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오너 등 유명 기업인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국내에 들어올 때 개인 전용기(Private Jet)를 애용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입국하는 개인전용기 대수는 3대 정도다. 유명인들이 전용기를 타고 왔어도 국내에 들어올 때는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한 일반인들과 동일한 출입국장을 이용해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개인 전용기 전용 터미널이 없기 때문.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전망이다.
김포공항에 개인 전용기를 위한 활주로와 격납고 그리고 별도의 입출국 장소 등을 갖춘 전용기 전용 터미널이 개관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김포공항에 2983㎡ 규모의 여객터미널과 2만3693㎡ 크기의 격납고 등의 시설로 구성된 비즈니스항공센터가 개관한다. 여기에선 입출국 절차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운영은 한국공항공사 등이 맡는다.
▶걸프스트림, 한국서 첫 전용기 사업
국내 처음 전용기 전용 터미널이 생김에 따라, 개인 전용기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걸프스트림 전용기 국내 도입사인 듀발앤컴퍼니는 최근 한국에서 전용기 사업을 시작했다. 가평에 새로 문을 연 리조트 아난티 클럽을 운영하는 에머슨퍼시픽도 전용기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보잉에서 만드는 보잉 비즈니스 제트, 일명 BBJ와 함께 전 세계 전용기 마켓에서 양대 메이커로 불리는 걸프스트림은 올 하반기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지난해 자사 모델 ‘650 ER’기종을 시연하고 기자들에게 탑승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공개된 미끈한 외관을 갖춘 ‘650 ER’(대당 가격 6600만달러)은 실내에 최고급 가죽으로 된 좌석과 테이블, TV, 그리고 침대로 변형 가능한 소파까지 갖춘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호텔’을 연상시킨다. 이 전용기는 고도 3만 피트를 나는 일반 여객기보다 더 높은 5만~5만1000피트 상공을 날기 때문에 더 빠르고(최대 마하 0.9 운항) 기체 흔들림도 덜한 게 장점이다. 또 외부 환기 시스템을 갖춰 공기도 쾌적하다.
걸프스트림 관계자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논스톱으로 1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걸프스트림은 자사 전용기를 공동 소유로 팔거나 골프장 회원권처럼 분양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대당 판매가는 200억~750억원 선이지만 분양권 가격은 고급 골프클럽 회원권 가격 수준에 맞출 예정이다. 전용기 회원이 지인이나 파트너와 함께 전용기를 이용할 때는 만석 기준(14~18석)으로 1인당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요금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전용기 회원권은 고급 골프장 회원권 가격인 10억~15억원 선이 검토되고 있다. 회원권을 가진 기업이나 고객은 전용기 만석(14~18석) 기준 일반 여객기 일등석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 전용기 관리 및 지상 서비스는 세계적인 대형 자가 항공기 서비스 사업자인 에브제트(Avjet)의 국내 협력사 에브제트아시아(Avjet Asia)가 맡는다. 이 회사에서는 전용기 등록대행부터 비행기 보관 및 정비, 활주로 이용과 관련한 그라운드 핸들링 서비스 등 운항지원 서비스는 물론 조종사·승무원 관리와 해외 공항 이착륙 신고 및 공항 의전까지 일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리조트 아난티 클럽을 운영하는 에머슨퍼시픽도 전용기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지난해 12월 1806억원의 투자를 따낸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의 계열사인 민생국제통용항공과 협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 톈진 등 한국에서 2시간 이내 거리 슈퍼 리치 고객에게 전용기로 한국에 닿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용기 서비스 속속 도입하는 호텔·항공업계
항상 새롭고 남과 다른 럭셔리한 체험을 원하는 슈퍼리치 고객을 위해 호텔과 항공사 저마다 프라이빗한 전용기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최고급 호텔인 포시즌에서는 1인당 10만6000달러에 전용기로 전 세계 일주 여행을 제공하고 있다. 기내 전담 수석 셰프뿐만 아니라 무한으로 제공되는 돔 페리뇽 샴페인을 즐기며 여행자들은 각 항구에서 현지 전문가들의 가이드를 받고 현지인들만이 아는 핫 스팟을 독점으로 출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안내하며 새로운 럭셔리 여행을 제안해 남다른 체험을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경항공사 에티하드 항공은 A380의 전용 프라이빗 멀티룸 객실인 더 레지던스 이용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컨시어지 전문기업 텐 그룹과 업무 제휴를 했다. 런던 최고급 레스토랑 예약은 물론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이나 희귀한 블루 다이아몬드 구매까지, 고객의 수준 높은 요구 사항에 맞춰 3만5000피트 상공에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전용 헬리콥터 서비스(On-demand Helicopter Service)가 운용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해에서 우버(Uber)가 이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하면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용자의 항공편을 작성한 후, 300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6개의 좌석이 구비된 비행기를 전세기로 사용할 수 있다. 좌석별 575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면 커뮤니티 내에서 같이 이용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여 함께 탑승도 가능하다.
■ INTERVIEW | 심정훈 듀발앤컴퍼니 대표
전용기 터미널 구축이 기준점 될 것
보잉의 BBJ(보잉 비즈니스 제트)와 함께 양대 전용기 메이커인 걸프스트림이 국내 도입사인 듀발앤컴퍼니를 통해 최근 한국에서 전용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심정훈 듀발앤컴퍼니 대표를 만나 보았다. 그는 연세대 전파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벤처사업을 하다가 이번에 전용기 사업에 나서게 된 것. 다음은 일문일답.
▷전용기 하면 재벌 총수나 일부 인기 연예인 전유물이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국내에는 대기업이 8대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삼성은 대한항공에 전용기를 매각하기로 했지요. 이외에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전용기 서비스가 전부입니다.
▷사실상 국내에서 전용기 사업은 처음 시작하는 건데, 사업성은 있다고 보신 건가요.
이번 달 김포공항에 개관하는 전용기 터미널이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도 불과 10년 전에는 전용기가 1대도 없었지만 지금은 300여 대에 달합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도 몇 대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주로 금융회사들이 자산가들을 관리하기 위한 서비스 목적으로 구입합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수요가 충분히 있을 거라고 보고 있죠. 일례로 수입차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고객이 0.1%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마켓셰어가 25%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수입차는 아무리 비싼 차도 수억원대인데 반해 전용기는 수백억원대를 호가합니다. 기업 고객 이외에 개인 자산가들이 움직이기엔 부담스러울 듯한데요.
우선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프라이빗 제트기 가격대는 대당 200억~800억원에 달합니다. 대기업을 제외하면 기업고객들도 직접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러 기업이 공동 소유하거나 골프장 회원권처럼 분양할 예정입니다. 우선 올 하반기에 비행기 2대를 도입하고, 내년에 3대를 추가로 들여옵 겁니다. 둘 다 16인승으로 가격대는 각각 700억~800억원대입니다. 비행기 1대당 20구좌씩 분양권을 판매할 계획인데, 이미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해외출장이 잦은데, 그들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가치가 있지요. 하지만 대한항공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몇 대가 없을 뿐더러 일정이 겹쳐 예약을 잡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때 개인 전용기를 이용하면 4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애용할 수 있습니다.
▷전용기를 직접 구매했을 경우와 회원권을 분양받았을 때 차이에 대해.
보잉 프라이빗 제트를 10년간 직접 구매해 이용한다면 감가상각 850억원과 연간 운영비 60억원 등 모두 1450억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 멤버십으로 하면 회원권 구입에 200억원, 여기에 연간 운영비 43억원 정도로 10년 새 630억원의 비용이 나오죠. 정비 및 직접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사실 정비사나 조종사 관리가 무척 중요합니다.
▷개인 전용기 탑승 시 커머셜 에어라인과 비교했을 때 체감할 수 있는 차이점은.
전용기는 낮게 날든, 높게 날든 기압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일반 여객기는 높이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져 공기가 희박해지니까 몸이 팽창해 붓고 저리곤 합니다. 하지만 프라이빗 제트들은 공기를 외부로부터 들여와 계속 환기시키기 때문에 기압으로 인한 피로가 없지요. 덜 피곤하기 때문에 전용기 안에서 얼마든지 회의할 수 있고 바로 내려서 업무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돈보다 시간이 소중한 기업인들에겐 제격입니다.
▷국내에선 0.01% 상류층이 이용하는 초고가 전용기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직접 구매보다는 공동 소유나 분양권 판매를 실시하는 겁니다. 최고급 골프장 회원권 금액인 14억~15억원 정도면 공동 소유를 할 수 있습니다. 마세라티나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세단을 찾던 수요가 이제 전용기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사람들과 색다른 체험을 하려는 수요가 점차 국내에도 생겨나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