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 배우 박보영(25)의 앙큼한 변신이 시작됐다. 한없이 귀여운 여동생으로만 생각됐던 박보영이 음탕(?)한 모습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모습이다.
박보영은 심약하고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 캐릭터로 등장했으나, 처녀귀신 순애(김슬기)가 봉선의 몸을 빌려 들어와 ‘응큼녀’로서의 매력도 뽐내고 있다.
새로운 모습의 매력 발산에 박보영에게 빠진 시청자가 여럿일 듯하다. 어리게만 보였던 박보영이 극과 극의 모습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중이니, 이 정도면 7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성공적이다.
남자가 고픈 연기에 민망
박보영은 “소심한 성격의 주방보조가 한 맺힌 처녀 귀신으로 빙의되는데, 두 사람의 캐릭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좋아했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봉선과 순애 사이의 중간 지점을 어떻게 찾아 맞춰야 하는지 김슬기와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왈가닥’ 김슬기와 ‘여동생’ 박보영의 이미지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에 매치가 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보영은 ‘남자가 고픈’ 처녀 귀신 역의 김슬기 못지않게 나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슬기 씨의 연기를 찾아보고 참고했다”는 박보영은 “공통부분을 찾아 중간 합의점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김슬기도 남자가 고픈 모습을 연기하는 박보영에게 만족한다고 할 정도다.
사실 민망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다. “남자 샤워장을 엿본다든지 하는 장면을 찍을 때 초반에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곤혹스러웠는데 점차 적응되더라고요. 음탕한 연기를 해야 하는데 부끄러워서 NG도 좀 내고 그랬죠. 그래도 제 안의 음탕한 모습을 끄집어내 표출하고 있어요.(웃음)”
특히 민망한 장면은 “조정석에게 잠자리 한 번만 하자고 들이대는 모습”이라며 “그래도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연기하다 보니 저 자신을 많이 내려놓게 되더라”고 몰입했다.
데뷔 9년 만의 첫 키스신 끝난 후 하이파이브
음탕하긴 해도 이 드라마에서 박보영의 노출이 있거나 하지는 않다. 본인도 노출에 대한 생각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박보영은 “과거 잡지 화보로 섹시 콘셉트로 찍기도 했는데 어설픈 느낌이 들더라”며 “다행히 지금은 조금 성숙한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직 파격적인 노출에 대해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짚었다. 다만 노출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는 소녀티를 벗어난 섹시한 모습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꽤 많은 작품을 했는데 박보영은 이 작품을 통해 “첫 키스신을 했다”고도 고백했다.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스타 셰프 강선우 역의 조정석과 진한 키스신을 선보였다. “사실 제가 그동안 작품에서 키스신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이 처음이었죠. 양치질도 하고 서로를 굉장히 배려했는데 너무 긴장했어요. 컷 소리가 들린 후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웃었다니까요.”
박보영은 첫 키스신을 언급하며 “부모님께 얘기 안 했는데 걱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군인인 엄한 아버지를 둔 탓에 통금시간도 있고, 취침 시간도 있었다는 그는 “얼차려를 받기까지 하는 등 아버지가 엄하다”고 했다. “어떤 반응이실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박보영. 아마도 팔 벌려 뛰기 정도는 하지 않을까. 그래도 연기자라면 언젠가는 거쳐야 할, 그것도 멜로 연기를 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박보영에게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까지 박보영은 교복이 잘 어울렸다. 학생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마냥 어리지만은 않다. 동안 얼굴의 그는 이제야 사회 초년생으로 실제 본인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관객이나 시청자분들은 제가 성숙한 멜로는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더라도 꼭 열심히 해낼 것”이라며 “이번에 잘 해내면 박보영이 마냥 어린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해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항상 막내일 것 같았는데 이젠 선배로 불려
고정 틀에 갇힌 이미지가 강했던 박보영. 나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공포영화에도 출연하며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는 듯했으나 공포영화 속에서도 교복을 입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여동생’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출연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응급실에 다녀온 모습에 오빠, 삼촌팬들이 안타까워했다. 본인의 이름을 알리게 한 영화 <과속 스캔들>의 파트너 차태현과의 애정과 의리 때문이기도 하고, 드라마든 예능이든 참여하는 작품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적극적으로 방송에 참여했다. 특히 유호진 PD에게 달걀을 얻기 위해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박보영은 “다음에 또 <1박2일>에 출연하게 되면 협상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물론 예능보다는 연기가 더 우선이긴 하다. 어린 이미지로 굳어져 가는 것에 대해 “부담이 많지는 않았다”면서도 “내 나이와 비슷한 연령의 역할을 해보니 훨씬 재미있기는 하더라. 어린 척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어린 상대 배우들과 비슷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역할과 연기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데뷔 9년 차, 이제 선배가 된 박보영. 최근 1938년 경성을 배경으로, 외부와 단절된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는 후배들이 많았다.
“그동안 항상 막내였는데 어느새 저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기더라고요. 너무 낯설어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죠.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대부분 신인이었어요. 눈빛이 얼마나 초롱초롱하던지 저까지 기합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니까요. 소녀들과 함께 촬영하다 보니 제가 어떻게 해야 촬영이 수월하게 돌아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같은 걸 느꼈죠. 아직 다는 아니고, 정말 요만큼요.(웃음)”
2008년 <과속스캔들> 이후 소속사 문제 등으로 4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그녀는 2012년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 이후 <늑대소년>, <피 끓는 청춘>, <경성학교>, 또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등 다작 삼매경이다. 박보영은 “4년 공백기 동안 작품을 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며 “그 공백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멜로영화 찍으려면 연기에 정진해야죠
“지금 행복해요. 배우로 사는 삶도 개인적인 삶도 균형을 잘 맞춰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죠. 촬영할 때는 시끌벅적하게 보내다가, 힘들어지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죠. 또 외로워지면 작품을 하면서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내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한답니다. 안 해봤던 걸 해보면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에요.”
또 한 가지의 바람도 내비쳤다. 배우 여진구와의 연기 호흡이다. 아역 출신의 여진구는 목소리 변화부터 수컷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앞서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박보영은 여진구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언젠가 멜로영화를 찍고 싶은 남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박보영은 여진구를 꼽았었다. 그는 여전히 “여진구 군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라이벌이 너무 많다”고 아쉬움을 동시에 토로했다. 누나들의 로망이라나 뭐라나. 앞서 KBS 2TV 금요일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에 출연했던 여진구는 AOA의 설현과 키스신을 촬영했었다. 박보영은 “누나팬들이 분노한 장면”이라며 “아직 키스신은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키스신을 보고 화가 났다”고 진지함을 드러냈다. “열심히 연기에 정진해 여진구 군과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웃음)” 그런 박보영을 이해 못 한다고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7살이나 어린 여진구와 로맨스를 꿈꾸다니…. 욕심이 아닐까. 하지만 진심인 듯 얼굴이 붉어진 박보영. 하긴 많은 여배우들이 여진구와 멜로연기를 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몇몇 나이 더 많은 주변 친구들도 여진구에게 “진구 오빠”라고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영원히 ‘국민 여동생’일 줄 알았는데 박보영은 어느새 음탕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오 나의 귀신님>의 영향은 아닌 듯하다. 이미 작년에 “여진구와 멜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쩐지 음탕한 연기도 잘하더라.
[진현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 강영국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