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를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VVIP를 고객으로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 소득 상위 1%인 VVIP,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소비 성향을 보일까. 왜 기업들은 그들을 잡기 위해 애쓰는 것일까. 그들을 위한 차별화 마케팅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 VVIP 마케팅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 주'
상위 1% 슈퍼리치
2011년 대한민국의 VVIP는 누구일까? 정치·경제·문화·스포츠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VVIP들을 말하는 걸까?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VVIP라는 용어 자체가 주로 마케팅 관점에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의 소득 상위 1% 내외의 최상위 부자들을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2009년 기준 대한민국 소득 상위 1%는 연봉 기준으로 1억5486만원이 넘는 16만 가구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상위 20% 고객에 집중하는 VIP 마케팅을 뛰어넘어 최상위 1%나 0.1% 이내에 드는 특급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VVIP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불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매출과 수익 공헌도가 높은 것은 물론 모방심리에 의한 소비 확산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득 상위 1% 내외의 최상위 부자들이 VVIP
그렇다면 대부분 업종과 기업 입장에서 대한민국 소득 상위 1% 내외에 드는 사람이 모두 VVIP 고객일까? 이 역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 외에도 외국인들을 목표 VVIP 고객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들이 그렇고, 파라다이스나 세븐 럭 같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이나 카지노 외에도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집은 전세를 살면서도 특정 승용차나 오토바이 등 특정 브랜드는 꼭 사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나 자신은 중산층이지만 자녀에게 지출되는 돈은 아끼지 않고 쓰는 소비계층 모두 이들 기업에는 VVIP 고객인 경우가 많다.
VVIP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 백화점의 경우 VVIP 고객의 연령대는 40대와 50대 초반이 많은 편이고 재벌그룹 회장 부인, 기업인, 연예인, 유명 스포츠 스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그 배우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백화점마다 약간 다르지만 보통 3대7 정도다. 은행이나 증권, 카드사 등 금융사들 역시 백화점과 비슷하지만 소득 기준보다 부동산 부자,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 등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VVIP 고객 예우를 해주고 있다.
VVIP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 첫째, 아침형 인간에다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으며 숫자와 원가 개념이 철저하다. 수표 발행시나 환전시 수수료가 부과되면 1000~2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깎아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백화점의 캐쉬백 프로그램 같은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반인들보다 더 챙기고 자신에게 손해다 싶으면 어김없이 항의한다. 가족 외식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허름한 맛집에서 하는 등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 많다.
둘째,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시 한다. 이 때문에 식사도 절제하는 이들이 많고 채식주의자도 많은 편이다. 담배 또한 피지 않고 독한 술과 과음도 삼가는 편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몸에 밴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끊임없이 연구한다. VVIP들은 정말 빈틈이 없고,모르는 것을 알려고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넷째,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하고 결혼도 비슷한 가문끼리 한다. 은행이나 백화점, 명품업체들은 그래서 VVIP만을 위해 종합자산관리, 상속 및 증여 전략, 절세 전략 같은 강좌를 비롯해 갤러리 투어, 와인 선상 파티, 뮤지컬 공연, 심지어 커플 매칭 이벤트 등 독특하고 새로운 주제의 교양 행사를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다섯째,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소양이 뛰어난 편이며 자선, 봉사활동 등 사회에 기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다르게 VVIP 중에는 이런 사람이 꽤 많다.
여섯째, 자부심이 대단하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VVIP는 예외일 수 있겠지만 자수성가한 VVIP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런 성공 경험은 그들로 하여금 강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아침형 인간에다 근검절약 정신 투철
VVIP들의 소비 및 투자 성향도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선 VVIP들은 공통적으로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리고 가격보다 자신의 가치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VVIP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제품이나 브랜드만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수천만원짜리 모피 코트를 주저 없이 사기도 하지만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에는 단돈 몇천원도 쓰지 않는다. 트렌드나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자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즉 본인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자신의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브랜드라면 어마어마한 고가라도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연다. 그런가 하면 짝퉁이 많은 브랜드를 아주 싫어하는 편이다.
VVIP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VVIP만을 위해 특별한 공간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세금에 민감한 것도 특징이다. VVIP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세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먼저 고려한다. 상속세, 증여세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성향이나 패턴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등 VVIP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기를 원한다.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들에게도 자신이 뭘 샀는지 숨기려 한다. 그래서 백화점에 기사 없이 자가운전으로 오거나 리무진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한다. 수백만원짜리 옷을 산 뒤 명품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을 버리고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고객도 있다.
전담 직원과 대면을 통한 1대1 상담을 선호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VVIP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디지털식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얼굴을 맞대는 아날로그식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이런 방식이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더 존중된다고 믿기도 한다.
VVIP 고객들은 일반 고객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편이다. 금융권 PB들에 따르면 속된 말로 성질이 더럽다거나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거나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VVIP 마케터들이 지켜야 할 불문율 중 하나가 ‘어떤 경우라도 고객보다 더 많이 아는 체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성동 고객경영연구소 소장·<부자DNA> <VIP마케팅 불변의 법칙> 저자]
VVIP만을 위한 차별화 마케팅
부자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 VVIP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문화적 경향으로 받아들이며 마케팅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들을 타깃 고객으로 하는 고급화 전략이 모든 업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전체 고객 중 1~5%를 차지하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마케팅은 럭셔리 브랜드와 프라이빗 뱅킹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백화점, 금융권은 물론 건설업계, 자동차업계, 골프업계, 신용카드업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VVIP라는 말을 꽤 자주 듣는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아파트, 주유소, 심지어 산후조리원도 차별적인 고급화 전략으로 VVIP들을 공략하고 있다. 소비 유연성이 높고 경기를 타지 않는 소비가 뚜렷한 계층이지만 정작 이들에게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기존 마케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왜냐하면 기존 마케팅은 근본적으로 VVIP들의 속성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VVIP 마케팅에서는 소량 생산, 가치 경쟁, 유통을 제한한다.
기존 마케팅으로는 VVIP에게 접근하기 어려워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아트리움
VVIP들을 고객으로 삼으려는 브랜드들은 과연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으며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2000년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VVIP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마케터들의 연구와 활동이 있었고,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 사례가 있었다.
VVIP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 중 쉽게 떠오르는 사례를 들어보자. 백화점의 경우 VIP 특별룸 운영, 전용 쇼핑도우미제도, 유명 골프선수와의 라운딩 기회 제공, 고객 방문을 통한 맞춤옷 서비스,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색조 화장품 개발, 최상류층 전용 카드 출시 등을 들 수 있다. 특별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단편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보이기 쉬우나 그 이면에는 VVIP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커뮤니케이션 관리, 사회적인 가치 측정 등 좀 더 복잡한 활동이 연계돼 있다. 여기서는 VVIP들을 충족시키는 가치를 중심으로 VVIP 마케팅의 특징을 얘기해 보겠다.
전체 고객의 1~5%를 차지하는 이 시장의 규모는 어찌 보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VVIP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려면 먼저 규모의 경제 개념을 버려야 한다. 같은 비용으로 최대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수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므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한 단계 앞서 필요를 창출해야 한다. 이 시장은 어떻게 보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결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자동화된 시스템보다 인적 요소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특징도 있다.
VVIP들은 소비하면서 격을 따지고 상품과 부가적인 서비스를 넘어 오감이 어우러지는 총체적인 체험을 원한다. 그러다 보니 생산 과정, 소비 과정마저도 상품의 일부가 돼버렸다.
샴페인이 여기에 가장 알맞은 예가 될 것이다. 샴페인은 포도를 재배하는 나무의 수령, 포도밭의 토양, 기후 등을 바탕으로 자라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고 리들링(와인을 샴페인으로 만들기 위해 2차 발효를 시키는 과정)하는 등 생산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한편 샴페인을 마시는 의식, 즉 병의 레이블을 고객에게 보이고 멋진 ‘퐁’ 소리와 함께 마개를 따며 테이블의 호스트에게 테이스팅을 하도록 권한 후 다른 고객들의 잔을 채우는 의식을 거행한다.
샴페인은 그냥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이렇게 복잡한 의식을 거치는 소비를 하면서 사람들은 가치를 느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에는 따기 힘든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류 마개, 깨지기 쉬운 병 대신 팩 포장을 할 수 있을지라도 그런 기술을 대중적인 와인에만 사용할 뿐이다. 어찌 보면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신의 물방울의 그 가치를 음미하며 마시라는 의미인 것 같다.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는 어떨까? 자동차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도 고객들이 인정할 가치가 있을까? 이런 이유로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와 장인정신을 얘기해 생산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소비할 때의 심리적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한정품을 내고 유명인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왕 혹은 여왕이 타는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를 내가 사용한다면?
뚜렷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VVIP는 상품의 기본적인 기능에 앞서 이러한 부가적인 가치에 대해 더 많이 인정한다. VVIP 마케팅에서 무엇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뚜렷한 가치의 제공이다. 제품의 기본적인 기능에 대한 사용 가치는 기본이고 샴페인에서 보듯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과 그들이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과 소비의 가치 외에 또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사회적 가치와 심리적 가치다. 대부분 VVIP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있다. 그 지위에 합당한, 즉 일반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나타내 줄 수 있고 본인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VVIP 마케팅이 초청에 의해서만 회원등록을 할 수 있거나 회비(가격)를 높게 책정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매장을 늘리지 않아(유통의 제한) 일부러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게 하고 때때로 한정품을 발매한다. 또 그들만의 행사를 진행한 후 기사화해 행사에 초청된 사람들에게 심리적 가치를 선사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마케팅활동이 VVIP들에게는 심리적인 가치를 느끼게 해야 하고 동시에 일반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도 알 수 있게 여러 채널을 통해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것이 VVIP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양면적 모습이다. 얼마만큼 오픈하고 얼마만큼 가릴지, 그 날카로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예를 들어 너무나 대중적이라고 VVIP들이 느끼면) VVIP들은 어느새 떠나 있을 것이다.
구매생활에서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지만 구매한 상품으로 인해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심리적 가치가 더 크다면 그것을 마다할 VVIP가 있을까. 예를 들어 시계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가치(아, 나는 역시 엘리트니까 이걸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사회적 가치(저 사람이 사용하는 시계를 보니 엘리트 계층이군)는 그가 지불한 경제적인 가치보다 커야 한다. VVIP들이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브랜드의 자동차, 구두, 핸드백, 보석, 시계, 양복의 멋진 실루엣, 즉 브랜드의 대표적인 아이콘과 이미지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생산에 대한 가치, 소비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치, 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 로고와 디자인 요소가 주는 사회적·심리적 가치가 VVIP 마케팅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격이다. 가격을 높이는 것은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며, 높은 가격과 함께 동반되는 부가가치(소비 가치, 사회적 가치)가 없다면 VVIP들에게 뚜렷한 가치 인식을 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VVIP들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고급 브랜드의 타깃 고객군이다. 고급 아파트 단지 우편함을 상상해 보라. 백화점지, 은행 PB지, 럭셔리 회원지 등 한 가구에서 받는 무료 월간지만 해도 5개는 훌쩍 넘는다. 자동차, 보석, 자녀 유학, 재테크, 호텔 피트니스 클럽 등 수많은 정보를 담은 잡지들 중에 그들이 관심 있게 열어볼 잡지는 무엇일까? 물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가 가장 주된 결정적 요소지만, 모든 잡지가 기본적으로 나름대로 가치 있는 정보를 담고 내용에 충실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시간상 그 모든 잡지를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가장 읽기 편해 보이는 잡지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바로 정성과 디테일이라는 VVIP 마케팅의 핵심이 숨어 있다. 봉투는 우편 배송되는 동안 오염되지 않았는지, 쉽게 열리는지, 내 이름이 간결하게 쓰여 있는지… 이러한 디테일에 들인 정성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VVIP 마케팅의 핵심은 정성과 디테일
세계지식포럼 ‘명품시계전’
사람이면 누구나 일반 대중이건 VVIP건 자신에게 진정성과 정성을 다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다. 특히 VVIP들은 그들을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폐쇄적이며 까다롭고 자기중심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순간적인 친절보다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서 성공한 사례가 많은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VVIP들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로 하여금 브랜드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 VVIP에게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자동차가 줄 수 있는 기술적 기능, 안정성, 편안함은 기본으로 제공해야 하는 직접적인 혜택이다. 이런 혜택에 대해 고객은 이미 가격이라는 형태로 보상하기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고객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의무, 즉 빚이 있다. 이 빚을 갚기 위해 브랜드들은 고객에게 제품 이외의 다른 혜택을 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내 브랜드를 찾아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는 노력은 선물이 될 수도 있고, 할인 혜택이 될 수도 있고, 쿠폰을 발행해 다른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발 더 앞서 생각해 보자. 물질적인 혜택은 곧 또 다른 약속이 되어 사람들은 그런 선물과 할인 혜택을 당연시하게 된다.
자부심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VVIP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다음에는 자신들을 위한 특별한 무엇을 더욱 바라게 된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마음의 빚을 청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질만으로 의무를 청산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반대로 비물질적인 것, 인간적인 것, 맞춤 서비스, 감동을 주는 작고 세세한 일에 관심을 쏟는 것이 빚을 혜택의 단계로 전화하는 길이다. 나를 기억하고 인사해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했다가 찾아서 권해주는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한 대리운전기사의 서비스에 감동받은 이야기를 해줬다. 대기업 임원인 그는 모임이 늦게 끝나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대리기사를 청했다. 대리기사들은 말끔한 복장으로 직원들의 차를 길가에 한 줄로 대기시켜 놓고 있었고, 미리 연락받은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놓은 채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VVIP에게는 물질적인 혜택보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한 명의 고객만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될 때 고객 자신이 브랜드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진정한 고객이 될 수 있다.
지겨운 샴푸 시간을 특별한 두피 마사지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은 헤어 스타일리스트, 왼손잡이 고객을 위해 찻잔의 손잡이를 돌려놓은 웨이트리스…. 이러한 디테일과 정성이 VVIP를 감동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것들만이 경쟁사와 뚜렷한 차별을 만들 수 있고 경쟁자가 절대로 뒤쫓아 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 핵심이다.
고객과의 관계 가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1대1 맞춤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희소가치로 전환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흔하지 않은 것,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귀한 것이라는 가치는 한정품 생산, 컨시어지 서비스, 맞춤서비스를 통해 VVIP들에게 전달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가치는 브랜드 가치다. VVIP를 타깃 고객으로 한다면 항상 고객 위주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지만 때로는 고객을 이끌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만 찾아 자료를 분석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제안과 정보를 줘야 하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회공헌, 문화행사,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행사에 참여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 모든 가치는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노력해야 이룰 수 있다. 탄탄한 브랜드야말로 어떤 VVIP도 외면할 수 없는 소비적·사회적·심리적·고객 관계적·희소적인 가치를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보민 서울럭셔리비즈니스인스티튜트 강사]
“항심(恒心)을 가지고 정직하게 대하라”
2007년 에이플러스에셋을 설립해 3년 만에 회사를 종합자산관리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올려놓은 곽근호 대표는 VVIP·부자마케팅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일찍부터 VVIP·부자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던 곽 대표는 1982년 삼성생명에 입사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갔다.
VVIP·부자마케팅이 낯설었던 시절부터 곽 대표는 이 부분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보험영업맨’ 출신으로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에이플러스에셋이 단기간에 업계에서 자리매김한 것도 곽 대표의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은 주위 분들이 도와준 덕택”이라며 지인들과 고객들에게 공을 돌렸다.
곽 대표는 부자마케팅과 관련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말 <부자마케팅으로 승부하라>(한스미디어)는 책도 발간했다. 이론과 실전이 겸비된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VVIP마케팅과 관련, 곽 대표의 생각과 자세를 들어보았다.
부자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1982년부터 보험업계에 종사해왔다. 처음 일을 시작하다가 운 좋게도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고객을 알게 됐고, 그 분 덕에 지금의 ‘부자마케팅’이라고 하는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막연히 ‘상품을 구매해 주는 사람이 부자라면…’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한 명의 부자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자가 아닌 분들을 한순간도 소홀히 한 적 없다고 자부한다. 고객을 향한 마음에 변화와 차별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부자인가.
수치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에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사람들은 2000여명이다. 또 300억~1000억원을 보유한 사람은 약 2만명, 100억~300억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약 8만명, 20억~1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약 25만명이다. 이들을 흔한 말로 ‘부자’라고 일컬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돈만 많다고 무조건 ‘부자’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소양도 갖춰야 한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부자들의 특성을 말한다면 무엇인가.
먼저 부자라고 하면 경계심을 갖고 수상쩍은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스스로 땀 흘려 정직하게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거나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자들은 과거 얘기다. 오늘날 부자들은 자수성가형도 많고 우직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투자건 구매건 간에 오늘날 부자들은 나름대로 세워놓은 원칙과 기본에서 어긋나는 법이 거의 없다. 가령 꼭 필요한 것이라면 값이 얼마든 간에 사고, 필요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헐값이라고 해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또 투자에서는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신중하고 과감하게 하지만 자신의 투자성향은 끝까지 지킨다. 때를 기다릴 줄 알고 정보를 매우 중시한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들은 무엇인가.
부자들에게는 건강도 주요 관심사항이지만 그보다는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 증여·상속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편법적으로 상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신이 일궈놓은 부를 자식들에게 평온하게 상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부자들은 사회공헌이나 기부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각 기업들이 갈수록 VVIP나 부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것에 더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 자산이 20억원 이상인 사람들의 수치는 앞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로 따져봤을 때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어마어마하다. 다른 분야는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금융업이나 보험업계만 따져 봐도 상위 15%가 은행의 경우 전체 매출의 85%를, 생명보험의 경우 67%를 차지한다. 비단 금융업과 보험업뿐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더 많이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욱 세심하게 관리할 것이다. 다만 정서상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만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다. 서민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기업이 튼튼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VVIP·부자들은 자신들만의 연대의식, 인맥을 형성하기를 원하고 있나.
물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이 VVIP와 부자만을 위한 파티를 연다든가 세미나를 개최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VVIP·부자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분기 행사처럼 진행하고 있다. VVIP 골프마케팅과 세미나 개최가 대표적이다. 유명 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또 자문단을 구성해 명예직을 수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케팅은 단순히 기존 고객을 관리한다는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해온다면 회사로서는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출간한 계기는.
원래는 내부 임직원들의 사내교육용으로 작게 시작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일종의 지침서 같은 것이 필요할 것 같아 그동안 실전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내 직원들에게 VVIP·부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방법을 전수하려 했던 것이다. 하다 보니 일이 커졌다. 책으로 출간하자는 주위 권유도 있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분량이 커진 것이다. 쉴 틈 없이 일하는 가운데서도 짬짬이 시간을 냈다. VVIP·부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술적인 요소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VVIP·부자들과 대화하고 함께 하려면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내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실력은 물론이고 자세와 태도,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출간하고 나서 보니 ‘너무 급하게 출간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몇 가지 핵심 내용을 빼먹은 것 같다.
빠뜨린 핵심내용을 소개해 줄 수 있나.
그냥 경험했던 것 중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생생하게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여 달라.
VVIP·부자마케팅을 해오면서 힘들었던 경험은 없나.
고객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자산관리를 아무리 잘했어도, 재산을 증식해 주거나 노후준비를 철저히 해주었어도 단 한 번 실수하면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믿고 맡겼는데 지금까지 속은 것이냐’며 경악하는 고객을 대할 때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들도 고객이다. 충분히 설득하고 더 충실히 안내하는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리 직원들은 물론 VVIP·부자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쉽게 말해 ‘고객만족경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록 힘들고 괴롭지만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VVIP·부자마케팅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여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은 정직해야 한다. VVIP·부자들에게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정직이다. 진실, 진정성, 열정, 신뢰… 이런 요소들이 모두 정직과 연결된다. 하나의 상품을 제시할 때 그 상품의 단점까지 모두 공개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 같은 종류의 다른 회사 상품도 충분히 비교 검토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안 좋은 부분들을 감추거나 혹은 안 좋은 부분에 대해서 전혀 공부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부분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다. 나중에 VVIP·부자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그 타격은 상상조차 힘들다.
그 한 사람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상품을 판매한다면 당장 이득은 취할 수 있을망정 결국에는 망할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려고 하면 망하게 마련이고 돈을 조금 벌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접근한다면 분명 흥할 것이다. 그렇게 솔직하게 접근해야만 부자들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 그들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을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처음 대면하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을 갖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접근하고 싶다면 뼛속 깊이 정직해야 한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 해당하는 자세지만 다른 업계에 적용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VVIP·부자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거듭 말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정직하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그렇게 마케팅 하는 것이 최선이기도 하다.
실력은 기본이다. 항심(恒心)을 지니고, 솔직하고 바르게, 진실되게 접근해야 한다.
에이플러스에셋 직원들이 전화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호(2011년 0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