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더 김난도 서울대 교수 | 트렌드 리더 김난도가 밝힌 2014년 소비키워드…‘다크호스’로 변신하라
입력 : 2013.12.12 14:26:44
수정 : 2013.12.30 09:37:35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히트로, 아직까지 제가 에세이 쓰는 사람인줄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웃음) 아시다시피 제 본업은 트렌드 연구입니다.”
2007년부터 매년 그해의 간지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기발하고 독창적인 키워드를 통해 적확한 소비트렌드를 제시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14(공저)>를 들고 돌아왔다. 김 교수는 내년 한국 사회를 관통할 주요 소비흐름을 다크호스(DARK HORSES)로 정리했다.
“말의 해를 맞아 어떤 말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심지어 유니콘, 페가수스까지 말이랑 비슷한 생긴 것들도 검토를 했습니다. 고민 끝에 다크호스로 결정했습니다.”
다크호스는 경마 용어다. 과거 영국에서 경마를 할 때 다양한 색의 말이 출주했는데 사람들은 주로 흰색과 황색말에 베팅을 많이 했으나 종종 검은색 말이 처음에는 앞장서지 못하다가 결승선에 다가갈수록 두각을 나타내 우승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렇게 유래가 되어 다크호스는 ‘경기나 선거에서 역량은 검증되지 않지만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후보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저서를 통해 ‘경마주로처럼 날로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독자들이 처음에는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차를 가해 승리를 이끄는 다크호스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키워드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정체된 2014년 다크호스에 올라타라 “첫 번째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Dear, got) ‘Swag’입니다. 들어보셨으면 신세대실테고 처음 들으시면 아니실 듯합니다. 스웩은 약간 조금 건들거리고 잘난 척하고 멋지다, 뻐기다라는 의미로 ‘SWAG이 있다!’라고 칭찬도 합니다. 2014년은 전체적으로 이러한 가벼움이 가득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힙합 뮤지션이 으스대는 기분을 주로 묘사할 때 사용하는 Swag을 첫 번째 키워드로 제시한 김 교수는 “중요함의 정도가 다른 글로벌 경제뉴스가 에일리 누드사진과 같은 제목에 걸리고 페이크 백이 유행하며, ‘돌직구’나 ‘섹드립’ 등 강도 높은 이야기들이 TV나 실생활에 등장하면서 가볍고 발랄한 문화들이 2014년에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그는 “과거 젊은 세대에 국한됐던 스웨깅(허세·자아도취)이 세대 간의 벽을 넘어 퍼져가고 있다”며 “기업들은 스타일을 강조하고 허세를 부리면서 중요한 이슈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에 맞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재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Answer is in your body’(몸이 답이다)이다.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이 관찰되는데 ‘만들고 춤추고 달리는 등 신체의 움직임으로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추구’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정신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근육을 움직이고 땀을 쏟으며 갈증을 치료하려는 ‘노동테라피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등산이나 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한편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다시 찾기 위해 작은 공방이나 도심 속 텃밭을 가꾸는 취미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Read between the ultra-niches’(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기존의 니치(틈새)를 넘어 초(超)니치로 나아가 시장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니치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초정밀한 소비자 욕구에 맞춰 극세분화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대다수가 아니라 극소수가 원하는 ‘흩뿌려진 니즈들이’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네 번째는 ‘Kiddie 40s’(어른아이 40대)다. 탈권위적 사회적 분위기와 해외 문화를 경험한 새로운 40대는 소년 같은 감성을 지닌 ‘어른아이들’이며 미용, 여가, 문화 등 다방면에서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교수는 “변화의 중심에 늘 서있던 40대층은 적응이 빠르고 변화를 주저하지 않아 2014년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선도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섯 번째는 ‘Hybrid Patchworks’(하이브리드 패치워크). ‘외식을 하러 간 레스토랑에서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아이돌그룹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옷을 구입한다.’ 패치워크는 각양각색의 헝겊 조각을 이어붙인 공예품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융합과 조합의 가치창출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산업이 결합하거나, 개별 영역의 특성을 교배하는, ‘하이브리드’한 조합을 통해 패치워크가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Organize your platform’(판을 펼쳐라)이다. 아이디어·상품·기술·사람이 한곳에 모여 예상치 못한 수익과 시너지를 발생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낸 ‘판 1.0’시대가 새로운 판 2.0시대로 넘어갈 것이라 관측했다. 기업이나 정부는 그저 판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판을 채워나가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진화시켜나가 종국에는 최적화된 소비환경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Reboot everything’(해석의 재해석)이다. 김교수는 “이미 익숙한 것에 약간의 낯섦을 더하는 해석의 재해석 키워드가 최첨단 기술을 익숙하게 만들거나 익숙한 가치를 신선하게 만들어 내려는 움직임이 시장에서 많이 포착된다”며 “이같은 재해석 전략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실패율이 낮은 ‘혁신’의 방편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Surprise me, guys!’(예정된 우연)다. 우연인듯 하지만 탄탄한 시나리오가 갖춰진 예정된 우연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그는 패션멘토 간호섭 홍익대 교수의 ‘바이박스’를 예로 들었다.
바이박스는 간 교수가 자의적으로 매월 실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패션아이템을 선정해 70~80%싼 가격에 보내주는 서비스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간 교수의 안목에 신뢰를 보내고 매달 박스를 받지만 내용물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예정된 우연을 통해 예기치 못한 기쁨을 추구하는 사회적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홉 번째 키워드는 ‘Eyes on you, Eyes on me’(관음시대, ‘스몰 브라더스’의 역습)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함 이면에 정보 노출이란 그늘이 존재하면서 ‘감시의 시대’가 닥쳐올 것이란 의미다. 다만 국가나 정보기관 같은 ‘빅 브라더스’가 지배하던 세상에서 벗어나 다수의 작은 감시자들을 뜻하는 ‘스몰 브라더스’까지 주체세력이 늘어 본격적인 관음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Say it straight’(직구로 말해요). 김 교수는 저서를 통해 기업들은 경쟁사의 제품을 깎아내리는 비교광고들이 난무하고 힙합가수의 디스전이 대중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등 소위 본격적인 직설화법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대놓고·쉽게·낱낱이 공개하는 직설화법은 때때로 공격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위계질서에 갇힌 수직적 소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수평적 소통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흐름의 일면이라고 책은 지적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