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UV의 트렌드 중 하나는 ‘쿠페형 SUV’다. 지붕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와 SUV가 결합된 스타일인데, 측면 라인이 유려한 쿠페 디자인을 SUV에 녹여 오프로드보다 도심 주행이 월등히 많은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BMW에선 SAC(Sport Activity Coupe)란 명칭으로 차별화할 만큼 공들이는 분야이기도 한데, ‘X6’는 바로 그 SAC의 선두주자격인 모델이다. 부분변경된 ‘X6 xDrive40i M Spt LCI’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구간 약 250여㎞를 주행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첫인상은 듬직하다. 그렇다고 몸집(전장 4960㎜, 전고 1700㎜)이 과하게 크거나 부담스럽진 않다. 오히려 같은 급의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전고 4995㎜, 전고 1750㎜)의 덩치가 훨씬 더 커 보이는 데, 이건 쿠페형 SUV와 기존 SUV의 디자인 차이에 기인한다. 그만큼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C-필러와 루프 라인, 작아지는 차창 디자인이 스타일리시하다. 후면부의 두툼한 트렁크 라인과 수평형 테일램프, 투톤 컬러의 범퍼도 꽤 조화롭다. 무엇보다 전면부 디자인이 강렬한데, 이전보다 얇아진 헤드라이트와 키드니그릴이 날렵한 인상을 완성했다면 그 아래를 받쳐주는 수직형 에이커튼과 하단부 공기흡입구는 격투기 선수의 단단한 어깨근육처럼 다부진 느낌이다.
실내는 꽤 간결하다.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듯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버튼을 최소화했다. 대시보드에 자리한 12.3인치의 디지털 계기판과 14.9인치의 컨트롤 디스플레이도 직관적이다. 조금 과장하면 웬만한 태블릿PC보다 낫다. 센터페시아에 마련된 커다란 컵홀터가 냉·온장 기능을 제공하고, 전자식 변속 레버 옆에 자리한 버튼으로 주행모드(스포츠, 컴포트, 에코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등 배려가 돋보이는 편의사양도 볼거리. 꽤 공간이 넓은 2열 좌석과 골프백 4개 정도는 거뜬해 보이는 트렁크 공간(기본 580ℓ, 2열 폴딩 시 1525ℓ)도 자랑거리다.
시승차량은 ‘X6 xDrive40i M Spt LCI’.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이전 세대보다 최대출력이 41마력 높아진 381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동을 켜면 생각보다 조용하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 덕분인데,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꽤 조용히 출발하고 멈춘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선택하면 계기판이 붉은 컬러로 바뀌며 달릴 준비를 마친다. 살짝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으르렁대며 튀어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인 제로백이 4.3초에 불과하다는데,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스포츠모드를 선택한 후 가속하자 몸이 뒤로 밀리며 앞서 나갔다.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비롯한 편의 기능도 꽤 고사양이다. 스톱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 등을 담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차량 밖에서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주차와 제어가 가능한 파킹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전부 기본 장착됐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