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타는 회장님?
세계 최대의 자동차그룹으로 불리는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그는 최근까지 폭스바겐에서 출시한 골프 GTE를 직접 운전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부가티,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에 이르기까지 초호화 럭셔리카가 즐비했지만, 새롭게 출시한 차량의 장단점을 살펴보기 위해 골프를 선택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움직이는 10대 자동차 메이커들의 수장은 과연 어떤 차를 탈까. 대부분이 검은색의 크고 웅장한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을 타고 출근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의외로 소형차나 중형세단을 애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10대 자동차 메이커 수장들이 타는 자동차에 대해 알아봤다.
新車만 타는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폭스바겐은 그야말로 자동차 왕국이다. 독일 국민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 부가티, 벤틀리, 람보르기니, 세아트, 포르쉐에 이르기까지 26개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폭스바겐을 이끄는 이는 바로 마틴 빈터콘 회장이다.
1947년 독일 레온베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를 거쳐 폭스바겐에 안착했다. 그는 폭스바겐에서 출시되는 모든 차량을 1회 이상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도 폭스바겐이 새롭게 선보인 골프 GTE를 직접 운전하며 출근했을 정도다. 골프 이전에는 신형 아우디 A8을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빈터콘 회장은 폭스바겐에서 출시되는 모든 신차를 다양하게 타본다”면서 “상황에 따라 각 브랜드에 맞는 차량을 타는 경우도 있지만, 출시되기 직전 본인이 신차를 직접 몰아보며 개선점을 건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빈터콘 회장의 애마였던 골프 GTE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의 애마는 7-series
BMW그룹의 사령탑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은 자동차업계에서 전략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원가절감을 위한 자동차 부품 모듈화에 적극 나서며 현재의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하며, BMW그룹을 자동차업계의 리더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기 과정에서는 효율성을 높이는 조직 통폐합에도 성과를 거두며 실력을 갖춘 CEO로 불린다.
1956년생인 라이트호퍼 회장은 독일 뮌헨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생산공학,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1987년 BMW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기술담당 이사와 미국 법인 대표, 그룹 임원을 거쳐 2006년 9월 BMW그룹의 정상에 올라섰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자신의 애마로 BMW그룹의 주력인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7-series를 타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라이트호퍼 사장의 7-series는 라인업 중 최고급 모델인 760Li(리무진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760Li은 가격만 3억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이다. 국내에는 스페셜 에디션인 인디비주얼 모델만 판매 중이다. 6000cc급 가솔린 엔진에서 뿜어지는 폭발적인 성능을 가졌지만, 내부는 상당히 조용하다. 특히 롤스로이스 급의 인테리어와 VIP를 위한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다.
캐딜락과 카마로 번갈아 타는 메리 바라 GM 총괄 부사장
글로벌 자동차기업 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업계 최초로 자동차업계의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업계에서 ‘Car Girl(자동차에 빠진 여성)’로 불릴 만큼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바라 회장은 아버지에 이어 GM그룹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 폰티악(Pontiac)에서 GM과 인연을 시작한 그녀는 생산 관련 임원,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의 공장장, 글로벌 생산기술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GM의 글로벌 인사(HR) 부사장도 거쳤다. 2011년 2월에는 GM의 수석 부사장을 역임했고, 2013년 8월에는 GM 글로벌 제품개발 및 구매 총괄 부사장에 임명돼 일하다, GM의 최고사령관으로 선임됐다. 1961년생인 메리 바라 회장은 케터링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1990년 스탠퍼드 비즈니스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GM에 따르면 바라 회장이 출퇴근에 이용하는 차는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캐딜락 올-뉴 CTS’다. 하지만 세단보다 스포츠카를 더 좋아해 집에서는 쉐보레 카마로를 직접 운전하며, 콜벳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급 수제차 ‘센추리’ 타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
도요타그룹을 이끄는 이는 창업자 가문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그룹의 세운 도요타 기이치로 창업주의 손자이자, 게이단렌(일본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도요타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00년 도요타 이사를 거쳐 2002년 상무, 2003년 전무를 지냈고, 2005년 부사장에 올랐다. 아키오 사장은 이후 미국에서 발생했던 리콜 사태를 수습한 뒤, 도요타그룹을 다시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으로 부흥시켰다. 도요타는 글로벌 리콜 사태 이후 막대한 손해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5조6919억엔(약 256조32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국도요타에 따르면 위기의 도요타를 구해낸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 최고급 세단인 ‘센추리’를 애마로 사용하고 있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센추리는 1967년 첫선을 보였으며,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황실의 전용 의전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5m가 넘는 긴 차체에 5000cc 가솔린엔진을 사용하는 센추리는 최고출력 280마력의 힘을 낸다. 일본 현지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페라리 타려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회장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페라리, 마세라티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은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14세에 캐나다로 이민간 뒤 토론토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윈저대학 MBA를 거쳐 세계 최대 인증업체인 SGS그룹 CEO를 지냈다. 업계에서 ‘하드워커(Hard Worker)’로 잘 알려진 마르치오네 회장은 유럽과 미국을 번갈아 가는 ‘대륙경영’을 하고 있다. 특히 그룹 내 계열사의 공장이나 현장, 신차 발표회 등에 불쑥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그는 그룹 내 다양한 차량들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할 때는 크라이슬러의 ‘300C’를 이용하지만, 유럽으로 건너오면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 피아트의 차량을 번갈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페라리를 이끌던 몬테제몰로 회장의 사임으로 페라리의 경영까지 챙기게 되면서 마르치오네 회장이 앞으로 페라리의 신차들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클래스에서 마이바흐 부활 꿈꾸는 디터 체제 다임러 회장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의 디터 체제 회장은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인 S클래스를 자신의 애마로 사용한다. 디터 체제 회장의 S클래스는 최고급 형인 S600 Long로 알려졌다. 6000cc급 엔진이 장착되는 이 모델의 가격은 2억6900만원으로 최고의 승차감과 안락감이 특징이다.
독일 파데본대학 공학박사를 받을 정도로 기술을 중시하는 디터 체제 회장은 1976년 벤츠의 연구원으로 입사하며 삼각별의 일원이 됐다. 이후 임원과 크라이슬러 대표를 거쳐 2006년 회장에 선임됐다. 그는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처럼 회사 산하의 여러 차종들을 직접 운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든 차량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터 체제 회장의 현재 애마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다임러가 자랑하는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이다.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애마로 가장 많은 선택을 할 만큼 탁월한 성능과 안락함, 그리고 남다른 존재감을 갖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에 빠진 이토 다카노부 혼다 사장
‘기술의 혼다’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혼다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 하지만 혼다는 외관을 바꾼 신차 대신 차세대 자동차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가 혼다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혼다의 이토 다카노부 사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 등 앞으로 상용화될 새로운 차종들에 연구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차세대 피트가 대표적이다. 피트는 가솔린 모델을 비롯해 하이브리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엔진을 사용한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이토 사장은 혼다가 준비하고 있는 신차들을 점검차원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의 혼다인 만큼 완벽한 신차를 출시하기 위해 직접 운전하고 타본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공식행사에는 주로 혼다와 아큐라의 플래그십 세단을 이용한다.
K9에서 제네시스로 옮겨 탄 정몽구 현대차 회장
글로벌 자동차업계들을 긴장시키며 세계 5대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산하의 현대차와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을 번갈아 탄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에쿠스를 주로 이용했던 정 회장은 지난해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을 주로 이용했다. 올해 초에는 다시 현대차가 선보인 ‘제네시스’를 타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기아차의 ‘올뉴 카니발’을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차의 다양한 차량들을 이용하는 것은 바로 검증과 세일즈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인 오너인 만큼 자신의 회사가 만든 차를 타면서 혹시 모를 불편사항이나 차량의 문제를 점검하려는 게 첫 번째 목적이라며, 일거수일투족이 집중되는 재계의 큰 어른인 만큼 타는 차에 대한 관심도 높기 때문에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그때 달라요” 마크 힐즈 포드 회장
미국 최고의 자동차그룹으로 불리는 포드-링컨그룹은 지난 7월 새로운 CEO가 선임됐다. 금융위기 당시 어려움에 처했던 포드-링컨그룹을 이끌어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마크 힐즈 회장이 새로운 CEO에 선임됐다. 25년간 자동차업계에서 일한 힐즈 회장은 2010년 금융위기 당시 포드 북미영업부를 흑자전환하며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미국 3대 자동차그룹이었던 GM그룹과 크라이슬러그룹은 미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포드-링컨그룹은 금융위기를 자력으로 버텨내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포드세일즈코리아에 따르면 힐즈 신임 회장은 포드와 링컨의 플래그십 세단을 번갈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컨 MKS’를 주로 이용하지만, 때때로 ‘포드 토러스’를 타고 출근한다고 밝혔다. 이중 링컨의 플래그십 세단인 MKS는 링컨 특유의 날개모양 프런트그릴이 눈길을 끄는 대형세단이다. 육중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지만, 다이내믹한 디자인의 날렵한 캐릭터라인도 가진 링컨의 대표모델이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지만 2.0L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해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르노·닛산 번갈아 타는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구조조정의 마술사’ ‘리얼 코스모폴리탄’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수장인 카를로스 곤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풍운아다.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성장하다 16세에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5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전략가다. 30세라는 어린 나이에 미쉐린타이어의 남미사업 CEO에 올라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사업부를 2년 만에 흑자전환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곤 회장은 르노그룹 부사장으로 일하던 1999년에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일본의 닛산자동차를 인수하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위기의 닛산을 다시 살려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곤 회장은 르노삼성에서 수출하는 모델인 ‘SM7’(수출명 탈리스만)과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인 ‘Q70’, 그리고 르노그룹의 신차들을 번갈아 애용하고 있다. 이중 SM7는 지난 9월 풀체인지급 수준의 새로운 신차가 출시됐다. 닛산의 VQ엔진과 르노의 디자인과 그리고 한국의 기술력을 만들어진 SM7은 차분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중후한 주행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