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 | 사상 첫 온라인 행사로 팬데믹 뉴노멀 제시… 똑똑한 재택 위한 스마트홈·디스플레이 기술 경쟁, 미래 모빌리티·지속가능 경영 청사진 공개 관심집중
박재영 기자
입력 : 2021.01.26 17:52:31
수정 : 2021.01.26 17:53:08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이 4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폐막했다. 지난 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올해 CES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54년 만에 최초로 100% 온라인 행사로 열렸다. ‘일상을 지키는 디지털’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촉발된 새로운 일상인 ‘뉴노멀(New Normal)’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CES 2021 행사에는 130여 개국에서 2000여 개 업체가 참여해 주최 측이 제시한 ‘All-Digital’ 콘셉트에 맞춰 첨단 기술·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홈’과 ‘모빌리티’ ‘디스플레이’ ‘지속가능 경영’ 등과 관련된 신기술과 신제품이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홈
CES 2021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분야는 ‘스마트홈’ 기술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의 영향으로 ‘가정’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단순히 집에 머무르는 절대적인 시간이 증가한 것이 아니다. 이제 가정은 여가는 물론 교육과 비즈니스 활동까지 이루어지는 복합 공간으로 변모했다. 올해 행사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앞다투어 똑똑하고 안전한 재택생활을 위한 기술과 제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스마트홈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일상’을 주제로 일상생활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신기술과 제품들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제트봇AI’는 청소 기능 강화와 함께 반려동물 상태 점검 등의 기능을 추가하며 CES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서비스 로봇인 ‘봇핸디’와 일정·건강관리를 해주는 ‘삼성봇 케어’도 관심을 끌었다. CES 2021을 통해 처음 공개된 봇핸디는 스스로 물체의 위치나 형태 등을 인식해 잡거나 옮길 수 있으며 식사 전 테이블 세팅과 식사 후 식기 정리 등 다양한 집안일을 돕는 데 유용한 미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또 삼성전자는 AI에 기반을 둔 맞춤형 서비스로 ‘스마트싱스 쿠킹’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식재료 구매에서부터 조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인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개인의 식습관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맞춤형 식단과 조리방법을 제공하고 필요한 식재료를 냉장고 스크린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직접 주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1분기 내 한국과 미국에 먼저 도입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플랫폼 구성에 집중했다. LG전자는 자사 지능형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씽큐(ThinQ)’ 앱을 한층 진화시켜 식품, 애프터서비스 등 다양한 연동 서비스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고객이 밀키트 포장에 있는 바코드를 LG 씽큐 앱으로 인식시키면 오븐이 알아서 최적의 조리 방법을 설정해주는 식이다. LG 씽큐 앱 안에서 직접 식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TV 역시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한 중요 요소로 부상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삼성 헬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스트레칭, 근력 운동,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종류의 고화질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용자가 ‘스마트 트레이너’ 기능을 통해 TV에 연결된 USB 카메라로 자신이 운동하는 모습을 비춰 보며 자세 정확도, 동작 횟수, 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는 CES 2021 온라인 개최에 맞춰 서울시 마곡 LG사이언스 연구개발(R&D)단지에 소규모 CES 쇼룸을 열고 집을 중심으로 업무·여가·헬스케어·교육 등 일상 전반이 꾸려지는 디지털 혁신을 소개했다. 침대와 55인치 투명 OLED를 결합한 ‘스마트베드’에서는 다양한 화면비로 투명 OLED를 작동시켜 날씨 정보를 확인하거나 TV 또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모빌리티
모빌리티 역시 올해 CES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CES 2021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플라잉카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갈 기술을 잇달아 선보였다. 당초 올해 CES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도요타, 혼다 등 한국과 일본의 완성차업체들과 다수의 중국 업체들까지 불참을 결정하면서 예년에 비해 시장의 관심은 떨어지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업체는 물론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래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메리 바라 회장은 CES 2021 기조연설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 규모를 270억달러(약 30조원)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GM의 미래 비전은 교통사고 제로, 탄소 배출 제로, 교통 체증 제로가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전동화”라고 말했다.
올해 CES에서 GM은 캐딜락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인 셀레스틱과 리릭, GMC 허머 EV 등을 공개했다. 셀레스틱은 대형 플래그십 세단, 리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며 허머 EV는 대형 픽업트럭이다. 이 전기차는 모두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 중인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GM은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중심으로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총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GM은 캐딜락 플라잉카 ‘브이톨(VTOL)’과 배송용 전기트럭 ‘브라이트 드롭’ 사업계획도 공개했다. ‘브이톨’은 수직 조명 신호, 넓은 유리 지붕, 생체 인식 센서를 탑재한 플라잉카다. 브라이트 드롭은 전기차를 통해 운송·물류 회사가 상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송하도록 돕는 사업 구조다. 이를 위해 GM은 ‘라스트마일’ 물류를 위한 보조 전기차량 EP1과 장거리 배송을 위한 경량 전기 상용차 EV600을 특별 제작하고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전기 세단 EQS에 탑재될 ‘MBUX 하이퍼스크린’을 최초로 공개했다. MUB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폭 141㎝의 화면에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표시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디스플레이다. 새로 도입된 ‘메르세데스 여행 지식(Mercedes Travel Knowledge)’ 기능은 운전자가 주행 중 ‘왼쪽에 있는 식당이 이름이 뭐야’ 등의 질문을 하면 디스플레이에 정보가 표시되며 음성 안내를 해준다. 또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학습해 놓았다가 중앙의 내비게이션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BMW도 CES 2021을 통해 차량 운영체제 ‘BMW iDrive’의 차세대 버전과 새로운 기능들을 소개했다. 차세대 iDrive는 주변 BMW 차량으로부터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받고 이를 운전자에게 알릴 수 있으며, 목적지 주변의 주차 공간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차량에 탑재된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할 뿐 아니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발전된 자동 주행과 주차 기능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BMW는 “차세대 BMW iDrive는 지능형 커넥티드 자동차의 잠재력을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고 아날로그 기술과 디지털 기술 사이의 공백을 매끄럽게 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iDrive는 올 하반기 출시할 전기차 BMW iX에 탑재될 예정이다. iX는 두 개의 모터로 구성된 496마력 파워유닛과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초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300마일(482㎞) 이상이다.
아우디는 미래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는 세션을 통해 차세대 순수 전기차 라인업의 첫 그란 투리스모 모델인 e-트론 GT 콘셉트를 소개했다. e-트론 GT는 포르쉐 스포츠카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다. 4륜 구동 방식을 적용한 4도어 쿠페 세단이며 ‘오버부스트’ 모드에서 640마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 모터가 탑재됐다. 또 공기역학을 최적화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됐으며, 알루미늄과 강철, 탄소섬유 등 경량화 소재가 활용됐다. 해당 모델은 지난 2018년 첫 공개 당시 영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타고 나와 관심을 받기도 했다.
BMW 차세대 디스플레이·운영체제 ‘BMW iDrive’
▶디스플레이
차세대 TV 시장을 주도할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 역시 이번 CES 2021에서 더욱 뜨거워졌다. TV 부문은 매년 CES에서도 ‘전시회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관심을 모으는 분야다. 당해 주력 제품군은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현주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TV 대형화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 LED TV를 110인치대 제품으로 출품했다.
마이크로 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무기화합물 LED 칩을 회로기판에 촘촘히 박아 만든 디스플레이다. 스스로 빛과 색을 내기 때문에 LCD TV처럼 빛을 쏘는 배면광(백라이트)이 필요 없으며 실제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화질을 낸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CES 2021에서 차세대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올레드 에보’를 처음 공개했다. 올레드 에보는 보다 정교한 파장의 빛을 내 기존 대비 선명한 화질을 표현하고 밝은 화면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분야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차세대 라인업인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다. 미니 LED TV는 광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 주변에 기존 대비 10분의 1 크기 이하로 축소한 100∼200㎛ 크기의 LED를 촘촘하게 넣어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삼성전자의 미니 LED TV인 ‘네오 QLED TV’는 기존 LED 소자 대비 40분의 1 크기인 ‘퀀텀 미니 LED’를 적용해 더 많은 소자를 배치했다. LG전자는 미니 LED TV ‘QNED’와 함께 OLED TV, 기존 프리미엄 LCD TV인 ‘LG 나노셀 TV’까지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차세대 TV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 네오 QLED는 신경망 16개로 구성된 학습형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입력되는 영상의 화질에 관계없이 8K와 4K 해상도를 각각 최고 수준으로 구현해준다. LG전자도 8K OLED TV에 전용 알파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삼성전자 승현준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콘퍼런스에서 ‘삼성봇™ 핸디’와 물컵을 주고 받는 시연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
올해 CES 2021에 참가한 기업들이 신기술 경쟁만큼 주목한 분야는 친환경 트렌드였다. 주요 기업들은 기자회견과 전시 동영상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변화와 계획을 소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 제품군에 적용된 에코패키지를 올해 모든 제품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코패키지는 TV 배송 박스에 업사이클링(쓸모없거나 버려지는 물건을 새로 디자인해 질적·환경적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재활용 방식)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박스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놀이터나 소형 가구로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TV 박스 1개로 1개의 소품을 만들면 1년에 1만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태양광 전지를 이용한 새 리모컨도 2021년형 QLED TV 전 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리모컨에 사용된 일회용 배터리는 쓰고 버려야 하고 환경오염의 우려까지 있었다. 그러나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리모컨은 일회용 배터리를 쓸 일이 없다. 삼성전자는 7년간 9900만개의 일회용 배터리를 절약할 수 있고 1만40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CES 기간 중 공개한 제품들에도 친환경 요소가 적용됐다. 2021년형 LG 올레드 TV는 스위스 인증기관 SGS로부터 ▲새집증후군 유발물질로 알려진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이 LCD 대비 절반 이하 ▲카드뮴, 인화인듐 등 국제암연구기관이 분류한 발암물질 포함 부품 미사용 ▲뛰어난 자원 효율성 등 친환경 요소를 두루 인증 받은 패널을 탑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CES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대규모 참관단을 구성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장동력발굴에 집중했다. 참관단에는 김준 총괄 사장을 비롯해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 노재석 SKIET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대거 포함됐다. 참관단은 이번 CES에서 회사가 목표한 파이낸셜 스토리 기반의 ESG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 E-모빌리티(E-Mobility)와 주요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직접 살펴봤다.
미스티 로보틱스의 지능형 로봇 ‘미스티(Misty)’
▶스마트폰
첨단 IT 기술 경쟁의 최전선인 스마트폰에서도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CES 2021 기간 중 갤럭시 언팩 2021 행사를 통해 갤럭시 S21을 선보였다. 예년보다 약 한 달 빨리 신제품을 공개하고 전작보다 가격도 낮추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차세대 야심작 롤러블폰의 영상을 공개했다. ‘LG 롤러블(LG Rollable)’은 세계 최초의 상용화 롤러블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프레스콘퍼런스를 통해 LG 롤러블이 펼쳐지고 말려 들어가는 실물 영상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LG 롤러블의 디스플레이가 평상시엔 6.8인치 크기에 1080×2428 화면비에, 이를 쭉 펼치면 7.4인치 크기에 1600×2428 화면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 부분이 가로로 늘어나는 방식이며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형태다. 제품은 올 상반기 내 출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