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미디 영화 ‘오스틴 파워’(1999)에는 신장이 1m가 채 안되는 ‘미니-미(Mini-Me)’라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어린 꼬마의 몸을 한 성인남자의 언밸런스한 행동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손가락 두개를 폈다 접었다 하면서 ‘미니-미’라고 말하는 그의 행동이 당시 크게 유행했다. 영화에서 ‘미니-미’는 주인공의 복제된 작은 인간으로 묘사된다.
아동복 마켓에서 ‘미니-미’ 열풍이 거세다. 오스틴 파워의 미니미 인간처럼,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부모와 자녀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스타일을 내는 걸 말한다.
국내에 ‘미니-미’아동복 유행이 전파된 데는 미국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트 홈스의 외동딸 수리 크루즈(8세)가 한몫했다.
할리우드 스타의 패셔니스타 아들 딸
아기 때부터 수많은 대중매체의 집중 조명을 받아 온 수리는 매번 어른 옷을 축소한 듯한 세련된 차림으로 화제에 올랐다. 레드 카펫에 서도 무색할 정도로 예쁘고 화려한 드레스와 구두, 거기에 앙증맞게 세트로 맞춘 핸드백까지 성인 패션 유행에 부합하는 세련된 옷차림을 선보였다. 이처럼 성인복의 축소판인 수리의 옷차림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녀를 패셔니스타로 만드는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또 이들의 ‘미니-미’패션이 인터넷 매체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디자이너인 아내 빅토리아 베컴은 세 아들과 외동딸을 대동하고 나설 때마다 ‘일상이 화보’인 듯 화려한 패밀리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아들 로메오 베컴은 성인용과 같은 디자인의 버버리 코트를 입고 실제 화보를 찍기도 했다.
미국 상류층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녀에게 입히던 ‘미니-미’스타일이 국내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풍의 세련된 디자인과 색감을 자랑하는 고가 명품 유아복인 자카디와 봉뿌앙이 대표적이다. 고소영 전도연 등 유명 연예인들이 단골고객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성인 브랜드의 키즈 라인인 랄프로렌 키즈, 버버리 키즈, 펜디 키즈 등도 부모와 함께 연출하는 ‘미니-미’패션에 제격인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고가의 명품 브랜드에 국한되었던 ‘미니-미’패션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아빠! 어디가?><슈퍼맨이 돌아왔다><붕어빵>과 같이 연예인 부모와 자녀가 함께 출연한 TV프로그램의 영향도 크다.
한 아동복업체 관계자는 “아동복은 방송에 노출될 기회가 흔치 않은데 부모와 어린이가 모두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시청률이 올라가면서 스타 자녀들에게 협찬하려는 브랜드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니미룩 인기에 성인 브랜드의 아동라인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최근 3개월 매출을 살펴보면, 아동·유아 전체 상품군의 매출은 주춤하고 있지만, 성인 브랜드의 아동라인 브랜드들은 매출이 늘었다. 닥스키즈, MLB키즈, 랄프로렌칠드런 등 성인 브랜드의 아동 라인인 패밀리 브랜드들은 몇 년 새 두 자릿수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작년 아동복 매출 20% 이상 증가
패션 쇼핑몰 아이스타일24는 아동복 의류 2013년 매출이 재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가운데, 성인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수입 브랜드의 매출은 100%를 뛰어넘었다. 잘 팔린 아이템은 주로 어른 옷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이 가미된 제품들이다. 청바지와 티셔츠는 물론 기능성이 강조된 패딩까지 다양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신을 수 있는 모카신이나 양털부츠 등도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잦은 폭설과 혹한이 이어지면서 형형색색 레인부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스타일24 관계자는 “귀엽고 예쁘기만한 아동복 패션은 이미 오래 전 얘기”라며 “성인 옷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의류와 액세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에는 새롭게 ‘미니-미’트렌드에 부합하는 아동 라인을 신규로 론칭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헤리토리는 조카와 함께 입는 커플룩을 콘셉트로 ‘다람쥐 티셔츠’의 미니미룩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클로는 대표 제품 ‘히트텍’을 성인용부터 유아용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내놨다.
부모의 스타일을 꼭 빼닮은 ‘미니미 룩’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얼리도 키즈 컬렉션이 나왔다. 제이에스티나는 2010년 키즈컬렉션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아이와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고픈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피겨 퀸’ 김연아가 착용하면서 ‘김연아 주얼리’로 알려진 이 브랜드는 같은 디자인으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목걸이와 귀고리 등 액세서리를 어린이용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어른들의 패션 트렌드를 흉내내는 ‘어덜키즈’ 문화가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제이에스티나 키즈 컬렉션으로 할리우드 스타처럼 아이와 트렌드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미’유행 이끄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웃도어 업계가 ‘미니-미’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자녀에게 나와 똑같은 옷을 입히기를 원하는 30~40대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키즈 아웃도어 의류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2007년 업계 최초로 키즈라인을 론칭한 ‘노스페이스’는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이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는 ‘미니미’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성인 제품의 기능성 소재와 디자인, 색상을 그대로 적용했다.
일반 아동용 바람막이 재킷 등에 비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야외활동 시에 패밀리 룩을 선호하는 젊은 엄마 아빠들의 관심이 높다. ‘아이더’는 지난해부터 키즈라인을 더욱 확장해 패밀리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일수와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성인용 다운 재킷 ‘울란’의 아동용 버전인 ‘범블비’는 베스트셀러 시즌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네파’ 키즈라인도 매년 20% 이상 신장하는 추세다.
‘블랙야크’는 2011년 키즈라인을 첫 출시한 이후 1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키즈 관련 물량을 매년 3~4배까지 늘리고 있다. 스타일도 방풍 재킷, 판초 스타일 우의, 야크 뿔 형상 후드티 등 부모와 커플로 연출 가능한 것 위주로 만든다.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유아동 전문 제로투세븐에서 전개하는 ‘섀르반’은 유아동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다. ‘섀르반’은 4~12세를 타깃으로 하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브랜드로, 아웃도어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