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은 기존 SUV와 차별화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안전과 편의사양을 담았습니다.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만 집중해 제네시스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질,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지난 1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네시스 GV80’ 공식 출시 행사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밝고 차분했다. 마치 ‘이게 바로 제네시스’라는 듯 한마디 한마디 단어가 끝날 때마다 자신감이 또박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의 화두는 제네시스의 첫 SUV였다. 출시 시기부터 어떤 이는 해를 넘기지 않을 거라 했고, 다른 이는 2020년 첫 출시작일거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후자가 맞은 셈이지만 완성차 한 대를 놓고 서너 달 이상 디자인과 출시시기, 가격 등이 회자된 셈이다. 그만큼 대중의 기대가 높았다는 방증인데, 그래서 더 꼼꼼히 살펴봤다. 출시 행사가 끝난 후에는 킨텍스에서 인천 송도까지 시승도 진행했다.
▶Check 1 올 한 해 국내 판매목표는 2만4000대
“GV80은 럭셔리 대형 SUV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올해 GV80의 국내 판매목표는 2만4000대로 잡았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의 일성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대형 SUV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도 이른바 고급브랜드들이 내놓은 ‘억’ 소리 나는 럭셔리 SUV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럭셔리 SUV는 총 1만9644대가 판매되며 2만 대 시장을 넘보고 있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4345대가 팔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4155대를 기록한 아우디의 ‘Q7’. 그 뒤를 BMW ‘X5’(4345대)와 메르세데스-벤츠 ‘GLE’(2003대), 볼보 ‘XC90’(1416대), 렉서스 ‘RX’(1305대)가 쫓고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브랜드는 사실 이에 대적할 만한 차가 없었다. 앞서 장재훈 부사장이 밝혔듯 GV80의 올 판매 목표는 2만4000대다. 제네시스의 첫 SUV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증명하듯 출시 첫날에만 1만5000대가 계약됐다. 이튿날 계약된 7000대를 합하면 출시 이틀 만에 2만2000대를 계약하며 지난해 럭셔리 SUV 시장의 판매량을 훌쩍 넘어섰다. 완성차 업계에선 벌써부터 “지금 계약하면 연말에나 차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네시스가 이번에 출시한 GV80은 3.0ℓ의 디젤 모델이다. 4년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축적된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인과 기술이 집약됐다. 중형세단 ‘G70’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 오리지널 모델이기도 하다. 향후 2.5ℓ와 3.5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 매니저는 “지난해 GV80을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 럭셔리 SUV의 판매량이 2만 대를 넘어서지 못했다”며 “수입차 입장에선 아직 성능이 증명되지 않은 강적을 만난 셈”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제네시스 입장에선 판매량 외에 세계적인 브랜드와 대등한 성능 대결 등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다. 현대차 측이 밝힌 경쟁차종은 같은 준대형급인 BMW의 ‘X5’와 벤츠의 ‘GLE’. 우선 가격 면에선 6580만원부터 시작하는 GV80이 유리하다. 이번에 나온 디젤 모델의 경우 옵션을 추가하면 8000만원대로 올라선다. 그럼에도 GLE(9030만원), X5(1억20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아우디 Q7과 볼보 XC90이 8000만원대라는 것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는 “수입차와 비교해 제네시스가 월등한 건 역시 현대차의 판매망과 AS”라며 “여타 수입차에 비해 수리와 관리가 싸고 편하다는 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은 말한다. “앞으로 두 줄의 램프디자인은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강력한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이 센터장은 출시 현장에서 연신 V자를 그려댔다. 그의 V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겠지만 디자인 면에선 GV80 전면의 헤드램프를 가리킨다.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한 전면 디자인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대형 크레스트 그릴과 쿼드램프가 장착됐다.
여기에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지-매트릭스(G-Matrix)를 라디에이터 그릴 문양뿐만 아니라 헤드·리어 램프, 전용 휠, 내장 등 곳곳에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옆면은 쿼드램프에서 시작해 앞문 상단과 뒷문 후면부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포물선(파라볼릭 라인)으로 차체의 볼륨과 역동성을 강조했다. 덕분에 전장 4945㎜, 전폭 1975㎜, 전고 1715㎜의 대형 SUV지만 쿠페의 날렵한 이미지도 갖추고 있다.
실내는 현대차 ‘그랜저’의 내부처럼 첫 인상이 깔끔하고 우아하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송풍구 디자인과 센터페시아의 버튼, 스티어링 휠 등은 그동안의 제네시스 모델에선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다. 센터 콘솔에는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을 얹어놓은 것 같은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가 자리했다. 전체적인 이미지가 고급스러운데, 일례로 문손잡이 안쪽에 부드러운 소재를 입힌 것이나 앞좌석 센터콘솔 하단에 가죽을 더해 무릎이 닿더라도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게 한 것 등 나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차체 외장와 내장의 컬러가 다양해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외장은 총 11가지·내장은 5가지 컬러를 조합할 수 있는데, 특히 무광의 외장 컬러가 눈에 띄었다.
좌석의 질도 럭셔리 SUV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GV80의 운전석에는 등, 옆구리, 엉덩이 등에 7개의 공기주머니를 활용해 주행 시 안정감을 제공한다. 주행모드를 Comfort에서 Sport로 바꾸면 좌석이 알아서 옆구리 공기주머니를 부풀려 상체를 꽉 잡아준다. 뒷좌석에도 좌석 전동 조절과 통풍 기능이 탑재됐다.(출시 행사 현장에 5인승과 함께 7인승도 전시돼 있어 확인해보니 7인승 3열 시트는 공간이 다소 좁고 낮아 성인이 앉기엔 부담스러웠다.)
이상엽 디자인센터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4년의 기다림에 대한 대답을 GV80에서 찾고자 한다”며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도착점이 아닌 또 다른 출발을 위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Check 3 직접 타보니 탁월한 반자율주행
150㎞/h에도 흔들림 없어
GV80은 직렬 6기통 3.0ℓ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0㎏f·m의 성능을 갖췄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1.8㎞. 구동방식은 후륜구동 기반의 AWD(상시 4륜구동)다. 출시행사 후 GV80을 타고 도로 위에 섰다. 시승할 코스는 일산 킨텍스부터 인천 송도에 자리한 경원재 호텔까지 왕복 70㎞ 구간. 좌석에 앉으니 우선 조용하다. 세계 최초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을 적용했다는데, 고속 구간에서 100㎞/h 이상 속도를 높여도 대화를 나누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은 실내로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차량에 따라 속도를 올리면 차체가 떨리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러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150㎞/h로 높여봤지만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차량 내 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공기청정 모드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공기청정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따로 갖출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차체에 적용된 능동 안전 기반의 자율주행기술은 그야말로 신통방통했다. 방향 지시등을 조작하면 차량 스스로 차로를 변경한다든지(고속도로 주행보조Ⅱ), 뒷차가 다가오면 차 스스로 제어한다든지(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계기판의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다 바로 경고음을 내보내는(운전자 주의 경고) 기술은 꽤나 유용했다. 차선변경 보조 기능을 사용하려면 몇 가지 제어가 선행돼야 하는데, 우선 고속도로 주행보조II로 주행 중 차선유지 보조와 차선이탈 경고 기능이 활성화돼야 하고 속도도 60㎞/h 이상이어야 한다. 이 상황에 방향지시등을 올리거나 내리면 차가 안전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난 뒤 스스로 차선을 이동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방향지시등을 켜자 차 스스로 차선을 변경했다. 국내는 자율주행 레벨2(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부분 자율주행. 올해 7월부터 국내에서 레벨3 자율주행이 허용된다.) 수준까지만 허용하다보니 운전자 개입이 있어야만 차선 변경이 이뤄지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속도다. 운전자가 직접 차선을 옮기는 게 훨씬 빠르다.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운전자 스타일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주목해야 할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바탕이 된 지능형 항속기술인데, 운전자의 주행성향을 스스로 학습해 비슷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아쉽게도 이 기능은 직접 체험할 수 없었다. 단 몇 시간의 주행만으론 차량이 인식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석 계기판의 중앙에 ‘AR내비게이션’이 표시되는데,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면 길 안내를 하며 실제 주행영상을 3D 형식으로 구현한다. 내차를 중심으로 옆 차선에 차가 지나가면 AR내비게이션에도 똑같은 코스와 위치로 지나가는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의 주조작부에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라 불리는 동그란 조작계가 자리했다. 손글씨를 인식한다는 게 여타 모델과 다른 부분.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전화번호를 입력할 때 유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