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회장 | 빚 다 갚은 윤석금 웅진회장의 재기 선언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선 ‘세일즈맨 신화’
윤재오 기자
입력 : 2016.07.04 10:44:16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던 ‘세일즈맨 신화’의 주인공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당초 계획보다 6년 앞당겨 갚았다.
웅진그룹은 2012년 법정관리 당시 발생한 1조4384억원의 채무 중 98%를 변제했다고 지난 6월 1일 밝혔다. 2014년 2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후 최근까지 남아 있던 1470억원의 채무 중 1214억원을 추가로 갚아 사실상 빚 변제를 조기 완료한 셈이다. 웅진그룹은 당초 2022년까지 빚을 분할 상환할 예정이었지만 화장품사업 등에서 경영 실적이 좋아지면서 채권자를 대상으로 조기 상환 신청을 접수했고 이 중 1214억원을 상환한 것이다.
윤 회장이 이처럼 기업회생절차를 끝내고 빚을 모두 상환하며 재기에 시동을 걸자 제2의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해운산업의 침체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나라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웅진이 재기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자구노력과 경영혁신으로 위기탈출
웅진이 조기 부채상환에 성공한 것은 계열사 매각과 사재출연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다 경영혁신으로 경쟁력 회복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웅진은 지난 2012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주력계열사마저 팔아치우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나섰다. 2013년 웅진의 캐시카우로 꼽히던 주력기업 중 하나인 웅진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M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어 2013년 9월에는 웅진식품을 한앤컴퍼니에, 11월에는 웅진케미칼을 도레이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윤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을 하는 등 회생을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단행했다. 빚 상환과 자구계획 추진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2월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지 1년 4개월만이다.
웅진홀딩스는 계열사 매각과 윤석금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을 통해 총 부채의 78.5%에 달하는 1조1769억원을 변제했다.
지난 2011년 기준 8조 6000억원에 달하던 웅진의 자산규모는 2015년 기준 2조 5000억원으로 줄었다. 매출도 2011년 기준 6조원에서 2015년 기준 1조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11년 기준 32개였던 그룹의 계열사 수는 현재는 웅진씽크빅 등 15개만 남았다.
몸집은 1/4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부실을 떨어내고 체질을 개선해 다시 경쟁력 회복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력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의 경우 영업이익이 지난 2013년 129억원에서 2015년 233억원으로 늘어나 자금회전에 숨통이 트였다.
웅진그룹측은 “구조조정과 웅진씽크빅의 북클럽 등 신사업을 성공시킨 덕분에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며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 및 개인 채권자를 위해 채무를 일시에 조기변제하게 됐다”고 밝혔다.
승승장구하던 웅진이 위기를 맞은 것은 무리한 투자와 부실 저축은행 인수 때문이다.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에서 많은 이익을 내던 웅진이 미래를 위해 신규사업으로 태양광 사업을 선택하고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웅진그룹은 지난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4000억 이상을 투입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2012년 9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동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저축은행도 부실이 늘어나며 그룹의 재무기반을 위협했고 태양광사업도 막대한 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화장품 방문판매와 북클럽으로 활로 모색
웅진은 방문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윤 회장은 27세이던 1971년 부산 광복동 브리태니커 한국지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입사 1년 만에 판매 1위를 차지했고 9년 만에 사업국 상무에 올랐다. 윤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80년 책 방문판매 사업을 하는 헤임인터네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3년 후 웅진출판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웅진그룹의 모태가 된다. 윤 회장은 또 지난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의 전신 ‘사랑스화장품’을 세우며 화장품 방문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웅진이 올 2월 화장품법인 웅진릴리에뜨를 설립하고 터키 정수기사업진출을 위해 웅진에버스카이를 론칭한 것도 이 같은 웅진의 방문판매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실제 지난달 화장품 브랜드 ‘릴리에뜨’의 사업설명회에 직접 강사로 나서 방문판매와 제품경쟁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웅진이 지금까지 잘 됐던 것은 제품력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이 책에 미쳐서 책을 만들었고 정수기를 만들 때도 남들과 다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릴리에뜨를 만들 때도 세계 1등 제품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새로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릴리에뜨는 ‘온라인 방문판매’라는 새로운 판매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방문판매 방식에 온라인 쇼핑과 네트워크 마케팅을 결합한 것으로 윤석금 회장이 직접 고안한 신개념의 방문판매 모델이다.
윤 회장은 “온라인판매, 방문판매, 네트워크판매, 바이럴마케팅 등 판매에 관한 4가지를 모두 접목시켜 온라인 방문판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방문판매와 마찬가지로 도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판매인의 소개를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인적판매 방식이다. 또 제품의 판매·구매·마케팅 등 모든 활동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판매의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다 추천인에게 보상이 이뤄지는 네트워크 판매의 보상체계도 도입했다. 최근 첫 상품인 ‘리쥬메디’를 내놓은 릴리에뜨는 회원에 가입하면 5만원의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윤 회장은 또 “코웨이에서 방문판매에 코디, 렌탈 등을 접목시켜 경쟁력을 높였다”며 “과거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 코리아나화장품 방문판매에서 성과를 거뒀던 것처럼 사업자들이 온라인 방문판매에 더 열정을 갖고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웅진은 또 에버스카이를 통해 한국형정수기 렌탈 모델을 터키에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터키는 1인당 GDP가 2015년 기준 1만달러 수준으로 지난 1998년 웅진이 정수기 렌탈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한국의 소득수준과 비슷하다. 터키 정수기 렌탈 법인인 에버스카이는 저렴한 가격에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기본형 정수기 모델을 서비스할 계획이며 터키 현지에서 판매조직을 구축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윤 회장의 긍정경영과 도전정신
윤 회장은 최근 사업자설명회에서 책 외판원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더운 날 판매를 나갔다가 여러 곳에서 쫓겨나고 옷이 땀으로 다 젖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 때도 긍정적인 사고로 힘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땀으로 젖은 옷을 보며 “노폐물이 다 빠져서 건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중소기업 사장이 책을 안 산다고 쫓아내더라도 “더 열심히 해서 당신 나이되면 더 크게 성공할거야”라고 다짐했다는 것.
그는 웅진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윤리경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이 어려우면 무너지지만 웅진의 경우 투명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세금포탈이나 비자금조성 등 악성 범죄가 없었고 그래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또또사랑’의 기업문화도 웅진의 생존력을 높이는 비결로 꼽았다. ‘또또사랑’은 웅진이 지난 1985년에 만든 경영정신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또 사랑하라’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공해 사랑을 실천한 것이 창업 이래 투명경영을 지속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의 ‘사람 중시’ 경영철학도 주목할 만하다. 웅진에너지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했던 직원들을 최근 흑자전환하면서 재입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웅진은 첫 번째 원동력으로 임직원들의 위기극복 의지를 꼽았다.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당시 영업용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되자 간부들이 개인대출 등 사비를 마련해 영업비용으로 써가며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이는 회사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으며 윤 회장이 경영정상화후에 가장 먼저 이들 간부들의 돈을 먼저 변제했다.
윤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자기계발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그는 “‘앞으로 3년 후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다면 경쟁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자기계발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웅진식구의 자기계발 10계명으로 △배우는 자세를 갖는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한다 △다르게 생각한다 △편집할 줄 알아야 한다(창의력)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미래를 보아야 한다 △리더십을 발휘한다 △좋은 인성을 갖는다 △약속을 잘 지킨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를 제시했다.
윤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00% 실패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해왔다.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면 건지는 게 있다는 얘기다. 도전하면 사업성공률이 높지 않더라도 그만큼 얻는 게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퇴보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