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한 남편과 함께 귀국한 초등학교 3학년 준성이 엄마는 아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어가 서툴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웃 엄마의 소개를 받고 유대식 토론교육을 한다는 학원을 찾았다. 그는 “미국에서 유대인 가족들을 많이 만나면서 관심을 가지고 학원에 보냈는데 기대만큼 좋았다”며 1년째 보내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로 꼽는 것은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진 것. 준성이 엄마는 “아이가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고 오면 집에 와서도 잠들기 전까지도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밥상머리 교육 원조… 지적 호기심 자극이 요체
최근 ‘주입식 교육’에 반기를 든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대인 교육의 ‘실전편’이라 할 수 있는 ‘하브루타 교육’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생선요리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시해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듯 끈기 있게 지식을 탐구하는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 요체다. 유대식 교육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일단 교육법에 맛을 들이면 학생들이 더 공부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가정교육을 받은 유대인들은 세상을 주도한다. 전 세계 인구의 0.2%,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할 정도로 소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2%가 넘고 미국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30%나 차지한다.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에서부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까지 각 분야를 이끌어간 이들이 유대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류태영 박사(전 건국대 부총장)가 유대인 교육법을 전파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들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문화를 실제 어떻게 실행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면서 유대인 가정과 교류하거나 유대인의 저력을 발견하는 이들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유대인 교육이 우리 사회에도 체화되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이 화제를 모은 것도 결국 유대식 토론법의 지적 유희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대인인 샌델 교수는 어릴 때부터 가족과 식탁에서 활발한 토론을 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 갔고 정치철학계 석학이 됐다.
대치동에 탈무드 교육·하브루타 학원 등장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도 유대인 토론교육을 표방한 곳들이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대치동에서 탈무드지혜교육학원을 시작한 김금선 원장은 한 달여 만에 학생 20명을 모았다. 김 원장은 “간판만 보고 찾아와 상담하는 학부모들이 나타나 무척 놀랐다”며 “상담자의 80%는 아이를 맡긴다”고 말했다.
1년 반 동안 대치동에서 하브루타 교육을 운영해 온 오철규 원장은 “최근 경주시에 2호점을 연 데 이어서 김포시에 3호점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대치동 본점에는 약 50명의 수강생이 있다. 김 원장과 오 원장은 각각 대치동과 분당 등에서 보습학원, 논술학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나 좀 더 의미 있는 교육을 찾아 ‘전향’한 경우다.
대치동 논술강사 출신인 오 원장은 “수년간 아이들과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대안이 될 만한 교육법을 모색해 왔다”며 “아이들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면서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교육업체 두산동아의 경우 유대인식 스마트교육 ‘두잇잉글리시’을 국내에 론칭했다. 배한상 두산동아 팀장은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재미 요소가 강한 점이 차별화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초등학생의 25%가 배우고 있는 쌍방향식 스마트 교육 기법”이라며 “이스라엘 디지털교육기업 타임투노우가 6년간 350명의 석·박사를 투입해 개발한 교육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토론식 훈련을 하는 모임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랍비와 만나 탈무드 원전을 공부하거나 하브루타 교육법을 연구하는 모임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브루타교육연구소는 교사와 교수, 일반 직장인, 목회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2주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끝장 토론’을 펼친다.
하브루타 교육 ‘전도사’를 자처한 전성수 부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노량진교회에서 여는 토요하브루타 성경공부모임에도 30가족 이상 100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