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최모 씨. 얼마 전 봄 휴가 기간 동안 강원 지역의 한 숙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흔한 관광 대신 명상과 요가, 스파 등으로 2박 3일의 일정을 보냈다. 최씨는 “차를 타고 이곳저곳 방문하는 여행보다 몸과 마음을 제대로 쉬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마음과 몸의 건강을 챙기는 ‘웰니스’ 바람이 여행에도 불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뜻하는 웰니스(Wellness) 바람이 거세다. 단순히 무병장수를 넘어, 건강한 삶의 질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상을 관리하는 행위로 진화한 것.
아이러니하게도 럭셔리 웰니스 트렌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기점이 됐다. 건강을 우선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러 분야에서 웰니스 트렌드가 급부상한 것.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확대, 디지털 기술의 결합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오는 2029년 9조8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8.6% 성장하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웰니스 시장 규모는 124조원으로 전 세계 8위,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이 중 운동/헬스케어(31%), 전통·보완 의학(19%), 영양/식습관(12%), 뷰티케어(10%) 등 4대 분야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웰니스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럭셔리’의 가미다.
지난해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산업의 대표 협회 ‘알타감마 재단’이 공동 조사를 진행한 결과 럭셔리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됐다.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은 2025년 1조 4400억 달러(약 2113조 506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객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측은 “럭셔리 소비 빈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보다 소소한 즐거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젠Z나 밀레니얼 등 가치와 경험 추구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삶에 사치스러움을 더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은 이제 레스토랑이나 스파 같은 웰니스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컨설팅사인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웰니스 관련 제품에 연간 5000억 달러 이상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매년 4~5%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건강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Z세대(1997~2012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약 30%가 1년 전보다 건강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기성세대보다 7% 높은 수치다.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전통적 가치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다각화되고 있는 추세다. AI를 통해 사용자 습관을 분석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챗봇과 음성 데이터를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해 정신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세계 주요국은 웰니스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웰니스 밸리를 조성해 의료·관광·산업이 결합된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태국은 허브치유, 전통의학, 명상을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사막 지형을 활용한 정신치유 리조트로 고소득층 중심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지자체·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와 R&D 기반 산업화 전략이다.
럭셔리 위주 소비에서 건강·운동·휴식 등 가치 중심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관련 업계도 상품 포트폴리오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숙박에 운동과 휴식, 뷰티를 결합한 ‘웰니스 스테이’ 패키지를 선보이며 체류 경험을 강화 중이다. 객실과 식음, 스파 서비스를 하나의 ‘회복 프로그램’으로 묶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순 숙박에서 경험 중심 상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유행했던 등산, 스파 여행 역시 같은 맥락이었는데 더욱 세분화됐고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면서 “웰니스가 일부 마니아층의 취향이 아닌 산업구조를 바꾸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리테일 공간도 변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대표 웰니스 라이프 스폿’으로 내세운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운동·식사·커뮤니티를 결합한 공간이다. 애슬레저 브랜드와 건강식 중심 콘텐츠를 통해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고, 쇼핑 공간이 아닌 ‘하루를 보내는 장소’로 기능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더 이상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웰니스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말했다.
최근 한류 열풍에 뷰티와 의료 등을 묶은 K-웰니스 생태계 구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이 2036년 9969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2.3%의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수창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K-컬처의 매력으로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을 세계적 수준의 의료 기술 및 지역의 자연·전통 웰니스 자원과 끊김 없이 연결해야만 진정한 글로벌 헬스케어 관광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웰니스 산업 성장과 우리나라 수출 유망 분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웰니스 산업 중 운동/헬스케어(31%), 전통·보완의학(19%), 영양/식습관(12%), 뷰티케어(10%) 등 4대 분야가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산업은 운동·헬스케어, 전통·보완의학, 영양·식습관, 뷰티케어 분야에서 수출 유망하며, 전통의학과 헬스케어 분야가 기술력과 융복합성 측면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인다.
특히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종합 웰니스 패키지 개발이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와 모바일 헬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특히 Z세대를 타깃으로 한 개인화 서비스와 지속 가능한 웰니스 커뮤니티 개발이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AI와 웰니스의 결합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필수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