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니 피(Yoni P·배승연) 스티브 제이(Steve J·정혁서) | SK네트웍스에 새 둥지 튼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글로벌 패션브랜드로 진화하는 꿈 멀지 않았죠
입력 : 2015.07.06 16:36:18
두 디자이너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부부이자 동료다. 정혁서 디자이너는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즈(CSM)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남다른 색채감각으로 호소력 있는 컬렉션을 만들어냈다. 이것으로 CSM 수석졸업, 벨기에 패션위크 대상 등의 영예를 차지했다. 배승연 디자이너는 런던의 럭셔리 브랜드 키사의 수석디자이너로 2006년 9월 런던 패션위크에 먼저 데뷔, 그 이후 정혁서 디자이너와 합류해 자신들의 영문이름 약자를 딴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와 세컨드 브랜드 ‘SJYP’를 함께 이끌어오고 있다. 또한 2년 연속 정부주관 글로벌 프로젝트인 컨셉코리아, 서울시 지원사업인 10소울의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 SIA 스타일아이콘어워즈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요즘 패션계 이슈는 SK네트웍스가 디자이너브랜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를 인수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유럽 감성의 독창적인 컬렉션으로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와 세컨드 브랜드인 데님 레이블 ‘SJYP’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07년 디자이너 강진영·윤한희가 만든 여성복 오브제와 오즈세컨을 인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연매출 400억원 규모의 브랜드를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켰으며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하는 등 규모와 글로벌라이제이션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번 인수로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가 제 2의 오브제로 성공사례를 이어갈지 해당 브랜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를 만든 장본인인 정혁서·배승연 디자이너는 SK네트웍스의 브랜드 인수 이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남아 활동하게 된다. SK네트웍스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출발에 나선 스티브 제이와 요니 피를 만났다.
“주변에서 본인이 만든 브랜드 대표가 바뀐 게 섭섭하지 않느냐 물어요. 저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난 5년간 해외진출을 해오면서 투자비용 등 개인 디자이너가 활동하기에 한계를 느꼈는데, 이번에 SK네트웍스와 함께 하게 돼서 든든한 후원자(빅 서포터)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요니 피(한국명 배승연·이하 요니) 의견에 스티브 제이(한국명 정혁서·이하 스티브)도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는 “해외진출을 2007년부터 시작했는데 해야 하고, 하고 싶지만 알고도 못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비용적 한계가 가장 컸죠. 이번 SK네트웍스와 계약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진화하는 꿈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간 듯해 흥분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SJYP,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최근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는 서울 한남동에 있던 사무실을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건물로 옮겼다. 1층에는 매장이 들어서고 나머지 공간을 사무실로 활용한다. 요니는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 가치나 핵심역량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고 하니까 본사에서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고, 스티브는 “영국에서 활동하다가 5년 전 한국에 와서 처음 작업실을 낸 곳이 가로수길입니다. 저희의 시작과 같은 곳이죠. 불과 몇 년 새 많은 브랜드숍들과 음식점 등이 들어와 번잡해져서 한남동으로 옮겼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와 번듯한 건물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티브와 요니는 한성대학교 의류학과 96학번 동기동창생이다. 대학생으로 처음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됐다. 졸업 후 세계적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영국의 패션 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스티브는 남성복 석사과정을, 요니는 여성복 석사를 마쳤다. 부부이자 동료가 된 이 둘은 2006년 본인들 영문이름 약자를 딴 여성복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를 만들고 그해 런던컬렉션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시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컬렉션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는 남다른 색채와 디자이너 특유의 유머, 위트를 바탕으로 하이엔드 캐주얼 웨어와 스타일리시하고 컨템포러리한 아웃핏,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프린트 등 섬세하고 균형감 있는 옷으로 알려져 있다.
이효리, 공효진, 윤승아, 현아 등 유명 연예인들이 스티브와 요니 디자이너의 친구이자 서포터를 자청하고 있으며, 자동차와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콜라보레이션(협업)하고 싶은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다.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윤승아·김무열 커플의 결혼식 의상을 스티브와 요니가 맡아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윤승아가 선택한 ‘스티브제이 앤 요니피’웨딩드레스는 펑키한 감각의 미니 드레스 위에 일자로 떨어지는 하이네크라인 레이스가 덧입혀진 드레스로 그녀만의 톡톡 튀는 매력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사실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는 해외에서 더욱 유명하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2007년부터 꾸준히 활동해 와서다. 파리의 유명 셀렉트숍 콜레트와 봉마쉐백화점, 런던의 셀프리지와 하비니콜슨 백화점, 밀라노의 편집숍 엑소시에르, 상하이의 갤러리 라파예트, 미국의 오프닝세레모니 등 세계적 명성의 백화점과 편집매장에 입점해 있다. 요니는 “현재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의 메인 윈도우에 저희가 작업한 ‘미니언즈’ 콜라보레이션 상품이 2주간 일정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다음 파리 콜레트에서의 전시를 거쳐 이번 달 서울 코르소코모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과 세계적 영화사 유니버셜이 이번달 전격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프로모션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다. 5명의 디자이너를 선정해 미니언즈 영화 캐릭터에 맞는 의상을 선보이는 것으로, 스티브와 요니를 제외하곤 모두 영국 디자이너다. 스티브는 “세컨드 브랜드로 개발한 ‘SJYP’가 데님브랜드라 미니언즈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데님전용으로 출시한 ‘SJYP’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SJYP’는 ‘블루 이즈 마이 네임(BLUE IS MY NAME)’ 슬로건을 앞세운 디자이너 데님 레이블이다. 진(청바지) 위주의 기존 틀을 깨고 우븐 아이템들의 데님화를 실현시킨 프리미엄 브랜드다. 대담한 컷-오프, 디스트로이드(찢어진) 디테일 등 독특한 디자인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외 동시에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런던과 밀라노, 파리 등 13개국 유명 편집매장에 입점돼 있다.
스티브와 요니는 SK네트웍스 지원으로 홍콩, 유럽지역뿐 아니라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의 포부도 키우고 있다. 스티브는 “세계적 패션 중심지 곳곳에서 오즈세컨, 오브제, 루즈앤라운지 등 SK네트웍스 패션브랜드들이 활약을 봐 왔습니다. 이번에 저희도 회사 지원을 받아 미국을 위시한 해외 패션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더욱 진화하는 브랜드로 커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입니다”고 강조했다.