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중소기업인)도 중소기업청장이 됐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중책을 맡기로 결심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대해서 자세히 해석하지 못하고 중기청장직을 수락하게 된 것에 대해서 이런 실수가 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일천하였다.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는 허리를 숙였다. “공직에 나설 때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주주 지분 매각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회사도 공중 분해될 우려가 있어 사의를 표합니다.” 짧은 시간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는 다시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신분으로 돌아왔다. 2005년부터 시행된 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중기청장 자리를 수락한 황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차제하고 그의 결단은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 이후 경기침체와 관련 산업 위축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적자폭이 늘어나며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기청장 자리는 황 대표 개인으로서는 700억원에 달하는 회사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이 주어진 셈이었다. 황 대표는 과감히 그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세간에는 선택에 ‘중기청장의 자리보다 회사 경영권을 더 소중하게 여긴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비판과 ‘어려운 회사와 개미투자자를 배려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평이 교차했다.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의 선택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소액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이 탄생한 이후 겪은 갖은 고초를 혁신을 통해 극복해 온 황 대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분을 포기했다면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어디까지 추락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1. 중기청장 내정자 사퇴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인 황철주 대표
2. 주성엔지니어링 제2공장 건물에 걸려 있는 독특한 플랜카드
황 대표 회사 일 올인… 부진 막기 역부족?
주성엔지니어링의 역사는 황 대표의 인생과 궤를 같이 한다. 황 대표는 동양공고와 인하대 공대를 졸업한 뒤 1986년 유럽 반도체장비회사 ASM 한국법인에 입사했다.
입사 후 그는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반대로 최대 반도체 장비 수입국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접하게 된다. 반도체 장비생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다짐한 후 10년간 준비해 세운 회사가 바로 주성엔지니어링(당시 주성)이다.
설립부터 회사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삼성전자 장비납품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뤄 4년 만에 코스닥 상장사가 된 이후 당당히 대장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2001년 삼성전자 감사팀은 당시 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구매팀 및 엔지니어 간에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성 측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설비 엔지니어들에게 거액의 주식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리가 있었다면 징계 등의 처벌이 있어야 했지만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납품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선 “시장의 논리”라고 해명했다. 결별의 이유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타 업체나 자회사를 통해 장비를 납품받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 고객을 잃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사세가 기울어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만 했다. 2001년부터 2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이를 갈았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제품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R&D 분야에 자금을 쏟아 부어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기 시작했다. 한편 사업다각화, 신규거래처 발굴에 열을 올렸다. 성과는 좋았다. 2003년 LG디스플레이에 LCD 장비를 납품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져가는 와중 2007년에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이 역시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2010년까지 꾸준히 태양광 장비매출이 늘어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입사 후 그는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반대로 최대 반도체 장비 수입국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접하게 된다. 반도체 장비생산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다짐한 후 10년간 준비해 세운 회사가 바로 주성엔지니어링(당시 주성)이다.
설립부터 회사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삼성전자 장비납품을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뤄 4년 만에 코스닥 상장사가 된 이후 당당히 대장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2001년 삼성전자 감사팀은 당시 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구매팀 및 엔지니어 간에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성 측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설비 엔지니어들에게 거액의 주식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리가 있었다면 징계 등의 처벌이 있어야 했지만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납품이 중단된 이유에 대해선 “시장의 논리”라고 해명했다. 결별의 이유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타 업체나 자회사를 통해 장비를 납품받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 고객을 잃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사세가 기울어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만 했다. 2001년부터 2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이를 갈았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제품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R&D 분야에 자금을 쏟아 부어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기 시작했다. 한편 사업다각화, 신규거래처 발굴에 열을 올렸다. 성과는 좋았다. 2003년 LG디스플레이에 LCD 장비를 납품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내실을 다져가는 와중 2007년에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이 역시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2010년까지 꾸준히 태양광 장비매출이 늘어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2011년부터 세계적으로 주력 사업 분야인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태양광 등 관련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 주원인이었다. 특히 태양광 장비 부문은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업계는 혹한기를 맞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황 대표는 회사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 지난해 초 2년 동안 맡았던 벤처기업협회장도 내려놨다.
그러나 부진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 매출액 4230억원 영업이익 47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매출액은 약 3048억원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36억원에 그쳐 90%가 넘게 줄었다. 또한 작년에는 매출액은 760억원으로 전년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작년에 주성엔지니어링은 837억원의 영업손실과 11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코스닥 기업 중 3번째로 큰 적자폭을 기록한 기업이 됐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재작년부터 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며 “태양광과 OLED 시장이 조금 더 일찍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늦어져 전반적으로 매출에 있어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유난히 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해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매출감소 외에 부대비용이 크게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바로 R&D 투자다.
한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으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R&D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며 “TV와 모바일 등 현재 디스플레이보다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500억원 정도를 연구개발 비용에 투입한 것이 적자폭이 커지게 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 수를 700여명에서 500명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 등 비용이 지출된 것도 재무 상태를 악화시킨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1. 중기청장 내정자 사퇴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인 황철주 대표
2. 주성엔지니어링 제2공장 건물에 걸려 있는 독특한 플랜카드
과도한 비용지출 경영에 큰 부담
전문가들은 주성엔지니어링이 위기를 벗어나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좀 더 혹독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주성엔지니어링은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판관비를 매출액의 30% 이하로 줄이는 추가적인 감축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주성엔지니어링의 R&D 투자액은 매출액 대비 70%에 달한다. 매출이 감소된 탓도 있지만 과도한 비용지출이 회사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비롯해 비용절감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는 필수이므로 줄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R&D 투자에 있어서는 이미 독자적인 기술력을 지닌 태양광 장비분야보다는 OLED와 새로운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과도한 비용절감보다는 기술개발과 신상품 출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지난해 최악의 여건을 보인 시장상황은 점차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는 몇몇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므로 재무 상태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