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의 변신은 무죄… 편의점, 매출 높은 떡볶이·어묵 상품군 재미·편의성 요소 더해 겨울 신제품 출시
강인선 기자
입력 : 2019.12.05 15:35:28
수정 : 2019.12.05 15:35:53
CU 탐앤탐스 떡볶이
▶고구마·밤 등 구황작물은
디저트·우유·원물 간식으로 변신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테이크아웃 잔. 플라스틱 뚜껑을 열면 커피 대신 붉은 국물에 몸을 담근 탱글탱글한 밀떡과 삶은 달걀이 들어있다. 편의점 CU가 ‘펀슈머(재미와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지난 10월 30일 내놓은 겨울 간식 ‘탐앤탐스 떡볶이’는 보는 순간 ‘피식’하면서도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지’ 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탐앤탐스 떡볶이는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몰래 먹기 챌린지’에서 태동했다. 한 인기 개그우먼이 라디오 공개방송 중 종이컵에 담긴 떡국을 커피처럼 먹는 모습이 이슈가 됐는데, 유튜버들이 이를 패러디한 콘텐츠를 재생산하면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무실에서 몰래 짜장면 먹기’, ‘새벽에 엄마 몰래 라면 먹기’ 등 몰래 먹기 콘텐츠에 활용하거나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주는 아이템으로 탐앤탐스 떡볶이는 개발됐다.
커피 잔을 열면 비닐에 포장된 국물 떡볶이가 나온다. 내용물을 컵 안에 붓고 적정선만큼 물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에 2분30초 돌리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분식집 스타일의 떡볶이가 완성된다. 컵 내부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소재로 특별 제작해 온기가 오래 간다는 설명이다.
탐앤탐스 떡볶이의 개발 스토리 뒤에는 재미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CU 관계자는 “재미를 좇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즐거움이 발생하느냐가 상품 흥행의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이들이 남긴 긍정적인 리뷰는 다른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편의점에서는 조리의 편의성을 앞세운 떡볶이 매출이 간편식 부문 전체 성적을 견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CU에 따르면 떡볶이 매출은 2017년 전년 동기 대비 22.1%, 2018년 10.8%에 이어 올해(1~9월)도 25.2% 상승했다.
GS25 고래사즉석컵어묵
▶커피처럼 마시는 떡볶이·어묵… 컵 속에 들어온 길거리 간식
GS25도 지난 9월 편의성을 강조한 ‘고래사즉석컵어묵’을 담백한 맛과 얼큰한 맛 2종으로 출시했다. 어묵 명가로 유명한 고래사어묵과 손잡고 개발한 제품이다. 명태·실꼬리돔 등 고급 연육을 일반 어묵에 비해 더 많이 넣어 깊은 풍미와 탱탱한 식감을 살렸고 어묵 국물은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만든 GS25 전용 육수를 사용했다. GS25가 무엇보다 강조한 부분은 편의성이다. 제품당 350g의 소용량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휴대가 쉽다. 자체 제작한 열탕기 거치대로 중탕한 뒤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성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고객 반응도 좋다. 고래사즉석컵어묵 2종은 출시 직후 초도 물량 10만 개가 완판되며 지난 9~10월 기준 즉석식품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고래사즉석컵어묵의 인기에 힘입어 즉석 어묵 카테고리 전체 매출도 신장했다. GS25가 지난 9월 19일부터 지난 11월 10일까지 매출을 분석했더니 이 카테고리 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7%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립호빵 요리형 3종
▶단호박크림치즈호빵, 짬뽕호빵… 호빵의 화려한 변신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간식 호빵은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변함없는 호빵 사랑뿐 아니라 매년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리고 있는 식품업계의 노력도 자리 잡고 있다. GS25에 따르면 호빵을 대표하는 단팥 호빵이 전체 호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4.2%에서 지난해 30.2%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만 놓고 봤을 때 전체 호빵 매출에서 단팥과 야채 등 기존 호빵이 차지한 비중은 36.6%에 불과했다. 호빵을 구매한 소비자 5명 중 3명은 색다른 맛의 ‘이색 호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SPC삼립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난 10월 ‘삼립호빵’ 24종을 출시했다. 기존 단팥·야채·피자 호빵 외에도 다양한 시즌 한정판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용으로도 손색없는 ‘요리형 호빵’이 가장 눈에 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과 협업해 내놓은 호빵 중에는 마라의 얼얼한 맛을 살린 ‘마라맛 호빵’, ‘양념치킨맛 호빵’, ‘갈비찜맛 호빵’ 등이 있다. 배민과 협업으로 탄생한 호빵 4종은 패키지에 배민 특유의 언어유희에서 착안한 ‘ㅎㅎ호빵’ 문구를 넣어 소비자들의 즐거움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호빵도 내놨다. 이천 쌀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이천쌀호빵’, 순창 고추장으로 볶은 소고기를 넣은 ‘순창고추장호빵’,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을 응용한 ‘씨앗호떡호빵’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사대용으로 삼아야 할 것만 같은 무거운 호빵만 출시한 것은 아니다. 연유와 단팥을 넣은 ‘연유단팥호빵’,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 ‘허쉬’와 협업한 ‘허쉬초코호빵’, 찹쌀떡을 넣은 ‘떡방아호빵’ 등도 있다. 요리형 호빵의 인기는 이커머스에서도 확인된다. 마켓컬리가 지난 10월 한 달간 찐빵류(호빵) 제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173%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최근 찐빵 트렌드는 단연 요리 찐빵”이라며 “전통적인 팥소를 품은 찐빵은 물론 다양한 재료를 넣어 이색적인 맛을 구현한 찐빵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팥소가 들어간 찐빵과 양념갈비·제육·짜장면 등 요리 맛을 재현한 찐빵의 지난 10월 매출 비중은 1대 4 정도로 집계됐다.
빙그레 호박고구마맛우유
▶디저트·우유·간식으로 다시 태어난 고구마
겨울만 되면 철제 원통에서 갓 구워져 나와 달콤하고 고소한 온기를 전하는 고구마도 올 겨울에는 색다른 옷을 입었다.
CU는 올해 날씨가 보다 빨리 추워짐에 따라 지난 9월 발 빠르게 겨울 간식 고구마를 활용한 디저트 제품을 출시했다. 2030 여성 고객들이 편의점 군고구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7%로 높다는 점에 감안해 이들이 선호하는 또 다른 상품군 디저트와 매치시켰다. 대표적 상품인 ‘구황작물 고구마빵’은 얇은 빵 안에 고구마 앙금을 채운 상품으로, 자색고구마를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출시 직후부터 SNS에서 이슈 상품이 됐다. 1500원으로 저렴한 가격 역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다. 이외에도 미니슈 안에 고구마 크림을 넣은 ‘꾸덕슈 고구마’, ‘고구마 미니케이크’, ‘고구마 티라미수’ 등 6종으로 디저트 라인업을 갖췄다.
올가 원물 간식
올 겨울에는 유업계와 고구마의 협업도 두드러진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호박고구마를 활용한 신제품 ‘서울우유 호박고구마 카톤 300’을 출시했다. 서울우유 1등급 A원유에 국내산 호박고구마 페이스트를 담은 제품으로, 고구마 라떼를 먹는 듯한 고소한 풍미가 특징이다.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 위해 패키지에도 군고구마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일러스트를 넣어 색다르게 꾸몄다. 빙그레도 지난 10월 말 ‘호박고구마맛우유’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의 시그니처 단지형 플라스틱 용기에 호박고구마 특유의 노란기 도는 색상이 비치는 것이 특징이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풍부한 데다 달콤한 맛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다고 알려진 만큼 겨울철 건강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서울우유 호박고구마에는 제6의 영양소로 불릴 정도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식이섬유가 3000㎎ 함유돼 있어 아침 대용식으로도 든든하게 즐길 수 있다”며 “호박고구마의 달달한 맛은 물론 영양까지 담아낸 제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구마·밤 등 겨울 제철 음식을 건강하게, 원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식품들도 출시됐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찌거나 말리는 등 단순 가공처리한 ‘원물 간식’ 형태로 출시되면서다.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는 지난 10월 말 국내산 원물만 활용한 간식 ‘찐밤 그대로’를 출시했다. ‘찐밤 그대로’는 충남 공주에서 생산한 밤을 주로 사용되는 화학적 방법이 아닌 사람이 직접 손으로 깐 것이 특징이다. 향이나 맛을 더하는 재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원물을 그대로 부드럽게 쪄내 어린이도 첨가물 걱정 없이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국내 원물 간식 시장은 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를 의미하는 ‘스낵킹’ 트렌드와 맞물려 지난해 기준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화되면서 프리미엄 원물 간식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마는 ‘고구마말랭이’ 형태의 원물 간식으로 출시돼 2~3년 전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어 왔다. 동원F&B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난 6월 국산 고구마로 만든 원물 간식 ‘저스트 큐브고구마’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