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품종은 200개를 웃돌지만 약 300년 전부터 영국에서 개량된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종 경주마가 출전하는 경마만 국제적으로 공인된다. 하지만 나라별로 자국 특산종 말을 이용한 경마를 시행하기도 한다. 미국의 ‘쿼터호스(Quarter horse)’나 아랍권의 ‘아라비안호스(Arabian horse)’ 경주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경마공원에서 제주 조랑말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역대 기록에서 제주 조랑말은 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체구라는 뜻에서 ‘과하마(果下馬)’로 불렸다. 고려시대에 몽골은 제주도를 군마(軍馬) 생산 기지로 삼기 위해 제주도에 몽골 말을 대거 방목했는데, 토착 제주 조랑말과 피가 섞이면서 현재의 제주 조랑말 혈통이 확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순수 혈통의 제주 조랑말은 ‘제주마(濟州馬)’라는 공식 이름을 갖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제주 조랑말은 ‘서러브레드’ 경주마에 비해 키도 작고 다리도 짧다. ‘서러브레드’의 체고(體高)가 약 165cm 안팎인 것에 비해 제주 조랑말은 아무리 커도 140cm를 넘기 힘들다. 몸무게도 300kg 정도로 150kg가량 가볍다. ‘서러브레드’ 경주마와 비교하면 어미와 새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근력이 좋고 지구력이 강한 것이 강점이다. ‘서러브레드’ 경주마의 최고 부담중량은 보통 60kg을 넘지 않지만, 82kg을 짊어지고 경주에 출전한 제주 조랑말도 있을 정도다. 1990년대 제주도의 한 목장에서 제주 조랑말과 ‘서러브레드’ 경주마가 먹이를 두고 패싸움을 벌인 적이 있는데 제주 조랑말이 완승했다고 한다. 1990년 설립된 제주경마공원은 세계 유일의 제주마 경마가 시행되는 관광 명소다. 1995년 제주경주마육성목장이 준공된 이후 2000년 1월 1일 제주경마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연중 개방하고 있다.
주요 시설로는 길이 1600m, 너비 20m의 모래 주로(走路)인 경주로와 경주 전에 출주마들의 상태를 관찰하는 예시장, 지상 3층 지하 1층에 3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관람대, 100대의 모니터, 100곳의 투표 창구, 매점, 식당을 비롯해 각 층마다 안내데스크가 있고, 동시에 2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이 있다.
2007년부터는 ‘말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테마로 세계 말 체험 동물원, 아름다운 승마장, 행운의 테마하우스 등 차별화된 볼거리와 다양한 체험공간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말 체험 동물원 세계에서는 가장 작은 말, ‘말괄량이 삐삐’에 나온 말, 당나귀, 천연기념물 제주마 등 세계 희귀 품종의 말 20여 마리를 볼 수 있다. 셔틀랜드 포니가 끄는 작은 마차를 탈 수도 있고 직접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