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도 달려있지 않고 손잡이도 없는 명품 브랜드의 여행용 가방은 운전기사, 도어맨, 개인용 제트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아이템이다. 안목과 품위를 드러내는 여행용 가방은 진정한 럭셔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예전부터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하이엔드 피플을 대상으로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며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 중 ‘가방’은 명품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새내기 직장인도 스타일이 다른 명품 가방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 가방은 얘기가 다르다. 대부분 여행 가방을 선택할 때 실용성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진정한 럭셔리 피플은 여행 가방의 최고 덕목으로 실용성을 꼽지 않는다.
‘럭셔리’라는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아이템
루이비통 스페셜 오더 트렁크.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 하우스 바로 밑에는 유명한 ‘발렉스트라’라는 명품 브랜드가 있다. 최근 국내에선 장동건과 고소영이 공항 패션으로 발렉스트라 가방을 들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단순한 여행용 옷 가방 중 제일 싼 것이 약 5000달러다. 발렉스트라 여행 가방의 특징은 바퀴가 달려있지 않다는 점이다. 끈도 없고 손잡이도 없다. 아이보리 등 밝은 색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일반 항공기 짐칸에 넣었다간 쉽게 긁히고 더러워지기 십상이다. 발렉스트라의 여행 가방은 개인전용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상위 고객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제품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디자인을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루이비통’ 역시 ‘클래식 트렁크’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클래식 트렁크는 루이비통의 로고 패턴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바퀴가 달려 있지 않은 여행 가방이다. 이 가방 또한 진정한 하이엔드라면 운전기사와 도어맨, 벨보이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명품 브랜드의 여행 가방은 럭셔리가 지니고 있는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여행 가방 디자인을 통해 보통 사람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럭셔리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전 시대의 왕족과 귀족은 물론, 현대에 이르러서는 CEO 혹은 품격을 아는 비즈니스맨, 젯셋족(1년 내내 비행기나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들)들에게 자신의 품위와 안목을 드러내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꼽히는 이유다.
명품 브랜드 가운데 하이 포지션을 자랑하는 ‘에르메스’ 역시 상위 0.005%를 위한 여행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트래블 라인 가운데 에르메스의 대표 아이템으로는 ‘포부르 익스프레스(Faubourg Express) 러기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베이지와 블랙 컬러가 어우러진 컬러 배합과 세련되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은 에르메스의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담고 있다. 멋스러운 외관뿐 아니라 가방의 내부에는 스트랩이 달려 있어 내용물의 정리를 돕고 헤링본 캔버스 소재의 커버가 운송시 외부 충격으로부터 가방을 보호해준다. 포부르 익스프레스 러기지 시리즈는 에르메스 초창기에 제작된 여행용 케이스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실용성과 편의성을 더한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럭셔리 여행 가방의 대명사 ‘투미’의 이번 봄여름 컬렉션은 비즈니스맨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할 정도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제품들이 많다. 특히 투미는 비즈니스맨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을 둔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투미의 대표적인 알파(Alpha) 컬렉션의 경우 ‘컴패니언 토트(Companion Tote)’와 ‘디럭스 캐리온 사첼(Deluxe Carry-On Satchel)’ 등 새로운 모델들이 추가됐다. 셀러브리티의 공항 패션이나 포멀한 출장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활동적인 남성들을 위한 ‘브라보(Bravo) 컬렉션’은 천연 목화 섬유로 만들어진 견고한 면 캔버스 소재를 사용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불러버드(Boulevard) 컬렉션’은 통가죽으로 된 디자인이 매우 독특해 보이고 테그리스라는 초경량 강화 소재를 사용해 개발된 ‘테그라 라이트(Tegra-Lite) 러기지’는 투미만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투미의 스테디셀러인 ‘악센트 유어 알파(Accent Your Alpha)’ 프로그램 역시 차별화된 서비스로 비즈니스맨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6가지 컬러 중 원하는 컬러를 선택하면 가죽 패치에 고객이 원하는 영문을 새겨준다. 또한 가방 후크와 지퍼 등의 컬러를 바꿀 수 있어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여행 가방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다. 다른 여행 가방들 사이에서 쉽게 자신의 가방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다.
가볍고 튼튼해진 다양한 소재들
리모아 살사 에어 시리즈.
론카토 우노시리즈.
론카토 우노시리즈
독일 명품 여행 가방 브랜드인 ‘리모아’는 영화 <다이하드4>에 등장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가방 안에 폭탄이 터져도 리모아 가방의 외관은 거의 손상되지 않는다. 리모아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소재 때문이다. 리모아 캐리어는 바닷 속에 넣어도 상어가 물었을 때 절대 외관이 깨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대통령 차량의 방탄유리로 쓰이는 최첨단 소재다.
리모아에는 많은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는데 살사 에어는 기존의 살사 시리즈 중에도 가장 가벼운 라인이다. 성인 남성의 경우 새끼손가락만으로도 가뿐하게 여행 가방을 들 수 있다. 소재뿐 아니라 실버 컬러와 모던한 느낌의 외관이 잘 어우러져 슈트에도 잘 어울리는 가방이다.
폴리카보이네트 소재로 만들어진 명품 가방으로는 이탈리아 브랜드 ‘론카토’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 론칭한 ‘론카토 우노’는 1960년대 ‘지오바니 론카토’가 만들어 현재 전 세계 52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론카토 우노’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가방 윗면, 사이드면, 아랫면에 각각 손잡이가 있어 양손으로 들기가 매우 수월하다. 지퍼가 아닌 3개의 탈착식 잠금장치가 있어 도난과 파손의 위험을 줄였다.
특히 ‘론카토 우노’ 시리즈는 BMW, 폭스바겐, 페라리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람베르토 안젤리니’가 디자인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컬러 역시 블랙, 레드, 핑크, 바이올렛 등 12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선택의 폭도 넓다.
이외에도 젊은 직장인들에게 어울리는 감각적인 제품으로는 ‘제이폴드’ 여행용 가방도 인기다. 서울은 물론이고 뉴욕, LA, 파리, 도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세련된 제품으로 명성이 높다. 이 제품은 명품이되 비싸지 않다.
그래서 신세대들의 품격 욕구와 과시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제품이다. 미국 맨해튼에 본사가 있는 제이폴드는 현재 생산되는 여행 가방 중 가장 고급 재질을 사용한다. 이 제품은 미국 아폴로 계획에서 월면활동을 실시한 비행사의 우주모에도 사용돼 세계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비비드한 컬러로 유명한 ‘만다리나덕’에서는 비즈니스 여행 라인인 ‘워크-뉴’ 제품을 출시한 바 있는데 소프트터치 원단인 나일론과 폴리에스터가 결합된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강도를 살렸다. 또한 오로비앙코에서 선보인 레더 소재의 트렁크백은 슈트나 중요한 서류를 보관하기에 용이하도록 디자인됐다. 칸막이, 수납공간 등이 실용적으로 나눠져 있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행 가방이라고 해서 꼭 블랙이나 모노톤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스타일리시하고 비비드한 컬러 선택으로 산뜻한 기분을 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여행 가방이 꼭 필요하다. 빼곡한 스케줄 리스트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자신의 품격을 보여주는 여행 가방을 통해 출발할 때만큼은 여행 떠나듯 기분 좋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 아이템이 주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