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배우 안소희(25)는 걸그룹 원더걸스로 활동하며 ‘어머나!’를 외치던 깜찍한 모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과거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2008)로 연기자 데뷔를 했지만, 노래와 연기를 병행했을 때와는 다를 게 분명하다.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해야 하고, 연기를 못하면 비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안소희는 “배우로 전향한 것이니 책임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턱대고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연기하는 걸 좋아했다”며 “방직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작업대 위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했는데 <명성황후>나 <대장금> 같은 사극을 보면 한복을 꺼내 입고 드라마 연기를 따라 하기도 했다고 하시더라”는 어머니의 말도 빌려 전했다.
▶싱글라이더서 연기 호평 기뻐
그는 또 “(원더걸스로 활동하게 된)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오디션을 볼 때 춤, 노래도 했지만 연기도 했었다”고 회상하며 “‘뜨거운 것이 좋아’에 참여할 때부터 제대로,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이번 <싱글라이더>에 참여하며 의욕과 욕심이 더 생겼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최근작 <싱글라이더>는 안소희에게 이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연기적으로 혹평을 들었던 전작 <부산행>과 달리 나름대로 호평도 받았다. 물론 조금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본인이 부족함을 알고 있다.
안소희는 “내 연기를 다듬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안다. 그래도 전작보다 나아졌고 발전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것으로 너무 좋다. 또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라이더>에 참여하며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은 이병헌이 건넨 조언이다. “이병헌 선배를 만나 이야기하는 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초반 촬영이라 많이 헤맸어요. ‘네가 도와달라고 진심으로 말해야 돌아볼 수 있다. 그래야 나도, 관객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데도 계속 서서 제 연기를 받아주셨죠. 안소희가 이병헌 선배에게 말하는 것 반, 극중 인물의 감정 반 섞어서 진짜처럼 그렇게 연기했어요.”
낮가림이 심해 ‘시크 소희’라는 별명을 가진 안소희는 “사실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할 때 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웃었다. 먼저 다가오는 이에게 속을 털어놓기도 한단다. <부산행>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최우식과 친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연기자 선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었으나 한 번 말을 걸어보니 친근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줘 행복하고 감사했다. 자신감도 더 생겨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부산행>, <싱글라이더> 등의 작품에 참여하며 배운 것들이다.
▶“로맨스뿐 아니라 사이코패스 역도 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작품에 참여할수록 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는 매번 직업을 바꿀 수 없는데 연기를 통해서는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게 많다. 여배우이니 로맨스와 멜로는 기본이고, 스릴러에서 살인마나 사이코패스 역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걸그룹 활동으로 어렸을 때 누리고 싶었던 걸 포기하고 살았다는 안소희는 이제 다시는 포기하지 않고 싶어한다. 그는 “너무 일찍부터 활동했는데 감사하게도 잘돼서에 바쁘게 지냈지만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많이 놓친 것 같다”며 “이제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경험해 보고 즐기려고 한다. 연기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제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요. 영화관도 혼자 가고, 혼자 서점에 가서 책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요.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느냐고요? 사실 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눈에 띄지 않으려고 모자에 마스크 쓰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갔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지인이 ‘너 무슨 영화 봤다며?’ 묻더라고요. 놀랐죠. 못 알아볼거라 생각했는데 저를 알아보신 분들은 제가 매일 저렇게 다닐 거라고 생각하겠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그게 조금 걱정이 되긴 해요.(웃음)”
평생 따라다닐 원더걸스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원더걸스로 미국에서 활동할 때 주위에 멤버들, 스태프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일한다는 것에 외로움을 느꼈죠. 물론 그 시간 덕분에 멤버들끼리 돈독해질 수 있었지만요. 제 시작이 원더걸스이기에 그 이미지를 지우고 싶지는 않아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