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30대 미혼 남성 김 모 씨(32)는 올해 초 마곡에 공급된 최초 민간아파트 ‘마곡 힐스테이트 마스터’에 청약했다. 집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새 아파트 분양이 봇물 터지듯 넘쳐나는 걸 보면서 청약 통장을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해 마곡에 거주할 생각이 아닌 투자 목적이었다. 청약 가점 점수가 낮아 비록 떨어졌지만 청약 통장을 처음 꺼내 보며 아파트 청약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이참에 다른 아파트 청약에 도전해 내 집을 마련해볼까 고민 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되살아나더니 올해에는 완연한 봄기운이 맴돌고 있다. 만성적인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 일부가 아파트 매매로 전환하거나 청약으로 눈길을 돌리며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마곡, 위례 등 인기 지역에서는 분양가에 웃돈(프리미엄)이 1억원 안팎 붙기도 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첫 민간분양 아파트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549가구)만 해도 프리미엄이 1억~1억3000만원까지 붙었지만 급매물을 제외하곤 매물 품귀현상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견본주택도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 견본주택에는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2만50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3월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1.75%로 전격 인하하면서 잠자던 자금 일부가 아파트 청약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며 청약 불씨를 댕기고 있다. 청약 훈풍을 타고 건설사들이 4월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3월 11일 기준)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33만815가구)보다 8.65% 증가한 35만9415가구에 달한다.
4월에만 5만가구 이상이 쏟아진다. 이는 지난해 4월(3만4741가구)보다 40%가량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로는 경기도(2만1190가구) 분양물량이 4월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다. 서울시(7162가구)와 경상남도(3697가구), 충청남도(2941가구), 세종시(2531가구), 경상북도(2185가구)에서도 분양물량이 대거 공급된다.
‘일석이조’ 더블생활권 분양단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기존 인프라와 새롭게 조성되는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이른바 ‘더블생활권’ 분양단지를 공략해 볼 만하다. 더블생활권 단지는 행정구역상으로는 나뉘어졌지만 경계 지점이나 인접지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하고 지역 간 시너지 효과 등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하면서 최적의 주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나 부산, 경기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지역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지역생활권을 통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인프라 공유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된 더블생활권 단지들은 청약성적이 우수했다. KT&G와 GS건설이 지난해 12월 공급한 ‘대구역센트럴자이’의 경우 평균 61 대 1, 최고 86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마감됐다. 1호선 대구역과 3호선 달성공원역(예정)의 더블역세권의 옛 전매청 자리에 위치해 도심인 동성로권과 대구의 대표 신흥주거지인 침산생활권의 교육·문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4월에도 더블생활권 단지들이 대기 중이다. SK건설이 동탄신도시와 수원 영통의 생활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신동탄에서 ‘신동탄 SK VIEW park 2차(신동탄 SK뷰파크 2차)’를 선보인다. 신동탄은 동탄신도시와 경계에 있는 화성시 반월동과 기산동 일대 반월·기산택지개발지구를 말한다. 동탄신도시와 ‘수원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영통지구 사이에 위치해 생활·교육 인프라를 양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동탄신도시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계에 있어 사실상 동탄생활권이나 다름없다. 이 단지는 경기 화성시 기산2지구에 총 1196가구로 구성됐다. 면적도 전용 59㎡·84㎡로 설계돼 최근 실수요자들로부터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 공급된다. 2012년에 공급돼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된 1차(1967가구)와 함께 3000가구가 넘는 ‘SK 뷰(VIEW)’ 브랜드타운을 형성한다.
지방에도 더블생활권의 풍부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단지들이 새 주인을 맞이할 채비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전라북도 군산시 미장지구 A1-1BL에 ‘군산 미장2차 아이파크’를 선보인다. 지하 1층~지상 25층, 7개동, 전용면적 74㎡·101㎡, 540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이 단지는 미장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진포중, 서흥중, 중앙여고, 군산고 등 여러 학교시설이 단지 반경 3㎞ 내외에 인접해 있다. 단지 옆 경포천을 경계로 수송지구와 마주해 있다. 즉 미장지구의 쾌적한 주거문화환경과 수송공원, 롯데마트 등 도심에 위치한 수송지구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배후수요 풍부한 혁신도시·산업단지 주변
혁신도시나 대기업 혹은 대규모 산업단지 주변에 분양하는 단지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일 경우 특히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내 분양 단지를 유망 지역으로 꼽는다. 인구 유입이 많고 상권이나 교육 여건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발달돼 배후수요가 풍부해서다.
정부는 강원도 원주, 경북 김천, 경남 진주, 대구, 부산, 울산, 전남 나주, 전북 전주·완주, 제주 서귀포, 충북 진천·음성 등 전국 10개 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 중이다. 지난해 혁신도시 분양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무난했다.
지난해 5월 대구혁신도시에서 분양된 ‘서한이다음 4차’는 전 타입 1순위에서 마감됐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 분양된 ‘중흥 S클래스 센트럴 1·2차’도 1순위에서 전 주택형이 청약 마감됐다.
현대건설이 감계지구 4블록 15로트에 4월 분양하는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는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 등과 가깝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는 두산중공업, LG전자, 삼성테크윈, 현대위아 등 약 40개의 대기업과 2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들어서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는 외국인단독투자, 합작투자, 내국인업체 등 90여 사가 입주해 있는 국가산업단지다.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는 지하 2층, 지상 최고 25층, 11개동, 전용면적 59~101㎡ 총 836가구로 구성된다.
대림산업이 충남 보령시 동대동 187의 2 일대에 선보이는 ‘e편한세상 보령’도 주포농공단지와 고정·영보 국가산업단지 등 산업단지와 가깝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9개동, 전용면적 73㎡·84㎡ 총 677가구로 구성됐다. e편한세상 보령은 지역 최초의 대형 건설회사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강 생활 혹은 단일평형만으로 구성된 기타 단지
한강을 품은 프리미엄 주거벨트로 조성되는 단지도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하남 현안2지구 C-1블록에 ‘하남 유니온시티 에일린의 뜰’을 공급한다. 이 단지는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면적 74~84㎡의 중소형, 총 754가구로 조성된다.
단지 바로 앞에 유니온파크와 덕풍천·한강 산책로·검단산 등이 있어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유니온파크 옆으로는 대형 복합쇼핑몰 유니온스퀘어가 2016년 완공을 앞두고 있어 생활인프라가 우수하다. 단일평형만으로 구성된 단지도 있다. 건설사들이 수요가 탄탄한 평형만을 공급해 미분양 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아주택산업이 김포시 양촌읍에 공급하는 ‘한강신도시모아엘가’(508가구, 전용 59㎡), 한국토지신탁이 선보이는 양양군 양양읍 ‘양양코아루’(170가구, 전용 73㎡), 전주시 동산동에 들어서는 ‘전주동산동골드클래스’(310가구, 전용 84㎡)가 대표적이다.
고양 원흥지구 첫 민간 분양단지인 ‘고양 원흥 호반베르디움’도 있다. 호반건설이 공급하는 이 단지는 전용면적 69·84㎡, 총 967가구로 구성됐다. 제2자유로, 외곽순환도로, 1번 국도, 강변북로 등의 진출입이 용이하다. 원흥~강매 간 도로와 백석~신사 간 도로도 개통 예정이라 교통여건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3호선 원흥역과 경의선 강매역 이용도 가능하다. 단지 바로 앞에는 이케아 고양점이 개점 예정으로 생활 인프라도 뛰어나다.
청약제도 바뀌었다는데 유의사항은
지난 2월 27일부터 수도권 청약통장 가입자도 가입한 지 1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게 됐다. 그동안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이 돼야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수도권 청약시장의 문턱을 낮춰 당장 수도권에서만 220만명의 청약 1순위자가 새로 추가되면서 청약경쟁은 지금보다 과열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인기 지역 분양가는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매입하기보다는 청약통장을 활용해 신규 분양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현명하다.
다만 새로 1순위 자격을 얻었다고 ‘묻지마 청약’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분양가가 아파트가치·시세 등에 비해 비싸게 나오는 지역도 있다”며 “입지가 안 좋은데 비싸면 입주할 때 프리미엄은커녕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도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분양가가 적정 수준인지 파악하려면 현장에 직접 가서 주변 아파트·최근 그 지역에 분양한 아파트의 실거래가격과 비교해봐야 한다”며 “각 지역 인터넷 카페 등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유주택자 감점제가 폐지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청약 전략도 종전과 다른 방식에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 무주택자들은 내년까지 가점제가 의무 적용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유주택자는 102·135㎡ 이상 중대형 주택을 공략해볼 수 있다.
10년 내 최대 분양물량 쏟아진다 - 정진건 기자
올해 주택 분양물량은 최근 10년내 최대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이 2003년 수준인 35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난 3월 16일 리포트를 통해 밝혔다. 박형렬 대우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전 전국 주택 분양물량이 최대를 기록한 것은 2003년의 35만5000가구였으며 2007년까지 평균 30만가구 수준을 유지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증가에 따른 사업계획 축소와 신규 PF 중단에 따라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17만3000가구까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11년 이후 지방의 주택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분양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수도권 지역도 분양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2014년 주택 총 분양물량은 33만4000가구였고 올해는 35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대형 건설업체의 2015년 주택 공급 계획 물량은 과거 최대였던 2007년 6만9000가구의 두 배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사가 연초 발표한 계획을 기준으로 볼 때 이들 대형 건설업체의 공급물량은 13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집계됐으며, 일부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가감하더라도 11만가구 수준은 될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분양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임대가격 상승은 지속되고 있으며, 미분양 감소가 신규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공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례적으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미분양은 감소하는 것은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입주 가능한 아파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최근 주택 공급 물량이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박 애널리스트는 “분양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의 개선과 미분양 해소에 따른 비용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건설업체들의 주택부문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