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팔머 애스턴마틴 라곤다의 CEO는 말한다. “애스턴마틴은 제임스 본드와 동의어”라고. 그도 그럴 게 영국산 첩보영화 <007> 시리즈의 단골 본드카는 단연 애스턴마틴이었다. 그간 세 번째 시리즈 <골드핑거>(1964년)를 시작으로 총 9개 작품에 출연했는데, ‘DB5’가 골드핑거를 비롯해 <골든아이>(1995년), <네버 다이>(1997년), <스카이폴>(2012년)에서, <여왕폐하 대작전>(1969년)에선 ‘DBS’가, <어나더 데이>(2002년)에선 ‘V12 뱅퀴시’, <카지노 로얄>(2006년)과 <퀀텀 오브 솔러스>(2008년)에선 ‘DBS V12’, <스펙터>(2015년)에선 ‘DB10’이 본드의 애마로 등장했다. 이게 뭐 그리 중요한 사실일까 싶은데, 영국 최고의 첩보요원이자 럭셔리 라이프의 대명사로 자리한 ‘제임스 본드의 차’라는 사실은 이젠 영화가 아닌 실제 세상에서 더 주목받는 수식어가 됐다. 애스턴마틴이 내놓은 첫 SUV ‘DBX’는 그런 이유로 더 주목받는 모델이다.
1913년부터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 온 애스턴마틴에겐 전통을 깨는 첫 시도이자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이 차의 콘셉트와 타깃은 명확하다.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럭셔리 위의 럭셔리 SUV를 노리고 있다. 우선 차체는 애스턴마틴이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접착식 알루미늄 기술을 적용했다. 스포츠카에 적용된 바로 그 기술이다. 프레임 없는 도어와 파노라믹 선루프를 채택해 날렵한 외관과 자연스러운 채광을 높였다. 인테리어는 3060㎜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에서 넓은 실내공간을 가늠할 수 있다(이 차는 5인승이다).
운전석은 여타 SUV 좌석과 스포츠카 좌석을 혼합했다. 애스턴마틴 측은 “시트 포지션 결정을 위해 광범위한 인체 공학, 통계학, 자문그룹 등이 총동원됐다”며 “6개월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수작업으로 완성된 인테리어는 최고급 소재가 적용됐다. 좌석은 풀-그레인 가죽으로 감쌌고, 헤드라이닝과 전동 루프는 모두 알칸타라(AlcantaraⓇ) 소재로 마감했다.
적재공간은 632ℓ. 무엇보다 DBX에는 ‘DB11’에 탑재된 4ℓ 트윈 터보 V8 엔진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됐다. 최고출력 550마력에 최고속도 291㎞/h까지 성능을 발휘한다. 이러한 엔진의 힘은 9단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를 통해 바퀴에 전달된다.
가격은 2억4800만원. 전량 영국 웨일스의 애스턴마틴 세인트 아탄 제2공장에서 생산된다.
▶날렵해진 외관, 세련미 더한 인테리어
4년 만에 부분변경된 렉서스 ‘NEW RX’
2001년 국내에 첫 출시됐으니 무려 20여 년이나 시장을 주름잡았다. 렉서스의 SUV ‘RX’는 그야말로 소리 없는 강자였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기 전엔 확실한 인지도가 판매량으로 이어질 만큼 입지가 탄탄했다. ‘NEW RX’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부분변경된 모델이다. 외관은 전면부의 가로형 스핀들그릴이 L자형 블록메시 형태로 달라졌다.
트리플 LED 헤드램프, 범퍼 하단 디자인이 이전보다 더 날렵해졌다. 후면부는 범퍼의 하단을 더 낮추고 수평축을 강조해 좀 더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렉서스를 상징하는 L자형 콤비네이션 램프와 새로운 휠 디자인이 적용됐다. 차량 내부에는 장인이 한 땀 한 땀 작업한 나무, 가죽, 금속 소재가 프리미엄 SUV의 자존심을 구현하고 있다. 차량 실내 곳곳의 간접조명이 이채롭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홀더, 센터 콘솔박스 후면의 USB 충전 포트 등으로 편의성도 높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RX450h 수프림(8210만원), 이그제큐티브(9070만원), 가솔린 RX350 이그제큐티브(8450만원)로 구성된 라인업 중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3.5ℓ V6 D-4S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됐다. 롱보디 모델 ‘RX 450hL’의 2열 좌석은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앉을 수 있는 캡틴 체어를 탑재했다.
좌석은 1열부터 3열까지 높이가 모두 다른 극장식 배열구조로 설계됐다. 완성도 높은 차량도 주목받는 이유지만 할인 혜택도 관심거리다. 출시와 함께 들려오는 150만원 기본 할인 조건은 역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다. 수입차 업계에선 “할인 없기로 유명한 렉서스가 신차에 프로모션을 내건 사실 자체가 뉴스”라는 입장이다. 렉서스는 지난해 1만2241대를 팔았다. 전년대비 8.2% 하락한 수치다.
▶5년 만에 새롭게 돌아온 프리미엄 패밀리 SUV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
새롭게 적용된 LED 헤드램프와 깔끔한 전면 그릴, 스포티한 전후방 범퍼, 아래로 길게 뻗은 에어 인테이크…. 디스커버리가 5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이름하여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우선 인테리어는 실제 구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시내주행과 레저 등 양 분야의 활용성을 높였다는 게 랜드로버 측의 설명이다. 그 결과 40:20:40의 분할 폴딩 시트인 뒷좌석은 리클라인 기능과 앞뒤로 160㎜ 슬라이딩이 가능해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수납공간도 기존 모델보다 약 17% 커졌다. 센터 콘솔박스에는 최대 9.9ℓ의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트렁크는 897ℓ로 넓혔고, 최대 1794ℓ까지 적재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터치 프로2’의 스크린은 10.25인치로 커졌고 해상도와 터치 반응 속도가 향상됐다. 운전자의 작동 반경을 줄이기 위해 송풍구와 터치스크린의 위치도 바뀌었다. 풀 HD 화질의 12.3인치 대화형 운전자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인 계기판 기능과 함께 내비게이션, 전화, 능동 안전 시스템 조작 기능을 제공한다. 뉴 디스커버리 스포츠에는 ‘MHEV(Mild Hybrid Electric Vehicle)’ 시스템이 적용됐다. 48v의 MHEV 기술은 차량에 장착된 BiSG(Belt Integrated Starter Generator)와 리튬-이온 배터리로 차량 운행 시 에너지를 저장하며 엔진 구동을 보조한다. 17㎞/h 이하로 주행할 땐 엔진 구동을 멈추고, 다시 주행을 시작하면 저장된 에너지가 엔진 가속에 사용된다. 덕분에 이전 모델에 비해 연비가 약 6%나 개선됐다.
파워트레인은 총 3가지 인제니움 디젤과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각각 150마력과 18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2.0ℓ 4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249마력을 발휘하는 2.0ℓ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이 주인공이다. 운전자가 노면 상황에 따라 에코, 컴포트, 오토, 눈길·잔디밭, 모래길, 진흙길 등 6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노면 상태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 시스템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이 적용돼 마찰력이 낮은 노면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대 600㎜의 도강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가격은 D150 S 트림이 6230만원, D180 S 트림 6640만원, D180 SE 트림 7270만원, P250 SE 트림이 6980만원이다.
▶밀리언셀러의 귀환
폭스바겐 3세대 신형 투아렉
“투아렉은 첫 출시 이후 SUV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서 자동차 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3세대 신형 투아렉은 미래의 모빌리티를 위해 완전히 재설계되고 디지털화되었으며 치열한 럭셔리 SUV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입니다.”
국내 출시를 알리는 론칭 현장에서 슈테판 크랍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부문 사장의 일성이다. 2002년에 태어난 투아렉은 폭스바겐 그룹의 첫 럭셔리 SUV다. 폭스바겐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총동원된 야심작이었다. 1세대 투아렉은 155t에 달하는 보잉 747기를 견인하는 힘을 선보였고 2005년엔 지구 한 바퀴를 도는 360도 프로젝트로 총 7만6451㎞를 완주했다. 칠레 안데스 산맥의 해발 6081m 고지에 올라 자동차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도 했다. 2세대 투아렉은 죽음의 랠리라고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 참가해 우승했다. 무려 3연패였다. 지난해 7월엔 출시 17년 만에 누적 생산량 100만 대를 돌파하며 진정한 밀리언셀러로 자리했다.
3세대 ‘신형 투아렉(The new Touareg)’은 다시 한 번 폭스바겐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쏟아 부은 모델이다. 전장 4880㎜, 전폭 1985㎜로 이전 모델에 비해 각각 79㎜, 45㎜가 늘어났다. 전고는 1700㎜로 9㎜ 낮아졌다. 헤드램프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길게 뻗은 보닛에서 펼쳐지는 사이드라인, 스포티한 후방의 숄더 라인까지, 외관은 더 대담하고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하는 ‘이노비전 콕핏(Innovision Cockpit) 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탑재됐다. 전면 디지털화된 15인치 대형 TFT 터치스크린과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경계 없이 하나로 연결돼 시동을 거는 순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터치와 제스처 인식으로 작동이 가능해 운전 중에도 비교적 쉽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3.0ℓ V6 디젤 엔진과 4.0ℓ V8 엔진이 탑재됐는데, 국내에 먼저 출시된 3.0 TDI 모델(8890만~1억90만원)은 최고출력 286마력, 제로백 6.1초, 최고속도 235㎞/h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인 연비가 10.3㎞/ℓ. 4.0 TDI 모델은 2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