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 부촌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는 어떤 모델일까. <매경LUXMEN>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성남 분당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인천 연수구(송도), 울산 동구 등 전국 8개 지역의 베스트셀링카(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를 집계했다. <매경LUXMEN>에서만 단독으로 공개하는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동차 선호도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량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국 8개 지역 부촌에 등록된 신차는 총 6만 2242대로 집계됐다. 그중 국산차는 3만 4714대, 수입차는 2만 7528대로 두 부문의 차이는 7186대에 불과했다. 국산차 부문에선 지난해 수위에 오른 현대차 ‘그랜저’(2378대)의 아성을 ‘싼타페’(2454대)가 무너뜨렸다. 이러한 경향은 같은 기간 전국 판매량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디 올 뉴 싼타페’는 5번의 진화를 거친 5세대 싼타페다. 출시 당시 <매경LUXMEN>과의 인터뷰에서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공간을 최대한 넓히고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비례와 균형에 가장 충실한 차”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마따나 신형 싼타페는 쾌적한 실내 공간과 골프가방 4개, 보스턴 가방 4개를 싣고도 넉넉한 트렁크(725ℓ) 공간이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 함께 출시되며 선택지를 넓힌 점, 전반적인 가격대가 그랜저보다 낮게 책정된 것도 1위에 오른 배경이 됐다.
수입차 부문에선 BMW의 ‘5시리즈’(2704대)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벤츠의 ‘E클래스’(1869대)와 1, 2위 경합을 벌인 5시리즈는 올해 무려 800여 대 이상 앞서나가며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1972년에 첫선을 보인 5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약 800만 대 이상 판매된 BMW의 주력 차종이다. 지난해 10월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 모델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까지 갖춰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BMW의 4분기 신차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신차 효과를 발판으로 2년 연속 국내수입차시장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BMW는 현재(2024년 1~8월) 총 4만 7390대를 판매하며 2위인 메르세데스-벤츠(3만9666대)에 약 5% 앞선 상황이다. BMW는 올 4분기에 중형 SUV ‘X3’ 풀체인지 모델과 중형 세단 ‘3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아파트가 가장 비싼 지역은 어느 곳일까. 최근 발표된 부동산R114의 보고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410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96만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가 7774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강남구(7375만원)와 송파구(5575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른바 강남3구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어떤 모델일까.
3개 지역을 합산해 보면 제네시스의 ‘GV70’과 벤츠 ‘E클래스’가 수위에 올랐다. 구별로 국산차 부문을 살펴보면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제네시스 ‘GV70’ ‘G80’ ‘GV80’의 인기가 높았다. 송파구에선 현대차 ‘싼타페’ ‘쏘나타’ ‘그랜저’가 나란히 1, 2, 3위에 이름을 올리며 강세를 띠었다. 수입차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벤츠 ‘E클래스’의 뒤를 쫓는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의 선전이다. 강남3구 모두 3개 모델이 3위 안에 포진하며 기세를 올렸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 8월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 순위에서 BMW(4만7193대), 벤츠(3만9672대)에 이어 3위(2만2268대)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선 “모델 3의 부분변경 모델을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며 6000만원이 넘었던 미국산 구형 모델보다 가격을 약 1000만원 가량 낮춘 게 소비자에게 어필했다”고 분석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5.7%나 껑충 뛰어올랐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 했던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동의율 경쟁이 치열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선 제네시스와 테슬라가 수위에 올랐다. 자타공인 강남생활권인 분당의 자동차 선호도는 강남3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산차 부문은 ‘GV80’ ‘G80’ ‘그랜저가, 수입차는 ‘모델 Y’ ‘모델 3’ ‘E클래스’가 판매율을 높였다. 특히 전용 슈퍼차저와 테슬라 서비스센터가 몰려있어 여타 부촌 중 테슬라 차량의 판매량이 높았다.
반면 송도국제도시가 자리한 인천 연수구에선 수입차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모두 BMW그룹(BMW, MINI)이 독식했다. 1위에 오른 5시리즈의 판매량이 무려 1596대로 국산차 부문 1위에 오른 그랜저(439대)의 판매량을 월등히 앞섰다. 전국 부촌 8개 지역의 5시리즈 판매량을 합산하면 총 2704대. 이 중 약 60%가 연수구에서 팔린 셈이다. 한 수입 딜러사 임원은 “송도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센터가 지척”이라며 “업계 종사자들도 많지만 그만큼 차량 운행과 관련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판매량이 높다”고 전했다.
부산 해운대구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지역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 시간이 되면 맛집으로 소문난 1층 상가 도로변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수입차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부산 지역 최고의 학군지로 떠오르며 신흥 부촌에서 전통적인 부촌으로 이미지도 달라졌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강세를 보였던 포르쉐는 올해도 ‘카이엔’(1위, 363대) ‘파나메라’(3위, 166대) ‘911’(4위, 160대)을 순위에 올리며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대구 지하철 2호선과 동대구역환승센터등 대구의 교통 요지인 수성구는 대형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의 베스트셀링카는 ‘그랜저’와 ‘5시리즈’가 차지했다. 수입차 부문은 BMW와 렉서스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특히 두 브랜드의 준대형 테슬라 ‘모델3’ 과 대형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울산 동구는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국민연금 1인당 평균 수급액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시군구별 1인당 월지급액 평균’ 자료(올 5월 기준)에 따르면 울산 동구는 1인당 월 88만 4532원을 수령했다. 전국 평균(56만3679원)보다 약 32만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이 지역에 둥지를 튼 HD현대중공업이 큰 역할을 했다. 2위도 역시 울산이 차지했다. 현대차가 있는 울산 북구(81만9960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가장 많이 팔린 차 역시 ‘현대차그룹’의 브랜드다. ‘싼타페’(322대), ‘투싼’(197대), ‘쏘렌토’(153대), ‘그랜저’(129대)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수입차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1위부터 10위까지 총 판매량을 합산(79대)해도 국산차 10위를 차지한 ‘카니발’(86대)의 판매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