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유례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던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가 새해에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2년 행사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중심으로 여러 곳의 전시장에서 1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개최된다.
현재 헬스케어와 홈 IoT(사물인터넷), 홈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자산, 푸드테크, 스페이스테크, 자율주행 분야에 걸쳐 총 1900여 개 기업이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CES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만큼 참여 기업들이 어떠한 제품과 기술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주·푸드테크·자율주행의 경연장
“2022년 CES에서는 우주 기술을 볼 수 있습니다.”
CES를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55번째로 열리는 CES 2022에서 처음으로 우주기술을 전시한다. CTA는 “잭 웨이먼이 1967년 처음으로 CES를 열었을 당시 인류는 우주로의 첫 번째 유인 비행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었다”면서 “우주 탐사와 우주와 관련된 혁신은 오늘날 기술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가 55번째 행사인 CES 2022에서 우주 기술을 선보이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시에라스페이스가 ‘드림체이서(Dream Chaser)’라는 우주 비행선을 전시할 방침이다. 시에라스페이스는 1963년 설립된 우주 항공 기업 시에라네바다코퍼레이션의 계열사다. 현재 우주 왕복선의 소형 버전인 드림체이서를 개발 중이다. 드림체이서는 종전 우주 왕복선 4분의 1 크기로 재사용이 가능하며 향후 국제우주정거장에 물자를 수송하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CES 2022에서는 자율주행차들의 최고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 대회도 열린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최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시스템즈 네트워크와 손잡고 1월 7일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일대일 고속 자율주행 레이싱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이와 함께 GM과 구글, 웨이모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해 자율주행의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피로 회장은 “CES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면서 “산업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로서 공공 정책과 개인정보보호, 투명성, 기후변화, 공급망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 연설자로는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메리 바라 GM 회장, 마이크 시버트 T-모바일 CEO 등이 나선다. 또 포스트팬데믹 시대를 맞아 디지털 헬스 기업과 푸드테크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
CES 2020 참가자가 디지털 거울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CTA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삼성·GM 키노트
CES에서는 대대로 혁신 기업이 기조연설(키노트)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미래 비전을 보여줬다. CES 2022도 어김없이 여러 연사들이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 팔라조볼룸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기대를 모으는 것은 삼성전자의 가전과 모바일 등을 책임지는 한종희 부회장의 개막 기조연설이다. 현지시간으로 1월 4일 오후 6시 30분에 펼쳐지는 한 부회장의 기조연설은 ‘기술은 인류와 지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가치를 담은 ‘공존의 시대(Age of Togetherness)’를 주제로 한다. 한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다각적인 노력을 소개하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동참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한 부회장은 키노트를 통해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서로 연결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줄 삼성의 혁신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2020년 초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며 “기술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종희 부회장의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을 듣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의 키노트는 현장에서 직접 볼 수도 있지만 CES 홈페이지나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닷컴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CES 2020에서 미국 헬리콥터 제작사인 벨이 선보인 도심형 항공기기. 사진=CTA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2년 연속으로 CES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한다. 바라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전기차 계획을 공유하고 GM이 추구하는 기술과 전동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모빌리티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바라 회장은 2021년 1월 열린 CES 2021에서도 기조연설자로 나서 ‘배출 제로’와 ‘충돌 제로’ ‘혼잡 제로’ 등의 GM 비전 실현을 위한 전동화·모빌리티 전략을 공유한 바 있다. 바라 회장은 당시 연설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에 27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의 40%로 늘린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한 계획을 2021년 4월에는 350억달러(약 39조원)로 확대했다.
바라 회장은 CES 2021 기조연설 때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도 공개했다. 얼티엄은 세계 최초 전기 슈퍼 트럭 ‘GMC 허머 EV’를 포함해 모든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CES 2022에서도 GM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마이크 시버트 T-모바일 CEO와 로버트 B. 포드 애보트 회장 겸 CEO도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다. CES 2021에서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가 개막 기조연설을 맡아 5G로 인한 세상의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맞수 통신사인 T-모바일의 마이크 시버트 CEO가 기조연설을 통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CES 2022 키노트 초청장. 사진=삼성전자
▶AR·VR 활용해 부스 마련한 LG전자
CES 2022가 오프라인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LG전자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참가한다. LVCC 내의 LG전자 부스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활용해 제품을 체험하고 볼거리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관람객은 부스 곳곳에 설치된 ‘뷰포인트’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해 LG 올레드 TV, LG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냉장고,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등 CES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을 비롯해 이전 CES에서 선보였던 초대형 올레드 조형물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또 LG전자는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전시관을 운영한다. 오프라인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스마트 기기로 QR코드를 스캔해 간편하게 온라인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부스에 60여 개의 스툴형 의자를 마련하고 프리미엄 무선 스피커 ‘LG 엑스붐 360’도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관람객은 부스 안에서 LG 시그니처의 브랜드 앰버서더에 선정된 세계적인 아티스트 존 레전드가 LG전자와 함께 발표한 연말 시즌송 ‘You Deserve It All’을 들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2000㎡ 규모의 전시 공간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찌꺼기를 압착해 만든 OSB(Oriented Strand Board) 합판, 페인트나 니스 등을 칠하지 않은 미송 합판 등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조성했다. 또 부스 디자인을 간소화해 전시회 종료 이후 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카렌 추프카 CTA 부사장은 “오랜 기간 동안 혁신을 이끌어 온 LG전자의 CES 2022 참가가 기대된다”며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오프라인 관람객은 물론 온라인으로 CES를 관람하는 고객들은 LG전자의 획기적인 기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CES 2022 온라인 전시 초청장. 사진=LG전자
LG전자는 전시부스뿐 아니라 프레스 콘퍼런스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LG전자의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LG 월드 프리미어’는 현지시간 1월 4일 오전 8시에 CES 홈페이지를 비롯해 LG전자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로 공개된다.
이번 ‘LG 월드 프리미어’의 주제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일상(The Better Life You Deserve)’이다. LG전자는 고객들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신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더 좋은 일상을 누리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버스 전시 선보이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CES 2022서 메타버스를 접목한 미래 모빌리티 세계를 공개한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전시장에 입장한 관람객은 키오스크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원하는 모습의 캐릭터를 생성한다. 성별은 물론 안경, 머리카락, 표정까지 인식해 관람객과 비슷한 캐릭터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할 수 있다. 이 캐릭터는 현대모비스의 메타버스 공간인 ‘엠 비전 타운(M.Vision Town)’으로 입장하고 실제 관람객은 스크린 속 본인의 캐릭터를 통해 전시 공간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엠 비전 타운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엠 비전 피오피(M.Vision POP)’와 ‘엠 비전 2GO(M.Vision 2GO)’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차량에는 평행주차와 크랩주행이 가능한 ‘e-코너 모듈’, 보행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램프’ 등 현대모비스의 미래 핵심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난 두 콘셉트카는 실물로도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메타버스 속 경험처럼 차량이 제자리 회전을 하고 바퀴를 돌려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전시장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두 콘셉트카를 세계 무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가전제품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43개 혁신상
CES 2022에 앞서 CTA는 27개 부문에 걸쳐 CES 혁신상 수상 제품과 기술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 21개, 생활가전 7개, 모바일 11개, 반도체 4개로 무려 43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 또는 기술에 수여하는 최고혁신상은 영상디스플레이에서 3개, 모바일에서 1개를 각각 차지했다. 영상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TV가 11년 연속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2022년형 TV 신제품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TV 플랫폼, 게이밍 모니터가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모바일 부문에선 최근 출시한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이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제품 프레임과 전·후면 색상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으며 최대 49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LG전자는 모두 24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다. 식물생활가전 ‘LG 틔운’과 LG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냉장고 등 생활가전이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LG 올레드 TV는 처음 출시한 2013년부터 10년 연속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부문인 SK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NCM9 배터리’도 혁신상을 받았다. 이는 니켈, 코발트, 망간 중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배터리로 니켈 비중을 높여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이다. 두산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 등 7개 제품과 기술이 혁신상을 수상했다.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LG전자 제품들. 사진=LG전자
CES 2022 전시회는 백신 접종 완료자만 참석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서 전시회장의 통로는 이전보다 더 넓게 배치할 예정이다. 또 행사장에서 백신 접종자를 간편히 확인하기 위해 ‘클리어’ 앱을 도입한다. 관람객은 스마트폰에 ‘클리어’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백신 접종 완료를 인증하고 입장 시 보여주면 된다.
특히 이번에는 새로운 전시공간인 LVCC 웨스트가 처음으로 활용된다. 2020년까지만 해도 차량 관련 전시가 노스홀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LVCC 웨스트로 자리를 옮긴다. 대신 노스홀에는 스마트헬스와 푸드테크 등의 업체가 전시를 담당한다. 핵심 가전업체가 주력인 센트럴홀에는 삼성전자와 소니 파나소닉 캐논 등이 다양한 가전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니의 경우 현지시간으로 1월 4일 LVCC 전시 현장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도 진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센트럴홀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중국 업체가 CES 2022에 대부분 불참했다. 이 공간은 과거 사우스홀에 전시공간을 꾸렸던 업체들이 채운다. 이 때문에 CES 2022에서는 사우스홀을 운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