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시장 부양 의지가 강해지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코스닥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를 공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인기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그중 바이오 기업들이 30% 넘게 편입되기도 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바이오 기업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과 성공 대박을 열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때 코스닥 1위 자리까지 올랐던 삼천당제약이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가 순식간에 반 토막 나면서부터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인슐린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삼천당제약에 대해 투자자들이 기술력의 진위 여부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거기다 주요 주주인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지분 매각 소식이 들려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삼천당제약 사태 여파로 국내 바이오주들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고, 운용사들은 액티브 ETF에서 바이오 기업들 비중을 대대적으로 조절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를 보는 시장의 시선이 냉랭해진 만큼 임상 결과, 모멘텀이 있는 기업들만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삼천당제약은 연초 주가가 20만원 대였다. 그러다 지난 3월 말 장중 123만3000원까지 오르며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폭제는 같은 달 19일 발표된 공시였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인슐린의 유럽 임상 1/2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시 발표 다음 날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상승,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이어 미국 파트너사와의 라이선스 계약 공시도 나오며 환호는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숱한 의혹에 휩싸이며 같은 달 31일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현재는 주가가 40만~50만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S-PASS 플랫폼이다. S-PASS 플랫폼은 인슐린과 GLP-1 계열 치료제에 별도 물질을 결합해 주사제형을 경구제형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삼천당제약은 S-PASS 플랫폼을 이용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과 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한 상태라고 했다. 시장에선 삼천당제약의 S-PASS 플랫폼 기술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전인석 대표는 지난 4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네릭으로 인정받아 추가 임상 없이 연내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FDA에 제출한 공식 논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이 문서가 FDA와 Pre-ANDA 단계에 불과해 아직 공식적으로 제네릭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전 대표는 “제네릭이 아니라면 Pre-ANDA 미팅 접수 단계에서 거절됐을 것”이라 반박했고, 삼천당제약은 기자간담회 다음날인 7일 FDA가 Pre-ANDA 미팅 협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에 불을 붙인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삼천당제약의 오너 일가 대주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매도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24일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은 전인석 대표에게 약 80만 주의 삼천당제약 주식을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22만 500원 수준이고, 총 1803억원 규모였다. 전 대표는 윤 회장의 사위로 그전까지 전 대표는 삼천당제약 주식이 한 주도 없었다. 당시 수증을 통해 처음으로 삼천당제약 주식을 갖게 된 것인데, 지난달 24일 전 대표는 증여세 연부연납, 양도소득세재원 확보 등을 이유로 증여받은 주식 중 일부인 26만570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주당 94만1000원 수준에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다. 블록딜 총 규모는 2500억원 수준으로 이렇게 되면 약 700억원 규모의 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대표가 삼천당제약 주식을 고점에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전 대표는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은 취소하겠다”며 “대주주로서 성실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려 했던 순수한 의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 하락 여파로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많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기자간담회가 있었던 4월 6일까지 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으로 꼽히는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로킷헬스케어, 올릭스, 보로노이 등 기업들의 주가가 좋지 못했다. 바이오 기업들을 담은 ETF들의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특히 삼천당제약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바이오 ETF들의 하락폭이 더 컸다. 삼천당제약 비중이 10%대였던 RISE 헬스케어 ETF는 같은 기간 11% 넘게 빠졌고,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 ETF도 15% 넘게 하락했다.
최근 상장한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 ETF도 삼천당제약을 전체 포트폴리오에 7.06% 편입했으나 현재는 전량 정리한 상태다. 출시 당시 포트폴리오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삼천당제약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었는데, 향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들을 담은 RISE 바이오TOP10액티브ETF도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기업들을 담았던 코스닥 액티브 ETF들도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섰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서 출시한 TIME 코스닥액티브는 주력 섹터였던 바이오섹터를 덜어내고 반도체 소부장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상장 당시 편입 1~5위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삼천당제약, 에이비엘바이오, 레인보우로보틱스 순이었지만 4월 15일 기준 실리콘투, 에코프로,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알지노믹스 순으로 조정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ETF는 종목 쏠림을 완화하면서 우량 바이오 기업들을 고르게 편입시켰다. 상장 당시 이중 페이로드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큐리언트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8.97%로 높게 담았으나 4%대까지 줄였다. 그 대신 에이비엘바이오의 비중을 늘리고 리가켐바이오, 알지노믹스 등을 새롭게 편입하며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초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운영해 초과 수익을 내는 액티브 ETF들의 특성상 앞으로 국내 바이오 섹터의 분위기에 따라 개별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편입 비중을 조절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정해진 만큼 유망하고 우량한 기업들을 선별해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말 상장한 바이오 기업인 알지노믹스의 경우 코스닥액티브 ETF에서 편입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서 신규로 편입됐고, TIME 코스닥액티브, PLUS 코스닥150액티브 ETF 등에서도 알지노믹스를 일부 담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RNA 편집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이다. 세계 최초로 RNA(리보핵산) 치환 효소를 활용해 질병을 유발하는 RNA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정상 RNA를 결합하는 독보적인 RNA편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유전자 치료제가 가진 발현 억제의 한계를 넘어 치료용 유전자로 직접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약 13억달러 규모의 대형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간암,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유효성 입증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국내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알지노믹스를 올해 코스닥 중소형 바이오텍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빅파마가 주목하는 최신 RNA 편집 영역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며 확장 잠재력 또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독보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가진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지난 4월 15일 기준으로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선 에이비엘바이오를 4.58% 담고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3조 8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약물이 혈액 속으로 더 원활하게 침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와 ADC 기술을 기반으로 한면역항암제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다양한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그랩바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된 게 바로 그랩바디B 플랫폼이다. 대부분의 항체 치료제는 분자 크기가 커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랩바디B는 뇌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를 이용해 약물을 실어 나르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리보핵산 RNA 등 다양한 치료제를 안전하게 뇌 속 깊이 전달할 수 있다. 그랩바디B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 물질인 ABL301로 현재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ABL111은 위암 1차 치료제 시장을 타겟으로 해 ORR(객관상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1b상의 전체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며 4분기 허가용 임상 3상이 개시될 전망”이라며 “최근 ABL301 임상 2상 진입 지연으로 주가는 눌림목에 있으나 그랩바디B의 기술적 가치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ADC 대장으로 꼽히는 곳이 또 한 곳 있는데, 바로 리가켐바이오다. 리가켐바이오는 TIME 코스닥액티브 ETF에선 1.78%, PLUS ETF에선 1.44%, KoAct ETF에선 3.71%로 편입돼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3세대 ADC를 주도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1세대 ADC와 다르게 스케폴드에 약물을 연결하는 콘주올 기술을 갖고 있는데, 리가켐바이오의 ADC는 혈중에서 안정적인 절단형 링커를 활용해 약효와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기대 모멘텀이 다른 기업보다 많은 편이다. 올해 LCB13, LCB71, LCB41A 등의 임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부터 추진한 기술이전 협의의 성과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밝혀진 일부 연구 결과를 통해 LCB84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얀센의 LCB84 단독 개발 옵션 행사 가능성 또한 높다고 전망했다.
[홍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