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 민 머리에 턱수염, 뿔테 안경까지 낀 김봉진 대표의 모습은 전형적인 디자이너다. 김 대표의 명함 역시 ‘경영하는 디자이너’라는 소개가 새겨져 있다. 김 대표가 자신을 디자이너라 칭하는 이유는 디자이너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직원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닌 관심을 두는 방식으로 직무에 대한 자발적 동기를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회사인가”를 직원들에게 묻고, ‘복지가 좋은 회사’를 지향한다. ‘배달의 민족’은 현재 월간 주문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섰다. 신선한 경영철학과 함께 우수한 실적으로 화제에 오르내리는 김봉진 대표.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그의 시련과 성공을 담은 이야기는 MBN Y포럼을 찾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전셋집마저 날린 시절 있어
김봉진 대표가 승승장구했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디자인그룹 이모션의 디자이너로 출발했다. 이렇게 디자이너로서 사회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의 일을 하고자 했고, 수제가구 사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수억원의 빚이었다. 전셋집마저도 날렸다. 김 대표는 당시 자신을 스스로 디자이너로 정의하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답을 얻었고 2011년 ‘우아한 형제들’을 창업했다.
“창의성을 어떻게 발현할까요? 창의성의 반대는 제약입니다. 창의성을 반영한 모든 것들은 제약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 나온 거예요. 한도 없이 1000억 정도 아무거나 할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만들 수 있을까요? 시간의 제약, 돈의 제약, 리소스의 제약이 있어야 창의성이 발현되는 겁니다. 제약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거죠.”
김 대표는 Y포럼을 찾은 청년들을 향해 “장애물이 있어야 오히려 창의성이 발현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 역시 사업이 어려웠던 시절 수많은 제약을 뚫고 창의성을 발현해 지금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저는 이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둘 중 어느 것을 해도 상관없어요. 문제는 이 중 하나도 없는 사람이죠. 대학 나오자마자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다 보면 너무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잘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만 있어도 축복이라는 게 김 대표의 또 다른 철학이다.
▶메뉴 다양화에 혼밥과 혼술 바람 타고 급성장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한 주문 수는 현재 한 달 평균 1000만 건을 넘어섰다. 1000만 건 돌파는 업계 최초다. 2014년 12월(520만 건)보다 2배 늘었다. 배달의 민족 이용자 1인당 월 평균 주문 횟수는 2014년 2.5회에서 2015년 3.2회, 2016년 3.5회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혼자 식사와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밥’, ‘혼술’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다. 이 혼밥, 혼술족들은 터치 몇 번만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배달음식을 적극 이용한다. 여기에 메뉴 다양화도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비스 초기엔 치킨과 피자 등 대표적인 배달음식으로 선택권이 한정돼 있었지만 점차 제휴 매장이 늘면서 고급 레스토랑, 동네 맛집 음식까지 메뉴가 다양해지고 고급화됐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올해는 ‘치킨을 넘어서’를 목표로 더 나은 품질의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메뉴 다양화 시도는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치킨과 피자만이 배달음식이던 시대를 종료시킨 거다. 김 대표는 이런 시도의 기본 역시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에 고민이 많았어요. 오늘 제가 이 포럼의 영웅이라고 해서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하다 이 옷을 찾았어요. 디자이너답죠? 사실 제 아내 옷이에요. 저는 가끔 여자 옷도 입어요. 남자가 꼭 남자 옷을 입어야 하나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입으면 되잖아요.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경쟁력이에요.”
▶‘스스로 지배하는 삶 살아야’
김 대표는 청년들에게 마지막 말로 “타인에게 지배당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동안은 부모님께, 선생님께 칭찬받기 위해 살았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분들에 의한 기준들이죠. 누군가에 의해 칭찬받기보다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칭찬은 무섭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해요. 그런데 그 고래는요. 칭찬을 받아 춤추면 훈련이 잘된 고래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의 정치 철학자 마키아벨리는 나 스스로 지배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지배당한다고 얘기했어요. 여러분들이 칭찬받는 고래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사는 고래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