80과 쏘렌토의 뒤를 이어 현대·기아차의 오랜 인기 SUV 모델도 줄줄이 완전변경 모델이 나온다. 현대는 준중형 SUV ‘투싼’이, 기아차는 다목적 미니밴 ‘카니발’과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완전변경 신차가 연내 출시된다. 하반기는 제네시스 패밀리의 두 번째 SUV 준중형 ‘GV70’이 공개될 계획이다.
세단에서도 굵직한 신차 2종이 기다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2013년 ‘제네시스 DH’ 이후 7년 만에 완전변경되는 중대형 세단 ‘G80’ 신차가 나온다.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를 대표하는 G80 신차는 제네시스가 해외 시장에 고급 브랜드로 안착하기 위한 또 한 번의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도 풀체인지된다. 시기는 1분기 중이다. 아반떼는 2018년 9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지 약 1년 반 만의 완전변경이다. 부분변경 모델의 헤드램프 디자인이 심각한 혹평 속에 ‘삼각떼’라는 조롱을 받자 신속하게 모델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와 제네시스를 제외한 브랜드 중에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 ‘XM3’가 기다리고 있다. XM3는 르노삼성뿐 아니라 르노그룹 전체에서 힘을 실은 글로벌 전략차종이다. 한국GM은 기아 셀토스, 쌍용자동차 티볼리 등에 대항할 준중형 SUV로 ‘트레일 블레이저’를 출시해 젊은 고객층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2030 어필하는 벤츠, 반격하는 BMW·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7만8133대로 4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지켰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도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운 벤츠는 8종이 넘는 신차와 다수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 더욱 공고한 1위를 지킨다는 목표다. 수입차 업계는 벤츠가 올해 8만 대 판매량을 달성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벤츠는 앞서 2월 초 A클래스 최초의 세단 모델인 ‘더 뉴 A클래스 세단’과 ‘더 뉴 CLA’를 출시했다. 그간 벤츠의 중심 구매층이었던 30~40대 고객을 넘어 20~30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모델이다. 벤츠는 올해 또 다른 콤팩트 SUV 모델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B’ 국내 출시도 예고해뒀다. 벤츠는 대세인 SUV도 차곡차곡 신차를 쌓아두고 있다. 벤츠는 올해 첫 차로 C클래스 기반 SUV인 ‘더 뉴 GLC 300 4MATIC’과 ‘더 뉴 GLC 300 4MATIC 쿠페’를 출시했다. 이어 연내 플래그십 대형 SUV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가 출시된다. 리무진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도 올해 출시 신차다. 올해 출시할 벤츠의 고성능 모델로는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C’와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R’가 기다리고 있다.
벤츠는 또 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도 공격적으로 출시한다. 벤츠는 6종의 ‘EQ파워(벤츠의 친환경차 브랜드)’ PHEV 모델과 9종의 ‘EQ 부스트(벤츠 HEV 브랜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존 차량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벤츠에 대항하는 BMW도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BMW는 연초 해치백 모델인 ‘뉴 1시리즈’를 선보였고 이어 ‘뉴 2시리즈’, ‘뉴 M8 GC’를 3월 중 내놓는다. 특히 M8 그란쿠페는 BMW 4도어 쿠페 최상위 라인업이다. 최고출력 600마력, 최고속도 시속 305㎞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이어 BMW는 오는 5월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대표 세단 모델인 신형 ‘뉴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벤츠의 최고 인기 차종인 중형 세단 ‘E클래스’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BMW는 한동안 쉰 뒤 11월에 대거 신차를 낸다. ‘뉴 4시리즈’와 ‘뉴 5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이 주인공이다. BMW의 형제 브랜드인 미니는 올해 고성능 라인업(JCW 브랜드)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1월에 이미 나온 ‘뉴 미니 JCW 컨트리맨’과 상반기 예정인 ‘뉴 미니 JCW 클럽맨’이다. 미니는 또 ‘뉴 미니 컨트리맨’ 부분변경 모델도 내며 스타일리시한 차를 원하는 젊은 소비자를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3대 명차 아우디는 1월 프리미엄 중형 세단 ‘더 뉴 아우디A6 40 TDI’를 출시하면서 세단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어 올해는 ‘Q2’, ‘Q5’ 등 SUV 라인업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아우디는 지난해 신차 규제 인증이 지연돼 상반기 수개월간 판매 공백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A3와 A4·A5·A6·A8 세단 라인업으로 하반기 추격을 시작한 아우디는 올해 기세를 몰아 본격 판매회복에 나선 상황이다. 중형 SUV ‘아우디 Q5’는 아우디 세단의 스포티함에 첨단 커넥티비티, 효율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결집했다. 아우디 Q2는 젊은 스타일을 강조한 차다. 특히 아우디는 고유의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통해 특유의 강력한 힘과 주행성능을 소비자들에 적극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캐딜락의 2020년 신차들
▶‘절치부심’ 재규어랜드로버·캐딜락·폭스바겐
지난해 각각 30% 넘게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어든 재규어와 랜드로버(모두 재규어랜드로버 소속)는 올해 전략 모델을 출시하며 재기를 노린다. SUV 명가 랜드로버는 완전변경 신차인 ‘올 뉴 디펜더’를 내놓는다. 디펜더는 1948년부터 2015년까지 1세대 모델이 활약했고 올해 2020년에 2세대가 재탄생했다.
올 뉴 디펜더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2를 통한 도강 기능(최대 900㎜)을 탑재했다. 또 오프로드 설정으로 주행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차세대 10인치 터치스크린은 보다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이다. 이전 모델에 없었던 에어백도 드디어 도입했다.
재규어는 2인승 스포츠카 F-TYPE 부분변경 신차인 ‘더 뉴 F-TYPE’를 올해 국내 출시한다. 더 뉴 F-TYPE은 잘 다듬어진 근육을 형상화한 디자인과 한층 강화한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있다. 재규어는 중형 세단 XE 부분변경 모델 ‘뉴 XE’도 올해 론칭할 예정이다. F-TYPE에서 영감을 얻어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한 외관이 특징이다. 인테리어 소재는 부드러운 촉감의 베니어 소재 등을 적용했고 재규어 순수 전기차 ‘I-PACE’에 장착했던 새로운 터치형 스티어링 휠도 도입했다. 미국 럭셔리카의 자존심 캐딜락은 올해 국내에 완전변경 모델 4종(XT4·XT6·CT4·CT5)과 부분변경 모델 XT5 등 총 5종의 모델을 출시한다.
단일 연도에 5종의 새로운 모델을 투입하는 것은 캐딜락이 국내 진출한 후 처음이다. 캐딜락은 우선 올해 상반기에 럭셔리 대형 SUV ‘XT6’를 출시한다. 이어 럭셔리 SUV ‘XT5’의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한다. XT5와 XT6 신차로 SUV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세단 라인업도 강화한다. 캐딜락은 2030 세대를 겨냥해 개발한 ‘CT4’, ‘CT5’를 상반기 중 공개한다. ‘CT4’와 ‘CT5’는 정보 처리 속도와 커넥티비티 기능이 현저히 향상된 2세대 알파 아키텍처 플랫폼 기반에 강화된 2.0ℓ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적용했다. 이어 하반기는 준중형 SUV ‘XT4’를 신규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부활의 시동을 켠 폭스바겐코리아 역시 SUV를 앞세워 올해 판매량 증대에 주력한다. 콤팩트 SUV ‘티록(T-Roc)’부터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대형 패밀리 SUV ‘테라몬트’에 이르는 5종의 SUV 라인업을 올해와 2021년까지 완성하는 ‘5T’ 전략이다. 여기에 인기 세단 ‘제타’ 2020년형 모델이 추가된다. 앞서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향후 5T전략 하에 폭스바겐코리아는 시장의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SUV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우디 양산형 전기차(EV) e-트론
▶타이칸·e-트론·DS크로스백…
고성능 수입 전기차가 온다
2020년 한국 자동차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고성능 EV의 잇단 출시다. 가장 주목받는 차는 아우디 최초 양산형 EV인 ‘e-트론’이다. e-트론은 두 개의 전기 모터를 탑재해 355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제공하며 부스트 모드 사용 시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402마력(300kW)까지 높일 수 있다. 최대 휠 토크는 591㎏.m, 최고속도는 시속 200㎞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드는 시간은 6.6초며 부스트 모드에서는 5.7초가 소요된다. 아우디 e-트론에 장착된 95킬로와트시(kWh) 용량 배터리는 국제표준주행모드(WLTP) 기준 1회 완전 충전당 400㎞가 넘는 주행 범위를 지원한다.
독일 스포츠카 대명사인 포르쉐는 ‘911’ 모델의 DNA를 이어받은 첫 EV ‘타이칸’을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한다. 타이칸(터보S 기준)은 최대 761마력 출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2.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412㎞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260㎞다. 800볼트(V) 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급속 직류 충전을 이용하면 5분 충전으로 최대 1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포르쉐는 또 인기 SUV 카이엔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은 고급차 브랜드 DS오토모빌의 첫 번째 EV ‘DS 3 크로스백 E-텐스’를 올해 3분기 출시할 계획이다. 콤팩트 SUV DS 3 크로스백의 EV 버전인 크로스백 E-텐스는 50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1회 충전당 최대 340㎞, 유럽 NEDC 기준으로는 최대 450㎞까지 주행할 수 있다. 100킬로와트(kW)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80% 충전까지 30분이 걸린다. 100kW 전기모터를 탑재해 환산 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60Nm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7초 만에 도달 가능하다.
마세라티 준대형 세단 기블리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페라리·마세라티… 럭셔리카도 치열한 경쟁
신차 경쟁은 럭셔리카 브랜드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럭셔리카들의 떠오르는 신흥 시장 중 한 곳이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비 30.9% 증가한 161대를 팔았다.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SUV 모델 ‘우르스’ 인기에 힘입어 1472.7%나 뛴 173대를 판매했다.
람보르기니는 10기통 우라칸 에보 라인업의 후속 모델인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와 ‘우라칸 에보 후륜구동’을 연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5.2ℓ 자연흡기 10기통 엔진과 티타늄 인테이크 밸브가 탑재됐으며 최대 640마력, 61.2㎏.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1초, 시속 200㎞에 이르는 시간은 9.3초에 불과하다. 구체적 국내 출시 시기는 아직 미정이며 가격은 4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페라리는 엔트리급 슈퍼카인 쿠페형 GT카 ‘로마’를 이르면 1분기 중 국내에서 판매한다. 이미 사전 계약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다. 약 3000만원의 계약금을 걸어야 차가 배정되며 가격은 3억원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주문이 몰려 있다고 한다. 로마는 2도어 쿠페로 8기통 터보 엔진에 최대 출력 620마력, 최대 토크 77.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4초 만에 도달한다. 페라리는 로마 말고도 지난해 7월 출시한 ‘F8 트리뷰토’의 오픈 톱 모델인 ‘F8 스파이더’도 올해 국내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SUV 컬리넌으로 한껏 인기를 끈 롤스로이스는 올해 3분기 중으로 대형 세단 ‘고스트’의 2세대 신형 모델을 출시한다. 신형 고스트는 구체적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해외에서 간간이 스파이샷만 포착된 정도다. 마세라티는 신차대신 스페셜 한정판 모델을 4월 중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준대형 세단 ‘기블리’, 대형 세단 ‘콰트로포르테’, 준대형 SUV ‘르반떼’ 중 2개 모델이며 아직 확정은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